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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자의 인물 이야기|인간·문화·자연]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 부부의 같으면서도 다른 예술인의 길
500년 전, 청령포의 바람 속에서 조용히 스러져 간 어린 왕이 있었다. 역사 속에서 단종의 죽음은 오래도록 ‘억울함’이라는 이름으로 남았지만, 그 죽음을 제대로 애도할 수 있는 장례는 끝내 치러지지 못했다. 그러나 2026년 3월 22일,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누적 관객 1444만 명을 돌파하자, 우리 사회에는 의미심장한 농담이 돌기 시작했다. “장항준 감독이 500년 전 단종의 장례식을, 엄홍도가 비밀리 치렀던 그 장례를, 이제야 5천만 국민의 국민장(國民葬)으로 다시 치러주었다&rd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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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의 중동 진단] 오일쇼크를 넘는 위기, 이번엔 무엇이 다른가
중동의 전쟁이 이제는 세계 경제의 혈관을 직접 겨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단순한 말폭탄으로만 보기 어렵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은 극심한 불안정 상태에 들어섰고, 국제 유가와 가스 시장은 급등세로 반응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번 사태를 두고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기”라고 규정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맞는 면도 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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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자의 방시혁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원형이정(元亨利貞)의 문명적 귀환, 광화문에서 울린 아리랑과 한 소년의 40년
대한민국 문화사에는 때때로 한 장면이 한 시대를 설명해 버리는 밤이 있다. 2026년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이 바로 그런 밤이었다. 경복궁의 처마 끝은 봄밤의 공기 속에서 검푸르게 가라앉고, 광화문의 문루는 오래된 왕조의 기억을 간직한 채 묵묵히 서 있었다. 그 앞에 세워진 특설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검은 액자 같았다. 그 액자 속으로 광화문이 들어오고, 궁궐의 시간과 도시의 시간이 함께 겹쳐지며, 마침내 그 프레임 안으로 BTS 일곱 명이 걸어 들어왔다. 그날의 광화문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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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부동산 공화국을 넘어서는 길, 신뢰와 공정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는 단순한 자산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회의 문제이며, 정의의 문제이고, 나아가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다. 집이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한 사회에서 청년은 미래를 포기하고, 중산층은 사다리를 잃으며, 국가는 균형을 상실한다. 이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부동산 공화국 탈출”은 단순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며,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의지는 분명하고 단호하다.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국회의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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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 BTS가 연 문, 이제 한국이 채워야 할 시간이다
어제 서울 도심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였다. 많은 팬과 시민이 모였고 전 세계의 시선이 다시 한 번 한국을 향했다. 음악은 언어를 넘어섰고, 공연은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한 그룹의 콘서트가 도시를 움직이고 경제를 흔드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이벤트'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산업과 시스템'으로 확장할 것인가. BTS가 연 것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의 문이자, 시장의 문이며, 국가 브랜드의 문이다. 이 문은 이미 세계를 향해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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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호르무즈 48시간 최후통첩, 세계 경제의 분수령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던졌다.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를 “초토화”하겠다는 경고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군사적 압박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와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하루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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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설 | 기본 원칙 상식] 광화문 BTS 무사고, '도심 대형행사 표준' 가능성 확인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전 세계 팬들이 몰린 대형 행사였지만, 공연 진행과 종료, 귀가까지 전반적인 과정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이는 단순한 공연의 성공을 넘어, 도심 대형행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공연은 개방형 공간에서 열린 대규모 행사였다. 광화문 일대는 주요 도로와 지하철역이 밀집한 지역으로, 인파가 집중될 경우 혼잡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실제 관중은 서울시 추산 기준 수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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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 BTS '아리랑' 이후, 이벤트를 구조로 바꿔야 한다
BTS의 ‘아리랑’은 단순한 공연 연출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대중성과 정체성이 결합된 상징적 장면이며, 동시에 K-헤리티지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세계가 주목한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한국이라는 문화 시스템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문제는 ‘한 번의 성공적인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핵심은 콘텐츠의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 가능한 산업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BTS가 길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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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남겼다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BTS 리더 RM의 마지막 인사처럼 광화문에서 열린 BTS ‘아리랑’ 공연은 그 말대로 하나의 시작이었다. 다만 시작은 늘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남긴다. 이번 공연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었다. 도심 한복판, 그것도 국가 상징 공간에서 열린 대규모 무료 공연이었고, 전 세계로 생중계된 사실상 첫 사례에 가까웠다. 안전사고나 방송사고 없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수 있다.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 1만5000여 명이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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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 지금 이 순간, 국가는 무대 뒤에서 시험받고 있다
BTS 공연은 단순한 대중음악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한 국가의 문화 역량과 산업 시스템, 그리고 공공 인프라가 총동원되는 종합 시험대다. 수십만 명이 한 공간에 모이고, 세계의 시선이 동시에 집중되는 순간, 무대 위의 아티스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무대 뒤의 국가다. 지금 한국은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문제는 공연의 성공 여부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국가가 이 거대한 문화 이벤트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K-팝은 이미 글로벌 산업이 되었고, BTS는 그 정점에 있다. 그러나 산업이 성장한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