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 BTS '아리랑' 이후, 이벤트를 구조로 바꿔야 한다

BTS의 ‘아리랑’은 단순한 공연 연출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대중성과 정체성이 결합된 상징적 장면이며, 동시에 K-헤리티지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세계가 주목한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한국이라는 문화 시스템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문제는 ‘한 번의 성공적인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핵심은 콘텐츠의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 가능한 산업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BTS가 길을 열었다면, 국가는 그 길을 넓히고 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문화 전략은 ‘히트 콘텐츠’에 의존해 왔다. 특정 아티스트, 특정 작품이 글로벌 시장을 뚫으면 그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재현 가능성이 낮다. BTS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정점 이후의 공백’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한 번의 성공은 브랜드가 되지만, 반복 가능한 시스템만이 산업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벤트 중심의 접근 방식이다. 대형 공연이나 국제 행사 때마다 국가와 지자체, 기업이 일시적으로 역량을 결집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시스템은 해체된다. 이렇게 해서는 축적이 없다. 데이터도, 운영 경험도, 인프라도 단절된다. 이 구조로는 K-헤리티지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 수 없다.
 
일본은 전통문화와 현대 콘텐츠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문화 산업’으로 발전시켜 왔다. 지역 축제와 전통 예술이 관광, 도시 브랜드, 콘텐츠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미국은 공연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구축해 반복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성공 사례’는 넘치지만 ‘구조’는 부족하다.
 
이제 우리에겐 전환이 필요하다. K-헤리티지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전통문화는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확장 가능한 콘텐츠다. 이를 현대 콘텐츠와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이벤트를 상시 운영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연, 축제, 전시를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축적되는 플랫폼으로 설계해야 한다. 인프라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전용 공연장, 지역 기반 문화 거점, 디지털 플랫폼 등 물리적·기술적 기반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의 핵심은 ‘재현 가능성’이다. BTS의 ‘아리랑’이 감동을 준 이유는 독창성이지만, 국가 전략은 독창성에만 의존할 수 없다. 동일한 수준의 문화 경험을 다양한 도시와 다양한 콘텐츠로 반복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이 되고, 그래야 국가 경쟁력이 된다.
 
지금 세계는 K-콘텐츠를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이 어떤 문화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한류는 이미 일시적 유행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 지속 가능성은 시스템에 달려 있다. 콘텐츠는 민간이 만든다. 구조는 국가가 만든다.
 
우리는 이벤트의 성공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구조로 전환할 것인가. BTS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국가는 다음 기회를 맞이하지 못한다. K-헤리티지를 이벤트로 남길 것인가, 산업으로 만들 것인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ARMY fans display ARMY Bombs BTSs official light stick while waiting for the concert at Gwanghwamun Plaza in Seoul March 21 2026 AJP Ryu Yuna
ARMY fans display ARMY Bombs, BTS's official light stick, while waiting for the concert at Gwanghwamun Plaza in Seoul, March 21, 2026. AJP Ryu 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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