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 사장
- 前) CNN서울지국 지국장
- 前) 외교부 문화협력대사
- 前) 대통령실 해외홍보 비서관
-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 前) 뉴욕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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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애 칼럼] BTS가 보여준 콘서트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
지난 주말 열렸던 BTS의 라이브 공연으로 모처럼 대한민국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고 광화문 한복판의 콘서트는 넷플릭스에 생중계되어 전 세계 3억 시청자들이 동시에 BTS와 서울의 매력에 빠지게 했다. 그 흥분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거의 4년 만에 재결합한 이들 7명 아이돌의 공연은 K-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바로 K-팝 가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콘서트를 비롯한 라이브 공연의 무한한 잠재력이다. 라이브 공연은 인공지능과 기타 디지털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고 산업 구조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에도 여전히 견고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성장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로 매개된 가상 현실이 결코 완전히 제공할 수 없는 현장감 있는 흥분과 황홀함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미국 팝계에서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최근까지 라이브 공연의 중요성이 증명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 세계 공연 투어 에라스는 세계 51개 도시를 돌면서 25억 달러의 티켓과 공연 물품 판매를 올렸다. 실제로 라이브 음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K-팝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입원이 되었다. 스트리밍의 확산으로 앨범 판매는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콘서트, 투어, 굿즈 판매 및 기타 라이브 이벤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급증하고 있다. 빌보드 차트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같은 K-팝 기획사들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78회의 공연을 통해 160만 장의 티켓을 판매하며 총 2억2800만 달러의 투어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79%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 수치는 빌보드가 집계한 공연에만 해당한다. 모든 K-팝 공연을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이들 기획사 중 가장 선두 주자인 하이브는 지난해에만 213회의 콘서트를 개최해 330만명의 팬을 동원했다. 이 투어에서 발생한 수익은 5억37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했으며 이는 2년 전의 12%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현재 하이브의 투어 수익은 앨범과 스트리밍을 포함한 음악 수익과 비슷한 수준이며, 곧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이브에게 더 큰 희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 컴백 공연을 마치고 BTS는 군 복무 공백 이후 처음으로 월드 투어를 시작할 예정인데, 티켓 판매와 굿즈, VIP 패키지, 라이브 스트리밍 티켓, 팬클럽 멤버십 등을 통해 최소한 1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BTS World Tour Arirang’이라는 이름으로 도쿄, 로스앤젤레스, 마드리드, 파리, 런던 등 5대륙 34개 도시에서 총 79회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어떤 공연 전문가들은 BTS가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수익 기록을 갈아 치울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른 K-팝 그룹들 역시 글로벌 투어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등 정상급 그룹들은 연중 내내 월드 투어를 진행하며 기획사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다. 이러한 공연은 티켓 판매뿐만 아니라 팬 이벤트와 굿즈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며, 개최 도시에도 호텔 숙박, 항공 이용, 기타 관광 소비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 지난 주말 BTS 콘서트로 인해 서울 도심의 호텔은 만원을 이루었고 주변 상가도 큰 호황을 맛보았다. 심지어 지방 도시들까지 BTS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의 증가를 경험하게 됐다. 업계 분석가들은 K-팝 콘서트로 발생하는 총 수익이 2024년 14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22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콘서트 산업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오프라인 행사는 지정학적 긴장이나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팬데믹은 수년간 공연 시장을 크게 위축시켰으며, 한국이 2010년대 중반 사드(THAAD)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자, 중국은 이를 자국을 겨냥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K-팝 공연을 금지했고,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공연도 허용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역시 콘서트 산업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AI가 만든 음악을 AI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형태의 콘서트가 이미 홀로그램이나 영상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는 대형 공연장을 가득 채울 만큼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하츠네 미쿠는 대표적인 홀로그램 공연자로,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실제 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황홀감과 감정적 몰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음악과 라이브 공연은 집단적 분위기와 인간 간의 연결을 제공하는데, 이는 디지털 기술이 재현하기 어려운 요소다. 라이브 공연, 스포츠 이벤트, 축제 등을 포함하는 이른바 ‘경험 경제’는 사회가 디지털화될수록 더욱 성장하고 있다. ‘경험 경제’라는 개념은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에 의해 제시되었다. 이들에 따르면 인간 경제는 원자재 → 제조된 제품 → 서비스 → 경험으로 발전해 왔다. 디지털 기술로 콘텐츠가 무한히 복제되면서 그 가치가 감소하는 반면, 진정한 인간 경험은 희소해지며 더욱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음악 산업에 적용하면, 제품 경제는 CD를 구매하는 것이고, 서비스 경제는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것이며, 경험 경제는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BTS 팬들은 멤버들이 군복무 하는 동안 CD를 구매하고 음악을 스트리밍해 오면서 기다려 왔다. 그러나 이제 마침내 콘서트를 경험하면서 BTS를 다시 최고의 아티스트로 믿게 되고 팬덤의 마음을 증폭시킬 수 있는 것이다. 화면에 비친 BTS 팬들의 표정으로 봐서 그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느낀 희열과 감동은 어떤 디지털 기술이나 AI로 대체될 수 없을 것 같다. 필자 주요 이력 ▷전 CNN서울지국 지국장 ▷전 외교부 문화협력대사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전 대통령실 해외홍보 비서관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전 뉴욕타임스 기자 ▷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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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애 칼럼] '유리 절벽' 선 다카이치 총리의 성공을 기대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것을 보면서 아시아, 특히 일본 여성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도 하게 된다. 자민당이 일본 정치 역사상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다카이치 총리는 앞으로 거칠 것 없는 강력한 힘으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그녀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으로 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녀도 소위 요즘 서방에서 말하는 유리 절벽(glass cliff)에 서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유리 천장(glass ceiling)을 어렵게 극복한 여성 리더들이 결국은 지나친 기대감에 따른 압박으로 절벽으로 몰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유리 천장이라는 용어는 이제 흔히 사용되지만 유리절벽이라는 개념은 2000년대 중반 미셀 라이언(Michelle Ryan)과 알렉스 해슬람(Alex Haslam)이라는 호주 출신의 두 학자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두 사람은 기업 경영에 있어 여성 지도자들이 능력이 부족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다른 사회적 요인을 관찰한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여성 지도자들이 실패하는 이유에는 능력 부족 같은 이유와 더불어 그들이 애초에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즉 기업이나 국가 등 조직의 위기 상황이 심각할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존 지도자(주로 남성)가 물러나고 신선한 얼굴(주로 여성)을 내세우게 되는데 이때는 벌써 위기 상황이 최고조에 달해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주로 영국 기업 사례를 연구해 발표했지만 이 이론은 여성 정치 지도자들의 실패 사례를 설명하는 데도 이용된다.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영국 총리가 그 경우이다. 메이 총리는 2016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브렉시트(Brexit) 사태 이후 혼란 상황에서 취임했는데 이때 벌써 영국은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었다. 브렉시트 찬반 세력 간의 갈등은 첨예했고 협상은 지지부진했으며 이후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할 때였다. 전임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 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라 집권 보수당은 새로운 얼굴로 여성 총리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어려운 상태였고 그 결과 영국 역사상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두 번째 여성 총리였던 그녀는 2019년 불명예스럽게 물러난다. 보다 최근에는 역시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Liz Truss) 총리가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트러스 총리 역시 전임 보리스 존슨 총리가 대내외 각종 위기 상황에서 낙마한 후 신선한 변화를 상징하며 등장했다. 그러나 그때 역시 영국은 고물가, 에너지 위기, 코로나 바이러스 등 극심한 내우외환을 겪고 있었기에 이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45일 만에 낙마해 영국 역사상 가장 단명한 총리로 남게 되었다. 대개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여성 지도자가 실패하고 나면 후대의 평가는 역시 '여자였기 때문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 결과 여성 지도자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지고 향후 여성들이 최고 지위에 올라가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한국도 동북아시아, 유교권 국가 중에서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이것이 실패하면서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명예스러운 추락을 분석할 때 개인적인 잘못뿐 아니라 여성 지도자였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향후 단시일 내에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유리 절벽에서 추락한 한국의 여성 지도자 사례는 박 전 대통령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진보,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상황이 어려울 때는 여성 총리 혹은 여성 장관을 기용해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시도를 했다. 최근 이혜훈 전 의원의 경우를 보자.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 전 의원을 지명한 것은 협치의 차원으로 반대편 진영을 불러들인 것도 있지만 여성 정치인이라는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만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고 예상되는 반대 여론을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극심한 진영 갈등과 양극화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은 보기 좋게 낙마하고 말았다. 물론 이 전 의원과 그 가족의 각종 비리 의혹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여성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권에서 인사 청문회에서 낙마한 3명의 장관 후보 모두 여성이었는데 이로 인해 여성계 정치권 진출의 벽은 더욱 높아졌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다카이치 일본 총리에 대해 기대와 아울러 불안감이 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유리 천장을 깨고 총리직에 오른 것에는 찬사를 보내지만 그 역시 다시 유리 절벽에 몰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심하게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나라이다. 여기서 다카이치 총리가 실패한다면 여성 지도자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는 이웃 나라 한국에도 좋은 뉴스가 아니다. 역시 아시아에서 여성 지도자는 성공이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다. 후대의 더 많은 여성들이 유리 천장을 깨고 정상에 당당하게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절벽에서 떨어지지 말고 꿋꿋하게 버티고 성공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주요 이력 ▷전 CNN서울지국 지국장 ▷전 외교부 문화협력대사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전 대통령실 해외홍보 비서관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전 뉴욕타임스 기자 ▷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손지애 칼럼] BTS가 보여준 콘서트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2/17/20260217210422367017_258_16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