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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고리 파고드는 中 '조용한 침공'
필자가 주호주 대사로 재직할 때인 2019년 초에 필자는 당시 호주 언론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던 책 ‘조용한 침공’의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에게 만나고자 연락을 취했다. 대사관을 직접 방문한 그에게 집무실에서 책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참 책 설명을 하고 난 뒤 그는 헤어지기 전에 필자에게 “중국은 한국과 호주를 미국 동맹 중 약한 고리로 보고 있으며 호주에 이 정도 공작을 하면 한국에는 더 심한 공작을 할 것인데 한국은 이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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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멎은 가자 지구 …분노가 자라고 있다
중동의 심장부인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다. 유대인들이 일상으로 던지는 '샬롬'이라는 인사말도 평화다. '이슬람'이라는 언어적 의미는 평화다. 평화의 종교를 지향한다. 아랍인들의 가장 대표적인 인사말은 '앗 살라무 알라이쿰', 즉 “신의 평화가 그대에게 그득하소서”이다. 평화, 평화를 달고 산다. 사실 2천년 가까이 아랍인과 유대인들은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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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된 유토피아…잘 살던 쥐들은 왜 멸망했나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는 예상을 벗어나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인류가 그토록 열망하였던 장수사회는 행복을 보장하는 장밋빛 유토피아(utopia)여야 하는데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실제로 나타나는 현실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잿빛 디스토피아(dystopia)의 경향을 보여 당황하게 하고 있다. 오복 중의 첫째인 장수로 표방하는 수명연장은 더 이상 특수층의 독점물이 아니고 이제는 일반인들도 향유할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선진국의 평균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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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천안문 위에 선다면…
필자는 10년 전인 2015년 7월 5일 조선일보가 발행하는 시사주간 주간조선에 “박근혜 대통령은 9월 3일 천안문 위에 서야 한다”는 글을 썼다. 당시 필자는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로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자격으로 그 글을 썼다. 10년이 흐른 2025년 7월 22일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9월 3일 천안문 위에 선다면…”이라는 글을 쓰려고 한다. 오는 9월 3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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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목숨' 국회 보좌진, 갑질 논란 끝내려면
지금처럼 국회의원 보좌진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이른바 '갑질 의혹' 때문이다. 물론 강선우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갑질 의혹의 진위 여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누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확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해당 의혹이 왜 제기되었고, 왜 다수의 민주당 의원 보좌진들이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지를 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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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0% 시대…AI는 기술이 아닌 전술이다
AI에 집중되고 있는 자본 바다가 잠잠하면 큰 고기가 없듯, 평온한 시기에는 거대한 부(富)의 이동이 드물다. 그러나 태풍이 불어 바다 밑바닥까지 뒤집어지는 대변혁이 일어나면, 심해에 숨어 있던 큰 고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듯 막대한 부가 창출된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부는 항상 노동, 토지, 자본이라는 생산의 3요소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블루칼라 노동자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영국의 생산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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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갈등, 남북관계로 해소하라
남북 관계에 남남갈등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국민적 통합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에 대한 남한 사회 내부의 갈등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1948년 남북한 정부의 별도 수립과 1950년 한국전쟁은 이념적 대립을 극단화했고, 이승만 정권하 반공 이데올로기의 강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좌우 갈등을 고착화했다. 유신체제의 군사독재 시절에는 북한을 철저히 ‘적&rs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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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6개월….경제가 그의 운명을 바꾼다
'트럼프 스톰'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6개월. 예상대로 1기보다 더욱 강력하고 동시다발적인 ‘트럼프 스톰’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발 '상호관세' 공세로 국제 무역 질서는 대혼란에 빠졌고 '이익이 없으면 우방도 없다'는 트럼프식 접근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전후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체제를 함께 수호해온 동맹국들과의 신뢰 관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과연 미국 스스로 만들어낸 지금의 세계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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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중국 제조혁신 생태계'의 변화
중국 지방정부 초청 기조강연과 중국 경제 현황, 시장 조사차 최근 쓰촨성 청두, 충칭, 상하이 등 도시를 돌며 다양한 기술혁신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와 함께 많은 현지 공무원, 기업인 및 중국인을 인터뷰했다. 급변하는 중국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매번 가는 출장이었지만 이번은 남달랐다. 출장 내내 보고 들으면서 항상 등장하는 2개의 키워드가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중식(中试)’과 &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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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충실의무' 조항 개정, 지배구조의 새로운 헌법을 쓰다
우여곡절 끝에 상법 제382조의3, 이사충실의무 조항이 개정되었다. 1998년 12월 28일 상법에 이사충실의무가 도입된 이후, 이름뿐이던 규정이 이번 개정을 통해 실질적인 내용을 갖춘 조항으로 거듭났다. 개정된 상법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며, 나아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통해 이사충실의무의 대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