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남남갈등, 남북관계로 해소하라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남북 관계에 남남갈등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국민적 통합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에 대한 남한 사회 내부의 갈등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1948년 남북한 정부의 별도 수립과 1950년 한국전쟁은 이념적 대립을 극단화했고, 이승만 정권하 반공 이데올로기의 강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좌우 갈등을 고착화했다. 유신체제의 군사독재 시절에는 북한을 철저히 ‘적’으로 규정하며 국가주의적 반공 이념을 강요했으며, 이를 반대하는 재야 운동권이나 이른바 진보 세력은 모두 ‘용공’이나 ‘좌익’으로 낙인찍혔다. 남북 관계를 둘러싼 인식의 양극화가 구조화된 것은 이때부터다.

보수는 체제 우위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 진보는 점진적이며 합의에 따른 통합을 내걸었다. 대북 지원이나 남북협력사업은 보수 진영에서는 ‘퍼주기’로 평가되었으나, 진보 진영에서는 평화와 통합으로 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2008)과 천안함 사건(2010)이 발생하면서 남남갈등은 극대화했다. 평창올림픽의 남북한 공동 참여와 판문점 회담(2018.4.27)을 비롯해 평양 정상회담(2018.9.20)을 개최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평화정책 추진을 보수 진영은 “가짜 평화쇼”로 치부하면서 "북한에 끌려다니지 말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대통령과 정권의 대북 인식에 따라 대북 정책이 극명하게 바뀌어 왔다는 점이다. 적대적 반공 이데올로기의 대북 압박과 북한을 수용하는 포용 정책은 정권에 따라 수시로 변했다. 대북 정책은 심지어 국내 정치에 도구로 이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보수정권에서는 북한을 적대적 존재로 인식하는 성향이 높았던 반면 진보 정권하에서는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높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남북 관계 변화에 따라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비타협적 구도로 정착되었으며 사회적 갈등을 심화한 것이 사실이다.
 
남남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남남갈등을 완화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닌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남남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북 관계가 좋을 때 남남갈등은 완화된다. 이는 역사적인 사실이자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2010년부터 매년 광복절 무렵 실시해온 KBS의 '국민 통일의식 조사'를 보면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정권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석열 보수정권(2023)하에서는 국민의 82%가 북한에 대해 비호감을 가졌지만 진보정권이었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관계의 긍정적 여론은 70%에 달하기까지 했다. 남북 관계 긴장 시기에는 국민 다수가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반면 정상회담과 남북교류·협력 등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는 ‘협력 파트너’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통계·설문조사는 '남북 관계 개선과 대북 인식' 사이에는 명확한 정(+)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의 호기를 맞고 있다. 의회의 절대 다수가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북 포용 정책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국민의정부는 소수 정권의 한계 때문에 대북 정책은 정쟁의 계기로 작용했다. 그만큼 정책 추진력은 약화했다. 야당의 협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비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다음과 같은 조치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남남갈등의 소지를 줄여나가야 할 것을 제의한다. 첫째, 초당적 대북 정책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구축이다. 남북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정권 변화에 따라 뒤집히지 않는 대북 정책 추진의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1991.12)가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 실천력을 담보하는 바탕 마련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추진해 온 평화협력의 대북 정책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권에 따라 이념 편향적으로 바뀌는 공공기관의 '통일교육'도 그 내용이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과 균형 잡힌 대북 정보의 제공이 대단히 중요하다. 대북 적대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남한의 '통일교육'은 ‘남북한 공존’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이라고 하기보다는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신 무장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극단적 적대 관계에서만 본다면 상대방과의 공존에 대한 동의는 이적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통일교육’은 대북 정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남한 내부의 대북 인식 차이를 줄이고 사회적 통합이 증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남북 관계의 중앙정부 독점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물론 일정 규모와 능력을 갖춘 민간단체도 남북교류·협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행위 주체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에 의한 통제 중심의 남북교류·협력에서 자율 중심의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교류·협력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필요한 지원으로 뒷받침하는 데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정부에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법적 실천성의 확보가 되어야 한다. 남북 관계가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일시적인 영향을 받더라도 교류·협력은 지자체를 비롯한 민간단체 중심으로 지속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 문제는 단지 외교의 문제가 아니다. 남한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남북 관계가 항시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더 탄탄하게 만들자. 남북한이 서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왕래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설정하자. 통일을 위해 당분간 통일을 잊자. 통일 방안을 따로 만드는 것보다는 철도와 도로로 북녘을 거쳐 유라시아로 가는 방안부터 만들어보자. 최근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에 북한도 방송 중단으로 호응한 바 있었다. 북한 표류 주민 6명도 조용하게 돌려보냈다. 북한의 반응이 감지되지 않더라도, 대응이 없어도 남한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차근차근 취해 나가자. 남북 관계가 일관성 있게 발전할 수 있는 더 넓고 깊은 지혜를 발휘하자.


필진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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