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파리 목숨' 국회 보좌진, 갑질 논란 끝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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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지금처럼 국회의원 보좌진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이른바 '갑질 의혹' 때문이다. 물론 강선우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갑질 의혹의 진위 여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누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확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해당 의혹이 왜 제기되었고, 왜 다수의 민주당 의원 보좌진들이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지를 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국회 보좌진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상당수 국회 보좌진의 처우는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의원실에서는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의원 본인이 아니라 다른 보좌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해고 사실을 통보받는 경우였다. 한 보좌진은 직장을 잃고도 가족에게는 출근한다고 말한 채 하루 종일 한강 변을 걸었다고 한다. 이보다 더 구체적인 사례들은 이미 각종 언론을 통해 다수 보도되고 있다. 의원들의 회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적지 않고, 몇몇 보도에 따르면 집밥을 좋아하는 의원을 위해 보좌진이 직접 의원실에서 아침밥을 준비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의 일탈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의원들을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갑질 의혹'과 주장이 난무한다는 점은, 해당 문제가 특정 의원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각 의원실이 ‘독립적으로’ 보좌진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 자율권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은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 임의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은 동시에 손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갑질'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가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각 의원이 마치 하나의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유를 하기도 한다. 둘째, 이처럼 의원 재량으로 채용된 보좌진들은 사실상 직무 범위도 의원 재량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직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과도한 사적 요구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실 여부를 떠나 다양한 형태의 갑질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첫 단계로, 국회의원 보좌진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지만, 그 임용 과정은 매우 허술하다. '국회의원의 보좌 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제3조 제2항에 따라 같은 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 보좌 직원 임용을 요청하거나 민법 제777조의 친족 중 제3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에 대하여 보좌 직원 임용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국회 사무총장에게 그 사실을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회의원이 충원을 신고하면, 국회 사무총장이 국회공보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공개하면 사실상 임명 절차가 끝나는 것이다. 면직의 경우, 해당 법률 제5조에 '국회의원이 보좌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보좌 직원의 면직을 요청하려는 경우에는 면직 대상자, 면직일 및 면직 요청 사유를 기재한 서면(이하 '직권면직요청서'라 한다)을 그 면직일 30일 전까지 국회 사무총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런 조항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대부분의 임면이 의원 개인의 의사에 따라 ‘간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보좌진의 소속을 의원실이 아닌 국회 사무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의원 개인이 아닌 국회 차원에서 보좌진을 채용하고, 필요시 의원이 사무처에 지원을 요청하여 입법 보조나 정치 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의원 개인의 사적인 요구가 보좌진 업무에 포함되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운전 담당 보좌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즉, 의원이 공무상 이동이 필요할 경우 사무처에 운전 지원을 요청하여, 임시적으로 운전 직원을 배정받는 방식이다. 실제로 상당수 유럽 국가에서는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운전 직원을 의원실에 상시 배치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로 개선된다면, 이른바 ‘갑질 의혹’은 근본적으로 예방 가능할 것이다. 더 나아가 보좌진의 직업 안정성 또한 향상될 수 있으며, 이는 곧 보좌진과 의원 간의 수평적이고 동료적인 관계 설정에 기여할 수 있다. 즉, 의원이 보좌진의 임면권을 가지지 않게 되면, 보좌진은 의원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방식은 아니지만, 2004년 민주노동당은, 당 차원에서 보좌진을 일괄 공채한 뒤, 정책 보좌진과 사무 보좌진 각각 약 30명씩을 선발해 공동으로 보좌진을 운영하거나 탄력적으로 순환 배치하는 등 팀제로 활용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당 차원이 아닌 국회 사무처 차원에서도 각 정당의 이념적 특성을 살려 보좌진을 공채해 이들을 의원들이 공동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본래 입법 활동이나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한을 통해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보좌진의 임면과 운영에서는 의원들이 절대적 독립성을 누리고 있으나, 입법 활동이나 당내 정치에서는 개인적 독립성이 거의 발휘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당내 권력자에게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진정한 독립성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는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의원 보좌진과 같은 약자에게는 강하고, 당내 권력자에게는 약한 ‘약강강약(弱强强弱)’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줄을 쥐고 있는 세력에게는 굴종하면서, 보좌진에게는 군림하려는 일부 의원들의 멘탈에서 볼 때,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보좌진 제도를 개선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기에 이번 사안을 계기로 여론과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회의원 보좌진 제도의 구조적 개혁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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