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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파브르 곤충기'에 담긴 초고령사회 메시지
연초부터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고 온 매스컴이 요란하게 떠들고 있다. 초고령사회라는 이미지는 사람들이 오래 살아서 더 좋아진다는 기대보다 오래 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형편이 되었다. 특히 오래 살게 되면 몸과 마음이 노쇠하여 스스로 살아가기가 어려워지고 남에게 신세를 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현장에서 한국의 백세인 연구를 하면서 만나본 상당수 초고령자들은 예상과 달리 훨씬 건강하고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온전하게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여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여야겠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늙음의 거룩함마저 느끼게 된다. 수많은 분들 중에서 팔십이 넘은 나이에 젊은 학자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에 도전하여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낸 특별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세 명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이루어낸 업적은 초고령사회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내 서재에는 오랫동안 5권으로 된 완역본 ‘파브르 곤충기’(탐구당, 1999)가 놓여 있다. ‘파브르 곤충기’는 초등학교시절부터 익히 들어왔던 서적이었고 곤충에 대한 정밀한 관찰과 더불어 아름다운 문장으로 유명한 책이라고 알려져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프랑스 원본을 직접 완역해낸 노(老)불문학자들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기증받게 되었다. 귀한 책을 받아 바로 완독을 해보려고 작심하였지만 계속해서 읽지 못하고 틈틈이 읽어 온 지 어언 이십 년째가 되었지만 아직도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모든 문장이 너무도 섬세하고 아름다워 도저히 듬성듬성 넘어갈 수 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읽고 있는 내가 내용이 궁금하여 서두르지 않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파브르 곤충기’는 부제를 ‘곤충의 본능과 습성에 관한 연구’라고 달고 총 10권으로 나누어 저술한 대작이다. 장 앙리 파브르(1823~1915)가 남프랑스 농촌 지역에 살면서 섬세한 관찰로 곤충의 세계를 정밀하게 조사하여 기록한 이 책은 그의 나이 50세에 시작하여 84세에 완성한 책으로 90세에 이르기까지 출판을 거듭하였다. 이 책을 위해 40년에 걸쳐 노력하여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서도 그 집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곤충기에는 왕쇠똥구리부터 시작하여 벌레광우리, 비단벌레사냥노래기벌, 노랑날개조롱박별, 쇠털나나니, 사무라이개미, 가위벌붙이, 구멍벌, 유럽진흙벌, 금풍뎅이, 소똥풍뎅이, 거지사마귀, 송장벌레, 귀뚜라미, 메뚜기, 조롱박먼지벌, 노린재, 금파리, 곰바구미, 주머니나방, 개거미, 라비린트거미, 클로토거미, 깍지벌레, 파리구더기의 기생충 등과 버섯 등을 관찰하여 그 본능과 생태를 너무도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곤충기는 단순한 과학적 관찰기록물이 아니라 문학적 측면에서도 예술성이 인정되어 나폴레옹 3세에게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한 작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 책이 일역 또는 영역된 책에서 중역하여 그것도 축약판 정도로만 소개되었을 뿐이었다. 이에 ‘파브르 곤충기’의 아름다운 문장에 감동한 불문학자 세 분이 작심하여 이 책을 제대로 번역하여 소개하여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서 10년 넘게 걸려 완역해 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세 분이 모두 팔십이 넘은 초고령의 연세로 예상을 초월하는 나이여서 필자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고령 노학자들이 합심하여 끈질지게 노력하여 집념으로 번역해 내었다. 그분들 중 안응렬 교수님은 1911년생으로 일찍이 가톨릭대를 졸업하여 이미 1937년에 프랑스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후 외국어 대학에 계시다 은퇴하였다. 유명한 ‘팡세’ ‘어린 왕자’도 이분이 번역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가형 교수님은 1921년생으로 동경제대 불문과를 나오시고 학병으로 끌려가는 고초를 겪고 돌아와 중앙대와 국민대에서 근무하셨다. 특히 앙드레 말로의 ‘희망’을 번역하여 소개하셨다. 또한 이근배 교수님은 1914년생으로 평양의전을 나와 나가사키대에서 학위를 받고 국내 생화학계를 이끌어 오셨다. 미술에 조예가 깊어서 고전인 G. 바사리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전(1568)’ 9권을 완역해 낸 분이다. 이 세 분은 모두 불문학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만나 서로 논의하다가 ‘파브르 곤충기’가 과학성과 예술성이 합치된 명저로 이 책을 번역하여 세상에 알려야 하겠다는 데 뜻을 같이하였다. 그리고 이분들은 중역에 의한 오역을 피하고 제대로 번역하여 널리 알리고자 직접 원본에서 직역으로 완역하자는 데 공감하여 원대한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러고 나서 10년이 지난 1999년에 드디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이분들 나이를 살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안응렬 교수 89세, 이가형 교수 80세, 이근베 교수 86세였다. 세 분의 나이를 합치면 255세였고 평균연령이 85세였다. 벌써 사반세기 전 20세기 말에 팔십이 넘은 세 분의 불문학도가 의기투합하여 총 10권의 ‘파브르 곤충기’를 직역하여 완성하였다는 점은 출판계에도 전에 없는 일이지만 특히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노인의 능력과 역할을 검토하는 측면에서 단연 특출한 귀감이 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더욱 파브르가 이 책을 완성한 나이와 이 책을 번역한 세 분의 평균나이가 동일하다는 점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평균나이 85세에 ‘파브르 곤충기’를 완역해 낸 업적을 새기면서 이분들이 합작으로 번역해낸 10권의 곤충기를 읽어나갈 때면 책에 서술된 내용의 과학성과 예술성에도 감탄하지만 이를 40년에 걸쳐 완성해낸 앙리 파브르는 물론이고 이를 10년 넘게 걸려 완전하게 번역해낸 평균연령 85세의 노불문학자들의 집념에 옷깃을 여미며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포기하거나 기권하지 않고, 나이 들면 들수록 지난해에 못하였던 일을 해내고 지난해에 몰랐던 지식을 더 습득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 고령사회가 걱정이 되고 두려울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고령인을 소개할 때는 주로 일본이나 구미 국가 사례들 위주였지만 이제 우리 주변에도 연령의 한계를 잊고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K-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어 미래 고령사회가 두렵지 않게 된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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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백세엄마 여든아들
수많은 백세인을 만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일들을 고향에 돌아와 어머니와의 삶을 통해서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부지런하게 항상 무엇인가를 하시는 모습. 새로운 것을 배워서 시도해 보는 도전. 자식과 이웃과 어울리고 배려하는 삶. 사물에 대한 깊은 관심. 건강을 스스로 지키려는 적극적 노력. 일흔이 넘은 자식에게 꾸지람을 주며 생활을 지도하는 어머니의 당당함. 이런 점들은 바로 백세인의 공통점이었다. 일흔 넘어 고향에 돌아와 아흔 넘은 어머니와의 삶을 시작한지 벌써 여덟해가 되었다. 그 동안 나이든 아들은 다시 어려지고 늙으신 어머니는 다시 젊어지시기를 소망하면서 살아왔다. 고향에 돌아와 어머니 모시고 살면서 느낀 회향회춘(回鄕回春)의 기쁨을 알리고자 “백세엄마 여든아들 (박상철, 시공사)”라는 제하의 책자를 상재하였다. 늙은 아들이 더 늙으신 엄마와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하면서 초고령사회에서 고향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기를 권장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늙는다는 것은 거룩한 일임을 잊지 말자.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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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보석' 되려다 '화석'이 된 백세인의 불편한 진실
인류는 오래 동안 건강하고 풍요롭게 장수하며 많은 자손을 두고 평온하게 삶을 마감하는 이상적인 삶을 꿈꿔왔다. 그 중에서도 장수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핵심 요소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수명이 크게 연장되면서, 장수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 기술과 생활 수준의 발전에 따른 수명의 지속적 증가는 기본적으로 반갑고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그 이면에는 노령 인구의 급증과 그에 따른 노쇠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불편한 진실인 '장수의 패러독스'가 부상하고 있다. 수명 증가는 생체 기능의 저하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되는 노쇠 현상을 동반하여 독립적 생활이 어려워지고 의존적 삶을 살아가게 하면서 개인에게는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오고 사회적 재정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그 결과 기대했던 노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장수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질병 없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무병장수(無病長壽 escaper). 둘째, 질병을 치유하여 장수하는 치병장수(治病長壽 survivor). 셋째, 질병이 있더라도 동반하면서 장수하는 극병장수(克病長壽 delayer)이다. 무병장수는 생활 습관이 건전하여 퇴행성 질환 없이 장수하는 경우로 바람직한 장수 패턴이다. 치병장수도 의료 혜택으로 질병을 완치하고 장수하기 때문에 문제가 덜하다. 그러나 각종 질환을 지니고 살면서 극병장수를 이루는 노인들의 증가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무병장수가 인간의 절대적 염원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치병장수와 극병장수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장수 사회는 각종 퇴행성 질환의 동반 증가를 가져오며, 이에 따른 재정적인 의료비 증가와 간호 및 개호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장기적인 요구를 발생시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결국 고비용 장수사회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 노화는 신체적 기능을 저하시킨다. 세포 분열의 한계가 초래되고 조직 재생 능력이 저하되며,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노화는 에너지 생산 감소와 활성산소 생성 촉진으로 인해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초래하여 신체의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면역력 감소로 질병 이환율이 증가하고, 근육량과 근력의 감소는 운동 능력을 저하시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골밀도 감소는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을 높이며, 관절의 퇴행성 변화는 보행과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 외에도 심혈관, 소화, 신장 및 호흡 기능 저하가 초래된다. 신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저하된다.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는 기분과 감정 조절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노화에 따른 뇌세포의 감소와 뇌 구조의 변화는 기억력, 판단력, 학습 능력 등 인지 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며, 일상생활에서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치매와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수로 인한 생체 기능 쇠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의료 서비스와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며, 국가의 의료 시스템에 큰 부담을 준다. 노인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면서 연금과 같은 사회 보장 제도의 부담이 커지고, 젊은 세대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어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생체 기능의 노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를 지연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인적 노력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선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근육량 유지, 심혈관 건강 개선,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예방적 치료를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교류와 취미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사회적 차원에서는 노인 복지 서비스와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여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노쇠와 질병에 따른 개인적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대책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신체 기능의 쇠퇴를 보조, 증강, 대체, 복원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와 수단을 제공한다. 단순한 보행 보조기, 시청각 보조기부터 심혈관 스텐트, 임플란트와 같은 체내 삽입 장치뿐 아니라 생활 보조 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일상이 불편하고 활동이 부자유한 노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 기술적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생체 기능의 노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평생 동안 철저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만 한다. 오키나와 백세인 연구에서 과거의 백세인들은 건강하고 활발하게 생활했지만, 최근에는 절반 이상이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 보조를 받는 상황이라는 보고는 수명 증가로 장수인은 증가하였지만, 장수인들 태반이 건강 상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30여 년간 오키나와 백세인 연구를 주도하였던 스즈키 마고토 박사가 장수인이 더 이상 "보석(寶石)" 같은 존재가 아닌 "화석(化石)"으로 변해버린 것과 같다는 한숨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장수의 패러독스는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개인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장수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활발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방적 건강 관리와 과학기술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장수는 축복(bonus)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장수는 인류에게 부담(onus)이 될 뿐이다. 장수 사회에 초래된 역설적인 현상들은 장수가 일반인들이 염원해 온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서 개인이나 사회에 오히려 불행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 노력과 사회적 지원 체계를 병행하여 강화해야 한다. 세계 최고장수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욱 서둘러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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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저비용장수시대' 열기 위한 K-시니어의 역할
인구학자 에자티 박사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2030년이 되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최장수국으로 진입한다는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엄연한 사실이다. 필자가 지난 사반세기 동안 현장조사를 통하여 백세인 연구를 추진해 오면서 관찰한 장수인들의 생활패턴이나 삶의 질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장수패턴이 양적으로나 질적 측면뿐 아니라 속도적 측면에서도 다른 여느 장수국가들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리의 장수패턴을 K-장수(K-Longevity)라고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다. K-장수요인으로는 정치·경제·사회의 제반 변화를 비롯해 의료시스템과 생활문화 개혁 등이 지적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K-장수를 이루어 낸 특정 세대의 연령층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연령 차이에 따라 '세대가 다르다'는 표현을 한다. 세대의 단위는 보통 25년 정도를 일컫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백세인들은 4대는 기본이고 5대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본다. 19세기 말 출생한 백세인은 결혼 연령이 10대 중후반이어서 한 세대가 20년에 불과한 반면 21세기인 지금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한 세대가 30년을 넘어 가고 있다. 비록 유전자는 부전자전으로 이어지지만 출생의 시대적 차이는 성장 과정에서 겪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변혁에 따라 생활패턴은 물론 판단 기준이나 사고방식도 모두 달라지게 한다. 따라서 세대별로 세상을 대하는 시대정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적 변화는 전후 일본의 단카이(團塊) 세대, 1가구 1자식 시대의 중국 주링허우(九零後) 세대와 같은 독특한 세대를 출현하게 하였다. 미국 저널리스트들은 대공황 이전의 잃어버린 세대, 대공황 이후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이끈 위대한 세대, 세계대전을 겪으며 묵묵히 일한 침묵 세대,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 그 이후 X세대, Y세대, Z세대 그리고 21세기에 태어난 알파세대 등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심한 정치적 격변을 거쳤다. 한말 격동기, 일제강점기, 광복과 6·25전쟁 혼란기, 4·19 학생 의거, 5·16 군사쿠데타, 5·18 광주민주화투쟁, IMF 경제위기가 차례로 일어나면서 이러한 격동을 겪어낸 세대 간 간격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항간에서는 우리나라 세대를 미국식 분류에 준하여 전전 세대, 전후 세대, 베이비붐 세대, 7080세대, 386세대, X·Y·Z·M세대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베이비붐 세대부터는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막상 전전 세대나 전후 세대에 대해서는 수혜복지 대상인 노인층으로 폄하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세대가 온갖 혼란과 격동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세계 최저빈국에서 10대 경제대국으로 이끌어 온 주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경제대공황 이후 태어나서 세계 최강국으로 이끈 세대를 위대한 세대라고 불렀듯이 우리도 광복 전후로 태어나 간난신고를 겪으며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현재 70·80대를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라고 불러 마땅하다. 격동을 겪어내고 대한민국을 우뚝 세운 위대한 세대는 여느 나라의 노인들과 차별되는 노인상을 이루고 있다. 이 위대한 세대가 바로 K-장수시대의 주역이기 때문에 이들 집단을 다른 나라의 시니어들과 구별하여 K-시니어(K-Senior)로 새롭게 개념화할 것을 제안한다. K-장수의 놀라운 성과는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메시지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여러 가지 역설적인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노인층의 급증은 노쇠 인구의 증가와 높은 자살률을 동반하여 의료적 처치와 돌봄 및 재정 부담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과 지역사회의 역할과 책임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회적·문화적 충격을 주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세대 대가족 구조의 전통사회에서는 노인 돌봄은 마땅히 가족이 해결하여야 할 사안이었지만 산업화에 따라 핵가족 사회로 전환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차차 부각되었고 이후 이혼과 미혼이 급증한 가족 해체 1인 가구로 이행하면서 사회복지적 대응체계의 핵심 의제로 등장하였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으로 대량 진입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노인의 치료와 돌봄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재정 부담이 증대하여 고비용장수사회(高費用長壽社會)가 초래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고비용장수사회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으며 결국은 좌초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은 시급하다. 그 해법으로는 다양한 방안이 있겠지만 우선 K-장수시대의 주역인 K-시니어의 역할에 대해서 새롭게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K-시니어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루어낸 당사자들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끝까지 잘 이어지도록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정신으로 책임도 질 수밖에 없다. 정치·경제·사회적 측면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문화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후속 세대가 온전하게 국가와 사회를 이어받도록 특단의 각오를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속 세대가 우리 세대 때문에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저비용장수사회(低費用長壽社會)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K-시니어는 스스로 건강을 확실하게 지키며(自康),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처리하며(自立),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해(共生) 다짐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K-시니어는 가족문화를 살리고 지역사회를 되살리기 위해서 전통적 두레정신을 되살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봉사와 헌신을 다하여 내일을 개척하는 프런티어(Frontier)가 되는 데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시니어프런티어정신(Senior Frontiership)이 바로 장수사회의 역설을 극복하는 해법이 아닐 수 없다. K-장수의 주역인 K-시니어가 시니어프런티어 운동의 선봉에 서서 전 세계에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빛나고 멋진 행복한 사회로 이끄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K-장수를 이룬 K-시니어의 책임이며 건강장수를 이루는 최선의 방안이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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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대통령 퇴임 후 더 빛난 존 퀸시 애덤스와 지미 카터
은퇴 후의 삶이란 누구에게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평생 달려왔지만 정해진 연령의 고비에서 일단 달려왔던 길을 멈추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화려하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을 지나왔던 길과는 전연 다른 길을 찾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를 맞게 되면 누구나 고민하면서 남은 생애 자신의 삶을 보람차고 알차게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을 역임한 이들의 은퇴는 일반인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게 마련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최고의 권력을 가진다. 그러나 일단 퇴임하면 소시민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최고 권력자에서 소시민으로 돌아간 삶은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변화된 상황을 극복하여 성공적인 은퇴의 삶을 달성하기가 일반인보다 더 복잡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재선을 스스로 포기한 사례는 엄청난 용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두 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통령들은 퇴임 후 대부분 향리에서 조용히 지내는 삶을 보냈다. 그런데 46대에 이르는 대통령들 중에서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과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장수학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미국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는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아들로 태어나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미국 최초 부자(父子)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는 1차 임기 후 대통령에 재선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평가가 높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가 특별한 이유는 대통령직을 마친 뒤 삶이 다른 대통령들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재선에 실패한 그는 고향 퀸시에 돌아와 과거의 대통령이었다는 영화에 안주하지 않고 심기일전하여 지역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하여 8번이나 연이어 당선되어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하였다. 중도에 주상원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하기도 하였으니 그의 인생 노정을 보면 주민 투표에 의한 선택을 받으면서 정신적 영욕이 얼마나 컸을까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후일 그가 특별하게 인정받게 된 이유는 당시 유명하였던 ‘라 아미스타드’호 노예반란사건 때문이었다. 카리브에서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을 적극 지지하여 무죄가 되게 하였고 이를 계기로 노예제도에 대한 반대를 분명하게 하여 후일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을 기초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인정받게 되었다. 그가 화려한 과거는 덮어버리고 향리에 돌아와 허심탄회하게 고향을 위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낸 행보는 은퇴 후 삶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다. 존 퀸시 애덤스의 행보가 우리 피부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이유는 소멸되고 있는 우리나라 농어촌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쳐 국가 발전과 미래 사회를 위하여 불철주야 헌신해 왔던 유능한 은퇴자들이 이제는 귀향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라는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존 퀸시 애덤스에 못지않게 은퇴 후의 삶을 아름답게 누린 사례는 미국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이다. 지미 카터는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태어나 해군 복무 후 고향에서 땅콩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다가 주상원의원, 주지사를 역임하고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도덕주의와 평화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그는 이집트-이스라엘 캠프데이비드 평화조약을 조인하도록 유도하였고 소련과는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조인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그의 소망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우리나라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였고 한미연합사를 창설하였다. 그의 치세 도중에 박정희 대통령 시해와 5·18 사태가 일어났으며 이를 야기한 신군부를 인정한 카터의 대통령으로서 행보는 논란을 야기하였고 결국 재선에 실패하게 되었다. 그러나 카터가 특별한 이유는 퇴임한 후 민간 중심의 카터재단을 만들어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 제3세계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적 선거감시체계를 구축하였고 질병 방재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였다. 국내적으로는 빈곤층을 지원하고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추진하는 박애적 활동을 벌렸다. 뿐만 아니라 전임 미국 대통령으로서 후광과 인맥을 동원하여 국제적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핵분쟁 위협이 제기된 북한을 비롯하여 아이티, 팔레스타인, 보스니아 등 국제분쟁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그 지도자들을 설득하고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하도록 유도하였다. 이스라엘-이집트협정의 성과가 부진하자 다시 오슬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정을 중재하였다. 이러한 인권존중과 국제적 분쟁중재의 공로로 그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대통령직을 은퇴하고 나서 세계 평화와 빈민 퇴치를 위하여 헌신한 그의 노력이 인정받게 되었다. 부인 로잘린 여사와는 1946년 결혼하여 2023년 사별하였으니 77년을 해로하였다. 하지만 2015년 악성흑색종의 진단을 받고 치료받아왔으나 전이가 진행되어 2023년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택에서 호스피스 간병을 받고 있다. 그는 10월 1일이 되면 백세인이 된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백세인이 되는 것이다. 그의 행보에 대해 장수학자가 특별하게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1981년 대통령직을 벗어난 이래 43년 동안 대통령 시절보다 더 열심히, 더 적극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굴레 속에서 완성할 수 없었던 도덕주의와 평화 유지라는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자유인의 신분으로 국내외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한 행적은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직에 연연하지 않고 퇴임 후에도 자신의 꿈과 희망을 견지하며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은 이들의 삶은 퇴직하고 나서도 오랜 기간을 살아가야만 하는 은퇴자들에게 삶의 방향을 이끌어 줄 등불이 되고 있다. 과거에 대한 미련과 퇴직 후의 공허함과 무력감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여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노년의 삶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은퇴 후에도 목적을 잊지 않고 지역사회에 헌신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바로 미래 장수사회의 희망이자 해법이 아닐 수 없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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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가족해체와 인간관계망 와해 …장수 패러독스 해법 찾아야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미증유의 다양한 문제들이 떠오르고 있다. 인류에게 장수는 축복이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막상 도래한 장수사회에는 기대해 왔던 바와 다른 역설적인 현상들이 빚어지고 있다. 장수패러독스(Longevity Paradox)의 첫째는 생물학적 출산율의 격감이다. 수명증가에 따라 출산율이 저하되는 수명과 출산율의 역비례 관계는 생명현상의 보편적 원리로서 모든 동식물에 적용되고 있으며 인류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둘째 장수패러독스는 인간관계 변화로 인한 사회질서의 변조이다. 함께 오래 살면 살수록 가족이나 친구 또는 이웃과의 관계는 강화되어 연대가 증폭될 것으로 기대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장수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간관계가 변하고 세대 갈등이 증폭되어 사회의 근간이었던 질서와 윤리의 바탕이 흔들리고 있음을 본다. 인간관계 변화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는 노인케어의 주체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다세대 대가족 구조가 기본이었고, 노인케어는 가족의 일이었다. 지중해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구곡순담 장수벨트 지역에는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공적 양로시설이 거의 없었다. 노인은 대가성 서비스가 아닌 가족에 의한 정서적 봉사를 통하여 자기가 살던 곳에서 가족과 함께 오래 살 수 있는 향거장수(Aging in Place), 살던 곳에서 가족의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향거치유(Care in Place)를 누리고 살아왔다. 그러나 인구 도시집중은 핵가족화를 초래하고 미혼과 이혼이 급증하여 가족이 해체되면서 노인케어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사회가 대응하여야 하는 문제로 바뀌어 버렸고, 사회적 개호의 양로원과 요양원이 필수 시설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노인케어는 전문시설과 전문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재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비용 장수사회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 수명연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노인케어의 대상자가 급증하고 설상가상으로 출산율의 급속한 감소는 후속세대에게 재정적 사회적 부담을 가중하여 미래를 암울하게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구곡순담 장수벨트를 중심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 백세인의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세인의 가족 동거율이 90%에서 50%로 격감하고 독거율이 10%에서 30%로 급증하고 양로시설 입주가 0%에서 20%로 늘었음이 밝혀졌다(한국의 백세인 20년의 변화, 군자출판사). 이러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농촌지역에서도 노인케어의 주체가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인케어의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부모자식 간에도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장수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족의 구조와 역학 변화이다. 수명이 연장되고 다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세대 수직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대간에 보다 폭넓은 소통과 유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손자녀 양육을 위한 조부모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다세대 가족의 역할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노부모를 모셔야 하고 자식을 챙겨야 하는 중간세대에게는 정서적 재정적 스트레스가 되어 사회 불안요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심화되는 세대 갈등은 상황을 복잡하게 이끌고 있다. 과거 명절이면 수천만명이 교통지옥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가족과 고향을 찾았다. 이제는 귀성인파도 극감하고 고향도 친구도 찾지 않고 오로지 화상통화나 목소리 듣는 정도로 만족하는 세태로 변질하고 있다. ‘좋아하면 더 노력해야 한다 (多愛必多費)’는 단순한 논리에 반하여 고생을 회피하는 상황으로 바뀌면서 관계의 강도가 줄어드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가족의 핵심인 부부관계마저 크게 변하고 있다. 함께 오래 살면서 공유한 경험과 상호 지원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왔는데 장수는 부부관계의 지속적 적응과 재협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배우자의 사망, 이혼 또는 동반자에 대한 욕구변화로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초래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신장성은 이슬람문화권이지만 일부일처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 지역의 백세인 조사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과 이혼이 비교적 자유로운 지역이기 때문에 백세남성의 경우 일생 동안에 평균 5회의 결혼을 하였으며 백세여성의 경우도 평균 3번의 결혼을 하였다고 보고되었다. 이런 현상은 부부라는 관계가 반드시 영속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수명이 길어질수록 결혼과 이혼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부부 윤리의 핵심인 해로동혈(偕老同穴)의 의무가 장수사회로 접어들면서 점차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수사회에서는 친구관계도 변한다. 평생의 우정은 사회적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요인이며 오래 갈수록 우정은 강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수인의 경우는 대부분 사별에 따른 친구 상실로 인한 슬픔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절실하게 노력하는 백세인의 모습을 본다. 강원도 산골에서 매주 서너 시간 걸려 험한 산을 넘어가서 친구를 찾아가는 백세인이 있었다. 친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감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수사회에서 친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새로운 친구를 더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대를 벗어나서 친구를 찾아야만 한다. 경로당에서 칠팔십대 젊은 노인들과 어울리려고 애쓰는 백세인을 만나면서 장수인의 외로움을 덜기 위한 절실한 노력을 본다. 세대란 성장과정에서 겪는 정치경제사회의 변혁에 따라 생활패턴과 문화는 물론, 판단기준과 사고방식이 달라지면서 결정되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는 시대정신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변화가 크지 않았던 전통사회에서는 세대 갈등도 크지 않았지만 현대의 급속한 사회적 변화는 시대정신에 큰 차이를 가져왔으며 급증하는 고령인의 숫자는 세대 갈등을 증폭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세대 차이를 적극 포용하면서 어울리려는 노력을 하여야만 한다. 노인케어 주체의 변화, 파트너십의 변조 및 상실의 경험과 같은 장수패러독스도 있지만 반대로 장수는 인간간의 더 깊은 유대와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여야 한다. 그러나 수명의 연장은 관계의 본질에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평생학습과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기 건강을 지키고 자기 삶을 독립적으로 견지하며 수혜복지 대상이 아니라 참여복지 주체로서 공동체를 위한 봉사에 앞장서서 후속세대에게 사회적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미래공동체는 모든 연령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 가능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세대 갈등을 배제하고 사회적 포용을 촉진하며, 고령자의 기여를 존중하고 감사하는 문화를 조성하여야 한다. 또한 의료, 기술 및 사회 정책의 발전을 통해서 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장수사회에 초래될 인간관계망 와해라는 장수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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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장수 패러독스 …출산율 격감 해법은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단순 수명 증가가 아닌 기능적 장수(functional longevity)가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온전한 신체와 정신을 갖추어 삶의 질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개인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신종 역병과 재난을 극복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정비는 필수적이다. 제반 시설뿐 아니라 생활환경의 안전을 추구하고, 자연환경은 물론 환경 변화의 악영향도 극복하여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진 사회는 인간의 염원인 장수의 패러다임을 구축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을 향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개혁에도 불구하고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미증유의 역설적인 문제들이 떠오르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출산율이 격감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인간관계의 양적·질적 변화, 세대 갈등, 사회질서 변조, 존엄성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인류사회의 근간이었던 기존의 질서와 윤리의 바탕이 흔들리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 하지 못하면 장수의 역풍이 불게 마련이다. 장수 패러독스(Longevity Paradox)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심각하게 고심하면서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장수 패러독스의 첫째는 무엇보다도 출산율 격감이다. 생명현상 미스터리 중 하나는 종의 기대수명과 번식이 반비례한다는 점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하루살이와 같은 벌레나 멸치와 같은 작은 어류는 엄청난 양의 알을 낳아 번식하고 고래나 코끼리같이 크고 오래 사는 동물들은 평생 극소수의 새끼밖에 낳지 않는다. 식물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잡초와 같은 일년생 식물은 순식간에 지역을 덮을 정도로 번식하는데 다년생 나무들은 제한된 지역에서만 번식한다. 인류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별로 보면 기대수명이 높은 부유한 선진국의 경우는 출산율이 극히 저조한 반면 전쟁에 시달리거나 가난한 국가는 기대수명이 짧은 대신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중남미 국가들이나 아프리카 지역의 출산율이 높고 구미 국가들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적 차이에 국한되지 않고 동일한 국가 내에서도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계열적으로 출산율이 격동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전쟁이 끝나자마자 우리나라에는 베이비붐이 일어났다. 당시는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이후 사회적 환경이 안정되고 기대수명이 차차 증가하면서 출산율이 저하되기 시작하였다. 기대수명의 증가에 따라 출산율이 저하되는 수명과 출산율의 반비례 관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현상이다. 수명 증가에 병행하는 출산율 저하의 저변에는 사회적·환경적 요인들과 생물학적·진화적 요인들이 서로 얽혀 상호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번식과 수명 간의 상호 배제적인 조절 기전에 대한 설명은 없다. 환경적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학설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마치 생명체의 양적 조율이 미지의 손에 의하여 총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수명과 출산율에 관한 우리나라의 특수 상황이 국제적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인구학자 에자티 박사는 2030년이 되면 최장수국의 명예를 누려왔던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수국이 된다고 예측하였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고 최고 장수국가가 되는 요인으로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체계가 최상이고 경제적 풍요와 조기 영양 교육과 사회안전망 확보가 월등함을 지적하였다. 또한 한국의 여성 장수가 압도적임을 강조하면서 그 저변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증가가 세계적으로 부각되면서 반대급부적으로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벌어졌다. 수명 증가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이고 인류의 염원이었지만 이에 병행하는 출산율 저하는 미래의 동력을 상실하게 하여 고령사회를 암울하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고령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출산율 유지가 절체절명의 조건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 전방위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우선 사회정책적으로는 결혼을 독려하여 자식을 낳게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출산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출산이 바로 미래 사회를 위한 보장성 보험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지난 20여 년간 수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악화일로에 빠졌던 이유를 밝혀야 한다. 사회적·정책적 노력만으로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인지하여야 한다. 다시는 정책적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저하 요인에 사회적·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생물학적 요인이 얽혀 있음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인류는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마다 혁신적 과학기술을 통하여 해결하였다. 비근한 예가 코로나-19 사태이다. 전 세계가 사회적·정책적 수단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려고 몸부림치면서도 마지막 희망은 바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있었다. 과학기술 개발이 인류를 암울한 구렁텅이에서 구한 것이다. 출산율 저하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출산율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에서 과학기술적 측면을 등한시한 점을 정책당국은 반성하여야 한다. 해법의 원칙은 가임여성의 숫자를 증대하고 가임기간을 연장하는 과학기술 개발이다. 가임여성의 숫자를 증대하기 위해서는 불임이나 난임 비율을 감소시키는 의학적 해결이 필요하다. 최근 여성의 불임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체외수정을 통한 시험관아기의 효율을 증대하는 기술이 발전되어야 한다. 보다 근원적 해결 방안은 여성의 가임기간을 연장·확대하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가임기간은 초경부터 폐경에 이르는 30여 년이다. 폐경기 도래를 지연하여 가임기간 자체를 연장·확대할 수 있다면 츨산율 제고를 위한 획기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난소 기능을 젊게 유지하고 유관한 내분비선의 노화를 억제하는 방안이 개발되면 결국 여성을 보다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하여 초고령사회의 목표인 기능적 장수를 달성할 수 있다. 출산율 격감이라는 장수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대응에 그치지 말고 사회적 노력과 함께 과학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등 본질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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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이 갖는 한계
20세기 말까지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학설은 산화적 손상설(Oxidative Stress Theory of Aging)이다. 이를 제안한 덴함 하먼(Denham Harmon)박사는 노벨상수상자의 후보로 해마다 거론되어 왔다. 생명현상의 기본인 노화를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노화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산화적 손상설은 생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호흡하는 과정에서 부득불 발생하는 유해산소가 바로 노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산소호흡하는 생명체의 경우 소모되는 산소 중에서 적어도 2% 정도는 활성산소종 또는 산소라디칼이라고 불리는 유해산소를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일종의 필요악(Necessary Evil)인 셈이다. 유해산소는 자체 반응성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생체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언제나 있다. DNA, RNA 등의 핵산, 단백질 및 지질 등의 다양한 생체 구성 물질들에 영향을 미쳐 산화를 촉발하여 구조적 및 기능적 변화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퇴행적인 노화를 일으킨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가설을 받쳐주는 자료는 시험관 수준뿐 아니라 개체수준에서도 매우 다양하다. 시험관적으로는 배양하고 있는 세포주에 산화적 스트레쓰를 주면 노화현상이 초래되고, 항산화제를 처리하면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 한편 각종 동물들의 수명비교 실험에서는 항산화시스템의 활동성과 수명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되었다. 예를 들면 수명이 긴 동물은 짧은 동물에 비해서 소변내 배설되는 8 hydroxy guanosine 과 같은 산화적 스트레쓰에 의한 DNA손상 물질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지질의 과산화지표로 이용되는 4-hydroxy-nonenal이나 malondialdehyde 등이 노화에 따라 증가하고, 단백질의 산화도 증가함이 차례로 밝혀졌다. 더욱 수명이 일반인의 절반밖에 되지 못하는 워너 증후군이나 수명이 5분의 1도 안 되는 프로제리아와 같은 조로증 환자들에게서 카보닐화 정도로 나타나는 세포내 단백질 산화도가 높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산화적 손상에 대응하여 생체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보호시스템을 진화적으로 발전하여 보강해 왔다. 슈퍼옥시드 디스뮤타제, 카탈라제,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제, 등의 효소시스템과 더불어 글루타치온, 퍼옥시리독신, 치오리독신 등과 같은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물질들을 자체 생성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효소계 유전자를 강화하면 수명이 연장될 수 있음도 밝혀졌다. 이와 같이 생체분자의 산화가 퇴행성변화를 초래하여 노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점점 부각되면서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의 위상이 높아졌다. 더불어 유해산소를 직접적으로 제거하거나 그 생성을 억제하는 다양한 물질이나 약제들이 항산화제라는 명목으로 개발되어 노화방지, 항노화, 노화예방 등의 구호로 산업, 의료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을 제창한 덴함 하몬박사는 매년 노벨상후보자로 거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하였다. 그 결정적 이유는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 가지는 운동의 건강효과논쟁에서 불거졌다. 운동을 하면 그만큼 유해산소가 많이 발생하는데 운동을 권장하여야 하는가가 문제였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적절한 강도의 운동은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수명연장에 도움이 준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서 운동으로 발생하는 산소라디칼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되었다. 다음 질문은 산소라디칼이 반드시 생체 내에 유해한가라는 의문이다. 산소라디칼은 무작위로 생체물질들과 작용하여 손상을 초래하여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어왔는데 산소라디칼이 엉뚱하게 생체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상피세포증식인자(EGF)를 처리하여 세포 증식을 유도하면서 항산화제를 동시에 처리하면 세포증식유도가 중단된다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또한 동물을 대상으로 하여 항산화제가 노화와 수명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한 실험에서 일률적이거나 보편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수명에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이 지금까지 기대하여온 바와 달리 노화를 설명하는 결정적 이론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산소라디칼의 제거 또는 방지가 반드시 생체에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으며 오히려 일부 산소라디칼은 생명현상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의 또다른 문제는 보다 더 근원적인데 있다. 산소라디칼이 생체내 불특정한 표적을 공략하여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특정한 유전자나 단백질 분자를 공략한다면 효과에 대하여 일정한 기전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산소라디칼의 공략이 무작위적으로 방향성이 없다는 사실은 노화원인으로서의 설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분자나 세포 및 개체 수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생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손상을 받으면 스스로 죽어가는 세포사멸에 이르거나 또는 형질전환하여 암세포로 바뀌어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산화적 손상이 초래하는 보편적인 노화현상을 초래하는 공통적인 경로가 있는가를 밝히는 일이 시급하다. 산화적 손상설의 기본 바탕은 무작위적 표적에 대한 손상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거의 일정한 패턴의 노화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의 근원적 문제점이고 한계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산화적 손상설은 가설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노화학계의 거두였던 덴함 하먼박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이 완벽하지 못하여 정설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산화제로 노화를 억제하겠다는 개념이 한계가 있음을 분명하게 알아야겠다. 또한 유해하다고만 생각해왔던 산소라디칼이 더 이상 필요악이 아니라 필수선(Essential Good)으로서 생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생체의 어떤 물질들도 소중하다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생명체의 오묘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개인적으로 필자는 하먼박사의 추천으로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면서 명복을 빌고 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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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100투더퓨처] 이제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이 아닌 순로장생(順老長生)의 시대
전래적으로 인류는 늙지 않고 오래 살기를 염원해 왔다. 수천 년 동안 늙음을 억제하고 방지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연단술·연금술과 같은 비술을 부단하게 개발하여 왔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고, 불로장생의 염원은 무모하고 허황한 사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놀라운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제도의 개혁은 인간 수명을 급격히 늘려 사회의 고령화를 초래하였다. 이에 따라 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화를 억제하고 거부하자는 안티에이징(Anti-Aging·抗老化)은 노화를 근원적으로 적대시하는 개념으로 노화 해법의 전통적인 주도적 방안이었다. 근자에는 노화 현상이 생리적 변화가 아닌 질병 상태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노화를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모든 노인들이 환자로 바뀌게 되고 노화는 피해야 하고 버려야 하는 상태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층 더 나아가서 늙음을 젊음으로 되돌리자는 역노화(逆老化·Reverse Aging) 개념이 공공연하게 추가되면서 노화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측면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 당장 의료기술의 발달을 통하여 수명 연장이 눈앞에서 달성될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나면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명 연장 방안의 개발은 현실적으로 요원함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사회적 혼선이 가속되고 있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당사자인 노인들을 폄하하고 좌절하게 하여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훼손하고 닥쳐오는 초고령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주장들은 생명체의 생리적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일어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다가 어떤 시점부터는 더 이상 자라는 대신 늙어 가며 결국은 죽는 생로병사의 과정이 생명의 생리적인 노정임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늙음을 굳이 거부하거나 반대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대응하는 방법이 더욱 윤리적이고 실효적일 것임은 분명하다. 최근의 연구 성과를 통하여 노화의 생물학적 의의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아니고 생명체가 외부 스트레스에 대해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을 위한 생명의 과정으로 밝혀지면서 노화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되었음이 지적되었다. 또한 평균연령이 30세밖에 되지 못했던 시대에도 100세에 이르는 초장수인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노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획일적 효과를 미치는 게 아니라 개인에 따라 상이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연령적 노화와 상관없이 개별적 차이에 따른 건강 장수가 가능함을 분명하게 하였다. 따라서 노화를 거부하는 안티에이징 개념을 벗어나 대안으로 노화를 수용하여 긍정적으로 대응하자는 웰에이징(Well Aging·順老化)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참살이라는 웰빙(Well Being)과 삶의 종점에서 사람다운 존엄성을 지키며 참죽음에 이르는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논의와 실천적 행동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도 고종명(考終命)을 오복 중 하나로 포함하여 웰다잉의 의미를 존중해 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웰빙에서 웰다잉에 이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늙음이 점차 삶의 복합적 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종래의 항노화(안티에이징)라는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방법으로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역발상으로 노화에 대한 능동적이고 긍정적 대응을 추구하는 순노화(웰에이징)라는 개념이 새롭게 제기되었다(<웰에이징> 박상철, 2009 생각의나무). 항노화는 노화를 죽음에 이르는 과정으로 보고 노화 억제만을 지상 목표로 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인이 무기력한 존재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반면 순노화는 나이듦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부각하면서 살아온 과정에 축적해온 지혜와 경험의 미래지향적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순노화는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건강하게 자기 삶을 이끌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질을 높게 영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백세인들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면 답은 거의 똑같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 '하느님이 데려가면 좋겠는데 안 데려가시네' 이런 식이다. 반면 구미의 백세인들은 자신이 나이든 걸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우리나라 백세인은 나이가 들면서 자식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퇴직하고 놀게 되니 나이 든 것이 죄 짓는 것이며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반면 구미의 백세인이 당당한 이유는 다른 사람이나 젊은 세대에게 신세를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자신의 독립과 존엄성을 생명의 최후 순간까지 지켜 나가는 태도의 차이가 나이듦을 당당하게 한다.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에 맞추어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나 자신의 삶을 설계하여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태도가 순노화다. 인간의 장수 요인은 집 짓기에 비유하여 바닥과 기둥, 지붕 세 가지 축으로 나뉘어 설명한다. 바닥 조건은 성별, 유전자, 환경, 생태 문화와 같은 자연생태적 요인을 가리키며, 지붕 조건은 의료제도와 사회보장, 경제적 상황과 같은 사회정책적 요인이다. 한편 기둥 조건은 운동, 영양 관계, 사회 참여와 같은 개인이 담당하여야 하는 요인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끝까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고 움직인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고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면 오래 산다는 것이 불편하거나 미안해야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오래 산다는 것이 남에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과학기술에 의존하여 생명체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약물을 사용하여 무리하게 노화를 거부하려고 발버둥 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 앞서서 노화라는 생리적 변화를 수용하여 오히려 활용하면 노화가 결코 두려운 현상이 될 수 없으며 그 효과가 분명할 것은 자명하다. 노화를 부정하거나 적대시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서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삶을 개선해 나가는 웰에이징을 이루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추구하지 않고 순로장생(順老長生)을 추구하여야 할 때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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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100투더퓨처] 노화의 근본 원인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다
생명체의 노화를 밝히기 위한 노화 학설의 전제조건은 다양한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노화는 생명체의 보편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이면서 대립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노화의 원인 측면에서 제기되는 필연적인가 우연적인가의 문제, 노화의 다양한 현상이 보여주는 구조적 측면에서 제기되는 부분적인 변화의 누적인가 총체적으로 초래되는 결과인가의 문제, 목적적 측면에서의 번식과 생존의 문제 등 상호 대척적일 수밖에 없는 본질적 문제가 가로 놓여 있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분자, 세포, 개체 및 환경 수준에서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어 왔지만 대부분은 노화현상의 일부분만을 설명하는 양상설(Aspect Theory of Aging)에 그치고 있다. 노화 학설의 분류에서 원인적으로 대립되는 명제는 우연과 필연 개념의 연장선에서 노화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필연적으로 결정된다는 이론과 환경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의하여 생체 구성물질들이 손상을 입은 결과로 초래된다는 이론이다. 필연적 프로그램설에는 수명프로그램설, 내분비노화설, 면역노화설 등이 있다. 수명프로그램설은 노화되면서 초래되는 다양한 변화가 결국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가설로서 노화유전자의 규명이 가장 중요한 조건인데 노화를 직접 유도하는 특정유전자를 아직 찾지 못하였다. 그동안 직접노화유전자로 기대되었던 조로증인 프로제리아의 유전자나 워너증후군의 유전자가 모두 정상유전자가 돌연변이되어 노화를 초래하는 간접노화유전자로 밝혀졌다. 다만 텔로미어 가설이 등장하여 증식에 따라 줄어들 수밖에 없는 텔로미어가 수명한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일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분비노화설은 내분비선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퇴화하여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노화가 초래된다는 가설이지만 내분비선의 퇴화조건이 밝혀져 있지 못하다. 면역노화설도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면역계의 기능이 저하되어 생체 방어기능이 약해져 노화된다는 가설로 특히 흉선의 퇴행에 따른 T세포 생성 저하가 노화를 초래한다는 가설이지만 흉선의 조기 퇴화 원인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연적 요인에 의하여 노화를 유도한다는 손상과오설에는 마모설, 활동률설, 교차결합설, 유해산소설, 체세포돌연변이설 등이 있다. 마모설은 주위 환경에서 닥쳐오는 제반 위해요인들에 의하여 세포 내 물질들이 손상되고 수선 복구기능이 한계가 있어 마모된 물질이 누적되어 노화가 초래된다는 가설이다. 각종 손상물질, 폐기물질들의 누적이 강조되고 있다. 지질단백질이 산화되어 응고된 리포푸신, 뇌, 췌장 등의 조직에 침착되는 아밀로이드 물질 등이 그 예이다. 활동률설은 생체가 활동하면 할수록 생체손상이 초래되므로 활동률을 조절하여야 한다는 가설이다. 교차결합설은 생체 내 분자들이 서로 교차결합하게 되어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하여 제거되지 못하여 생체 기능을 제한하고 형태를 변형시켜 노화를 초래한다는 가설이다. 유해산소설은 생체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대사되는 과정에서 사용된 산소의 2~5%가 유해산소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해산소가 부득불 주변 생체물질들에 산화를 초래하여 세포손상의 주요인으로 작동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유해산소가 생체에 위해만 가하는 것이 아니라 증식 등의 생명활동에 필수적임이 밝혀지고 항산화물질의 투여가 수명연장이나 노화 제어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함이 밝혀져 가설 자체가 재검토되고 있다. 체세포돌연변이설은 살아가면서 여러 요인들에 의하여 돌연변이가 초래되어 유전자 발현뿐 아니라 유전자 자체가 원래의 정상적 조절과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노화된다는 가설이다. 노화에 따른 조직별 돌연변이율과 노화상태가 일치되지 못하고 있으며, 부분적 돌연변이가 총체적으로 일정한 노화현상을 초래하는 기전 등이 알려져 있지 못하여 아직 가설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기되는 구조적인 문제는 부분과 전체의 역할 분담이다. 노화가 세포의 부분적 변화에 기인하는가 또는 생체의 특정부위 노화가 결정하는가 아니면 여러 변화들이 연계되어 세포 전체의 노화로 이어져 나가는가 또는 생체 전체가 동시적으로 늙어져 가는가의 문제도 노화를 설명해야 하는 데 중요한 걸림돌이다. 부분을 주장하는 측은 세포에서는 미토콘드리아, 리소솜, 세포막의 노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여 각각 미토콘드리아 노화설, 리소솜 노화설, 막노화설 등을 제창하였다. 그리고 생체조직에서는 뇌의 해마, 뇌내분비선 특히 송과선, 뇌시상부, 뇌하수체 등의 노화가 궁극적으로 노화를 유발한다고 하였다. 반면 생체 전체 노화설을 주장하는 가설은 여러가지 변화가 누적되어 세포가 총체적으로 노화된다는 가설, 생체도 호르몬 또는 면역인자와 같은 생체인자가 전체에 영향을 미쳐 노화가 일어난다는 가설들이 주창되면서 서로간의 융합점을 찾으려 하였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노화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적 측면에서의 대립은 생식과 생존의 갈등이다. 동물의 진화는 생식으로 계대(繼代)하면서 선택과 적응의 과정을 수천 번 수만 번을 거듭하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생식이 끝나면 대부분의 동물은 죽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서 생식과 죽음이 교환(trade off)한다는 수명대가설이 등장하였다. 생식을 통한 종의 번식을 위해 생식 후 희생하는 대부분의 동물은 따라서 생식기 이후의 삶이 짧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생식을 하지 않는 경우 수명연장의 사례는 많이 있다. 즉 생식과 생존이 서로 대척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생식 후에도 생존하는 동물에게는 신체적 기능의 퇴화가 초래된다. 따라서 생식기 이후의 기간을 노화시기로 정의하기도 한다.인간의 경우는 생식기 이후의 생애가 점점 길어져 가면서 수명의 길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 초래되는 노화는 인간에게 부과된 크나큰 생물학적 업보이다. 이와 같이 노화 학설은 원인적으로는 우연이냐 필연이냐의 갈등, 구조적으로는 부분이냐 전체냐의 논쟁, 목적적으로는 생식이냐 생존이냐의 선택이라는 대립적이며 상호 배제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해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설들을 통합한 범통일노화학설(Unified Theory of Aging)의 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