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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칼럼] 중국 비관론? 한국 "기술력"이 더 문제다
돈은 감정이 없다. 돈 되면 친구이고 돈 안되면 바로 남이다. 한·중수교 32년, 한국은 중국이 친구인지 남인지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마저도 탈중국,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반도체 빼고 다른 산업에서는 다시 협력한다는 디리스킹(De-risking)전략으로 돌아섰다. 디리스킹은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요소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자는 뜻이다. 2023년 EU 집행위원장이 먼저 언급했고 미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이 다음으로, G7정상회담에서 언급되면서 2023년 7월 이후 전 세계 대중전략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다. 위기가 오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들고 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든다고 한다. 2023년에 한국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냈다. 그래서 첫 경험이라 충격이 큰 탓도 있지만 서방의 중국 위기론, 중국 비관론이 한국에 더 과도하게 먹히는 경향이 있다. 2023년에 한국에서는 대중적자가 나면서 중국에서 다 털리고 나왔고 중국에는 다시 들어가면 안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졌다. 중국에서 돈 번 사람은 없고 모두 망한 사람만 있다. 정말 한국은 중국에서 번 것이 없는 것일까?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022년까지 30년간 한국은 중국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가 7065억 달러나 되고 홍콩까지 포함하면 1조302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일본에서는 30년간 6269억 달러 적자를 냈다. 중국에서는 30년간 흑자를 냈지만 일본에서는 단 한 해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30년간 흑자 내다 한해 적자가 나면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킬 전략이나 축소시킬 대책이 나오는 것이 정상일 텐 데 한국은 지난 1년간 중국위기론만 반복했지 반격의 방안을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자리는 별로 없었다. 중국의 경제상황은 중국에서 퇴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과 경제전쟁하고 있는 미국 기업 기준으로 봐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자동차, 커피 프랜차이즈, 슈퍼마켓, 화장품업체들은 모두 중국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GM, 테슬라, 스마트폰의 애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슈퍼마켓 월마트,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는 중국에서 공장 문 닫고 점포 철수한다는 얘기가 없다.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중국은 2023년에 자동차를 3005만대나 샀고 잘나간다는 미국은 1613만대를 사는 데 그쳤다. 전 세계 대표적인 명차, 벤츠의 2023년 판매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37%, 미국은 14%에 그쳤다. 중국 소비가 최악이라는데도 2023년 전 세계 명품의 37%를 중국이 샀다. 달라진 점은 코로나 전에는 해외에서 명품 구매가 60%였지만 2023년에는 중국 내 명품 구매가 58%로 높아졌다. 한국면세점이 죽을 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중 간의 교역에 있어 문제는 중국시장이 아니라 한국 기술력이다. 과기부가 2024년 2월 발표한 주요첨단산업에서 미국 대비 기술격차를 평가한 것을 보면 중국은 2022년에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수소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다. 역사를 보면 무시하다 당했다. 중국이 유럽의 섬나라 영국을 무시하다 당했고, 영국은 식민지 미국을 무시하다 당했다. 지금 미국 역시 중국을 무시하다 뒤통수를 한 대 맞아 정신이 번쩍 들어 중국 견제에 나선 것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무시와 비관론이 과하다. 미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는 것이 정확한데 한국은 퇴출한 한국 기업의 시각과 중국의 오만과 무례에 대한 분노의 눈으로만 중국을 보기 때문에 중국의 실체를 과소평가한다. 한국은 중국의 성장률이 높게 나오면 수치조작 아니면 버블이고, 낮게 나오면 경제위기로 치부한다. 그러나 경제데이터를 감정 실어 보면 실수한다. 2023년 8월 중국의 1위 부동산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이 부도난 이후 한국에서는 중국경제 위기설이 넘쳐났지만 아직 중국에서 국가부도 났다는 얘기는 없다. 2023년 중국GDP성장률은 5.2%로 인도 빼고,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을 했는데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는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비부족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중국이 분기성장률을 발표한 이후 31년 동안 4번 있었다. 2023년 들어 2분기부터 5번째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률이 나왔다. 지속기간을 보면 역대 2번째로 긴 3분기 연속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했다. 그래서 2023년 8월부터 중국 정부는 3년간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에서 경기부양으로 정책방향을 틀었고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는 2024년 경제는 성장을 최우선 한다는 선립후파(先立后破)정책을 내세우고 재정, 금융, 통화정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2월까지 경제지표를 보면 투자 중 부동산 투자만 (-)이고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모두 (+)로 전환했다. 3월 수출이 다시 (-)를 보였지만 이는 2023년에 역대 최대수출을 했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중국이 2024년에 4%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던 외국 IB들 중 가장 먼저 골드만삭스와 씨티가 중국의 성장률을 5%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은 중국의 1990년 이후 온 다섯 번째 경제위기를 중국이 견디지 못하고 추락할 것인지, 다시 회복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의 정치적 언급에 맞장구만 치다 가는 실수하는 수가 생긴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지금 세계 최대의 전기차, 스마트폰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고 시장 가까운 곳에 짓는 것이 답이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부터 나서서 중국에서 철수하고 첨단기술 다 빼라는데 세계 1위의 전기차회사 테슬라는 공장을 더 증설했고, 애플은 중국에서 공장 뺄 생각이 없고 스타벅스는 매장 철수할 계획이 없다. 스마트폰,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반도체장비의 세계 최대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한국은 고장 난 시계처럼 '중국위기론'만 반복할 것이 아니고 세계 최대시장을 다시 공략할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중국위기론'보다 '한국위기론'이 더 빨리 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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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칼럼] 미래 반도체는 '인재전쟁' …의대로만 몰려서야
가장 비싼 것이 공짜 점심이다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첨단 반도체는 생산하지 못하는 미국이 낸 해결책은 돈이다. 중국이 첨단산업에 보조금 주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독으로 규정해 제재를 하던 미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지만 미국이 하면 경제안보로 당연한 것이다. IDC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세계 파운드리시장이 1053억 달러 규모인데 미국은 시장 규모의 50%에 달하는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5년간 지급하면서 대만과 한국의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공장 보조금은 인텔이 100억 달러,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가 50억 달러 선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TSMC보다 많는 6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은 세계 파운드리업계에서 2위라고는 하지만 시장점유율 61.2%인 TSMC의 18% 선인 11.3%에 불과한 2위다. 미국이 파운드리에서 절대강자인 대만보다 한국 기업에 10억 달러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일 수 있다. 첨단 파운드리 반도체와 관련해 기술과 생산에서 절대강자인 대만의 대미 투자를 더 많이 유도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면 한국이 대만보다 더 많은 투자를 약속했을 수도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만보다 10억 달러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것에 마냥 환호하기보다는 그 배후가 더 궁금하다. 세계 최강의 반도체 국가 미국이 주는 돈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까운 데 짓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수령하는 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에서 공장 증설은 제한받고, 미국의 현지 반도체 공장에 대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 자료 제출 등 4가지 의무가 생긴다. 기업의 이익은 주주와 공유하는 것이지 보조금 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첨단 공장의 시설 접근권과 상세 회계정보의 제공은 그 정보가 미국 경쟁 기업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을 못한다. '새는 모이에 목숨 걸다 죽고 사람은 공짜에 목숨 걸다 죽는다'는 말이 있다. 보조금에 혹하다 보면 미국의 보조금 함정에 빠져 기술만 털리고 나오는 '기술 거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는 '군수전략물자'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미국은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구, 영토, 자원이 국력의 주요 요소였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가 국력이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세상이 변했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가 등장했다.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는 돈에게 물어보면 답이 있다. 지금 세상은 마약보다 구하기 어렵고 금보다 비싼 것이 엔비디아의 GPU 칩셋이다. 반도체 팹리스 회사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2000억 달러로 한국 GDP의 129%나 되고 세계 3위 경제권인 일본 GDP의 52% 수준이다. 미·중 패권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에 달렸다. 빅데이터에서 IP를 뽑고 이걸로 인공지능(AI)을 만들어 로봇의 머리에 집어 넣으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그래서 미국이 미·중 패권 전쟁에서 중국에 추월을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2023년 미국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기술 차단,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제한, AI용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을 실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미·중의 전쟁은 AI전쟁이다, 미국보다 4배나 많은 휴대폰 가입자를 가진 중국은 빅데이터에서는 미국을 넘어섰지만 거대한 빅데이터를 처리해 AI를 만드는 데에 아킬레스건이 반도체다. 지금 AI의 인프라 산업으로 반도체가 없으면 빅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무용지물이다. 미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보조금으로 주면서 해외 반도체 생산 기업을 미국 내로 내재화하려는 것은 바로 AI전쟁 시대 첨단 반도체는 군수전략물자이고, 첨단 반도체 보조금은 국방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쩐의 전쟁, 진짜 문제는 인재다. 기존 기술과 현재 AI기술의 차이는 기존 기술은 생활 기술이었지만 AI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 등 모든 분야의 생태계가 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AI는 인간이 만든 인간과 세상의 모든 것을 통제 가능한 '인공 신(神·Artificial God)'의 경지에 올랐다. AI전쟁 시대에 이 '인공 신'을 만들려는 미국의 반도체 내재화에 인도, 일본, 유럽, 중국도 적게는 10조원에서 많게는 60조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퍼붓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라인 하나 건설하는 데 250억 달러 이상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생산은 이제 국가대항전이고 국가 간 '쩐(錢)의 전쟁'이다 미·중 기술전쟁의 종착역은 AI전쟁이다. AI의 인프라인 5㎚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은 한국과 대만만 가능하고, 미·중 모두 한계가 있다. '인공 신' 시대에 HBM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5㎚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신(神)이 돕는 나라'다. 문제는 18개월마다 2배씩 집적도가 높아지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한 실리콘기판 반도체는 1나노 이상 되면 분자보다 더 작은 회로를 그리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가 오고 이를 넘어서려면 판을 엎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결국 이를 넘어서는 것은 뛰어난 인재의 아이디어다. 첨단 반도체 국가대항전의 '쩐(錢)의 전쟁' 시대에 돈은 퍼부을 수 있지만 인재는 길러야 한다. 미래 반도체는 인재전쟁이다. 한국도 우수 이과 인력이 의대로만 몰려가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문제가 된다. 의사 증원도 시급한 문제지만 국가전략산업으로 반도체 엔지니어 육성은 더 중요한 문제다. 남들과 같이 해서 남들보다 더 잘하기는 어렵다. 인도, 일본, 유럽, 중국, 미국까지 나서서 국가산업으로 반도체를 육성하고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국가대항전에서 반도체를 재벌의 수익사업으로만 인식하고 '쩐(錢)의 전쟁'을 민간기업에만 맡기면 '신(神)이 돕는 나라'일지라도 그 미래는 보장하지 못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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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칼럼] '중국통 젊은 인재'가 한국을 살린다
美·日에서 물려받은 '선발자 우위'는 끝났다 전 세계 최대 자동차, 휴대폰, 전기차, 반도체 시장이 예전에는 미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다. 2022년 중국은 자동차를 2680만대 샀지만 미국은 1364만대 사는 데 그쳤고 전기차는 중국이 680만대, 미국이 99만대였다. 중국 휴대폰 가입자 수는 17억3000만명이지만 미국은 3억6000만명이고 세계 반도체의 35%를 중국이 소비하고 미국은 25%를 소비한다.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한국이 미국과 아무리 더 가까워진다 해도 이젠 미국이 중국 시장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중국에서 너무 쉽게 달러를 벌었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CEO 하나도 없이 중국에서 장사했고 비행기 타면 KTX로 부산 가기보다 가까운 중국을 회장님은 1년에 한 번도 안 가봤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고 회장님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법인장들은 미친듯이 일할 맛이 안 나기 마련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일본, 한국, 중국으로 전통산업의 국제적 이전 과정에서 미·일에서 배운 기술의 '선발자 우위'에 올라타 쉽게 벌었고 중국의 추격을 무시하다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있다. 한·중 관계는 이젠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이젠 앞만 보고 가야지 뒤돌아보면서 옛날에 우리에게 다거(大哥), 사장님 했던 '라떼' 중국을 자꾸 얘기하면 바보 된다. 지금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무역적자이고 그중 최대 문제는 그간 달러박스였던 대중 무역의 적자 전환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킬 전략이나 노력은 없이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끝났다는 말만 하고 있으면 진짜 끝난다. 시대를 앞서서 큰 것을 이루려면 목표와 책임 그리고 결과 지향의 가치관과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중국과 비즈니스하기가 어렵다고 끝났다는 타령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중국 시장은 계속 커지고 중국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 중국을 피하고 애써 무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고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상인의 균형감각'이 있어야 산다 과거의 전쟁은 총칼과 대포의 싸움이었지만 지금은 기술과 공급망, 금융의 싸움이다. 전쟁에 앞서 먼저 보급품을 준비해야 전쟁에서 이긴다. 한국은 중국과 피할 수 없는 전쟁에서 인재, 기술, 금융에서 보급품을 준비하지 않으면 다시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을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리고 입으로만 삼전도 굴욕이라고 하고 아무 준비도 없으면 또 당한다. 한국은 선비의 비판정신만 가지고 중국에 덤비면 질 수밖에 없고 상인의 실리감각과 균형감각이 있어야 산다. 한국은 탈중국(Decoupling)해야 한다는데 미국부터 탈중국(Decoupling)이 아니고 위험감소(De-Risking)라고 정책 노선을 바꾸었다. G7 국가 중 유럽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중국과 대규모 경제협력과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무섭다지만 주먹보다 밥이 우선이다. 경제가 어려워진 선진국들이 미국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다투어 중국과 손잡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의 최대 수출시장이 중국이고,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의 최대 수입처가 중국이다. 중국과 기술외교, 자원외교가 잘못되면 여차하면 더 큰 대규모 무역적자가 터질 수 있어 위험감소(De-Risking)는 사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중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한국 야당 대표의 주한 중국 대사 면담이 외교문제로 비화했다. 모방 잘하는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경제에 반하는 베팅을 하지 말라”는 말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주한 중국 대사의 작심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한국의 주중 대사는 중국 고위직을 쉽게 만나지 못한다. 중국 의전은 철저히 격을 맞추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국과 회담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 직급을 보고 면담을 하든지 방문을 하든지 할 필요가 있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30년간 중국에서 큰돈을 벌었던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 3년 만에 좌절하고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중국 시장은 포기하고 미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잠 못 든다. 그러나 전 세계 최대 자동차, 휴대폰, 전기차, 반도체 시장을 버릴 수 없다. 진정한 승부는 9회말부터다. 승부는 자신감이고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진짜는 거품 꺼지고 나온다. 코로나 이후 중국 교민과 주재원 90%가 사라진 한국의 대중국 비즈니스는 10%의 진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고 이제 이 10%의 뒤를 이을 후계자들을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아는 것이 힘이고 지피지기면 필승이다. 한국이 중국에 밀리고 뒤지는 것은 인재 때문이다. 10년 전 전 세계 대학 랭킹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우위였지만 지금 한국 1위 대학은 중국의 3위권 대학에 못 미치고 톱3 대학은 중국의 10위권 수준이다. 네이처지에 기고하는 기여도(Nature Index)를 보면 한국 1위 기관의 수준은 세계 70위인데 이는 중국의 기관 순위로 보면 26~27위 수준에 불과하다 2023년 CB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청년창업의 꽃인 유니콘 기업 수가 중국은 171개나 되고 시총이 7380억 달러에 달하는데 한국은 14개 기업에 330억 달러로 기업 수에서는 중국의 8%, 시총에서는 4%에 그치고 있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한국은 중국을 버릴 수 없다면 이겨야 한다. 중국은 끝났다는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중국 공부를 철저히 다시 해야 한다. 코로나 3년간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은 2020년 6만7030명에서 2022년 6만7439명으로 별 변화가 없었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유학생은 4만7146명에서 1만6968명으로 64%나 줄었다. 이러면 중국에 또 당한다. 국자는 10년을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 세계 초일류 기업은 모든 것이 고객 중심이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성공은 고객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고 최고의 실력 검증은 고객의 만족도에서 나온다. 한·중 관계 30년간 우리는 공급자 중심으로 우리가 팔고 싶은 것만 팔아도 잘 팔렸지만 이젠 달라졌다. 큰 성과는 영웅이 탄생해야 가능하다. 모든 성공의 이면에는 반드시 무형의 정신적인 힘이 존재한다. 기적은 정신력과 가치관의 힘이 만들어 낸다. 한국은 다시 중국에서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내야 한다. 영웅은 출신을 묻지 않는다. 그리고 예부터 영웅은 어린 나이에 배출된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환경 역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영웅은 세상의 트렌드를 탈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서 나온다. 국자는 10년을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 돈을 버는 것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고객의 마음은 같은 언어로 동질감을 만들 때에 움직인다. 중국어 안 되는 주재원과 외교관은 과감하게 철수시키고 대안이 없으면 발탁 인사로 중국에서 놀아보고 살아보고 공부해본 젊은 인재들로 교체해 중국에서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서 초·중·고와 명문 대학을 나온 지금의 중국 유학생들은 비즈니스 상대방인 중국인들과 중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학연을 통한 관시(关系)로 영업도 외교도 가능한 인재들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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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칼럼] 막오른 美中 표준전쟁 … 일구양제(一球两制) 대비하라
기술 다음은 표준전쟁, 표준에서 일구양제(一球兩制)를 대비하라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신(神)은 멀고 중국은 가깝지만…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의 무역수지가 4월까지 연속 14개월째 적자다. 무역적자의 주범은 지역으로는 중국이고, 품목으로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감소다. 4월 무역통계를 보면 중국은 -56억 달러 적자인 중동에 이은 -22억 달러 적자로 둘째로 적자 폭이 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65.4억 달러로 전년대비 40.5% 감소한 반면 자동차는 59.1억 달러로 40.9% 증가했지만 자동차가 반도체 실적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중국경기는 봄바람인데 한국수출만 겨울바람인 것이 문제다. 2022년 4분기에 2.9%로 추락했던 중국GDP성장률은 2023년 1분기에 4.5%로 높아졌는데 한국의 대중수출은 4월에 -27%였고 대중 반도체 수출은 -34%였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수출과 중국경제는 동행이었지만 반도체를 빼면 한국의 대중무역적자는 이미 2021년부터 시작되었다. 정부는 중국에서 떼돈 벌던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왜 끝났는지는 언급이 없다. 한국의 대중적자는 중국의 보복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문제고, 경쟁력 제고보다는 보복타령만 하고 있다가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를 놓친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소비의 GDP 기여도가 65%를 넘는 소비 국가이고 서비스업이 GDP의 53%에 달하고 있고 공업은 32%에 불과한 서비스의 나라다. 중국이 소비대국, 서비스대국으로 바뀌었지만 한국의 대중수출은 94%가 자본재와 원재료이고 소비재는 6%에 불과하다. 우리는 중국시장이 끝난 것으로 인식하지만 대중 수출부진이 중국의 시장한계 때문인지 한국의 실력이 문제인지를 냉정하게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서운한 감정의 연장선상에서만 중국을 해석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의 대표 수출상품인 자동차와 휴대폰을 보면 2022년에 중국 자동차시장은 2685만대였고 미국은 1429만대, 전기차는 중국이 687만대였고 미국은 99만대였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미국의 1.9배, 전기차는 6.9배다. 그런데 세계 3위를 자랑하는 한국자동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6%에 불과하다. 2021년 중국의 휴대폰 가입자수는 17.3억명이고 미국은 3.6억명으로 중국이 미국의 4.8배지만 한국업체의 중국 휴대폰시장 점유율은 0%대다. 한국을 도와줄 신(神)은 하늘에 멀리 있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전기차, 휴대폰시장은 지척의 거리 중국에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중국의 경기회복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와 소비가 중심인데 한국은 수출 구성이 중국의 경기회복에 올라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적보다 동맹이 되는 것이 더 위험한 시대? 미국의 70년 우방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봉쇄와 미국의 반도체, 배터리 동맹에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 나라이고 이것이 우방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 돈 되면 동맹이지만 돈 안되면 언제든 버리는 것이 국제관계다. 미국 대통령까지 한국에 직접 날아와 투자하면 잘해주겠다던 약속은 간데 없고 결국 배터리보조금에서 한국은 빠졌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봉쇄의 양대 축인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와 Chip4 동맹에 한국은 1번으로 가입해서 미국의 위신과 명분을 세워주었지만 한국이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착공하고 나자 미국은 또 반도체보조금에서 뒤통수를 쳤다. 보조금을 수령하면 대중국 반도체증설 투자를 실질적으로 중단하라는 조건을 걸었고 미국공장의 정보접근권과 초과이익 공유조항까지 수용하라는 요구를 했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데 짓는 것이 답이다. 전 세계 반도체시장의 65%가 아시아에 있고 미국은 25%에 불과한데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고려한 것인데 투자유치를 하는 쪽에서 황당한 조건을 들고 나온 것이다. 보조금 받고 미국에 첨단기술 제공하고 중국시장에서는 철수하라는 말을 우아하게 돌려 말한 것뿐이다. 미국은 경제와 기술에 대단히 정치적인 색채를 띤 ‘가치공유’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가치공유’는 동맹국이 미국에 흥정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며, 미국의 이익에 순종하는 것을 뜻한다. 가치는 공유할 수 있어도 이익은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1986년에 일본과 반도체전쟁을 하면서 3번에 걸친 미일반도체협정 연장을 통해 당시 G2이자 최대 동맹이었던 일본 반도체산업의 싹을 싹둑 잘라 사라지게 만들었다.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친구가 되는 것은 더 치명적”이라는 언급을 했던 미국 국무장관 키신저의 말은 미국은 영원한 적도 동맹도 없고 오로지 국익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고 이는 지금 미·중의 기술전쟁에 끼인 우리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기술 다음은 표준전쟁, 표준에서 일국양제(一球兩制)를 대비해야 미국의 반도체기술 봉쇄를 통한 중국 좌초전략인 IPEF와 Chip4 동맹은 구멍 숭숭 뚫린 그물이다. 트럼프 때 경제번영네트워크(EPN)처럼 정부간 협약에 불과한 IPEF는 바이든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반도체장비, 메모리, 파운드리에서 서로 경쟁자인 미, 일, 한, 대만을 한팀으로 묶은 Chip4 동맹도 애초부터 일사불란한 단결은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 3년 차인 바이든이 연임 못하면 모든 정책이 다 뒤집어질 판이다. 트럼프 때 대중 통상전략은 바이든이 집권하자 소리 없이 사라졌다. 지지율 역대 최악인 바이든의 기술동맹전략도 만약 공화당이 재집권하면 같은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에 이은 “중국표준2035”를 발표했고 미국도 2023년 5월 AI를 비롯한 “차세대기술 국가표준전략”을 발표했다. 그래서 미·중 기술전쟁의 2막은 표준전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진정한 산업패권은 표준의 장악이다. 중국의 “중국표준2035”와 미국의 “차세대기술 국가표준전략”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고 미·중의 동맹국 혹은 기술보유국의 줄 세우기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제 제3세대반도체, 양자반도체, 그리고 초전도체, AI 같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중의 기술표준 선점경쟁은 더 가열될 수밖에 없고 한국은 어느 한편에 줄 서는 것은 패착이다. 빅데이터와 반도체 소비의 “최대의 시장”을 가진 중국과 “최고의 기술”을 가진 미국의 전쟁이지만 첨단산업의 역사를 보면 기술은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 현재 미국의 압박을 받아 궁지에 몰린 중국도,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도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모른다. 미·중이 화해할 가능성이 없다면 향후 세계는 기술도 시장도 한 지구에 두 개의 체제로 가는 일구양제(一球两制)의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과 산업생태계가 미국과 중국 중심 시장으로 구분되면 기술에서도 현재와 같은 글로벌 표준이 아닌 미국표준(A/S: American Standard)과 새로운 중국표준(C/S: Chinese Standard)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미·중에 양다리를 걸칠 수밖에 없는 한국은 반도체를 포함한 AI 같은 첨단기술에서 2개의 표준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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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칼럼] 반도체는 국가대항전… 영원한 1등은 없다
반도체는 한국을 지킬 '최종병기 활' 미국의 반도체 기술 봉쇄에 중국은 반도체를 인체의 '심장'으로 정의했다. 심장이 멎으면 사람이 죽듯이 반도체는 생명이라고 중국은 정의하고 국산화에 돌입했다.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안보'라고 정의하고 안보에 저해되는 모든 요소는 제거하고 있다. 지금 반도체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국가대항전이다 그럼 한국에 있어서 반도체는 무엇일까? 한국 반도체 기업은 세계 1위와 3위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모셔가려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생산량이 두 배가 되면 원가가 33% 떨어지는 '학습곡선 효과'가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산업이다. 그래서 1등의 '선발자 이익'이 경쟁의 핵심이고 고수익의 원천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이 '선발자 이익'이 적용되는 산업에 미국과 중국은 국가가 개입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기술과 생산에 있어 돈으로 꾀고, 장비로 위협하고, 정치와 외교로 압박하는 전방위의 “닥치고 1등”의 막가파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그간 재벌기업의 잘못된 행태와 도덕적 문제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잘못된 점에 있어서는 기업의 절절한 반성과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도체가 국가대항전이 되어 버린 마당에서 세계 1등, 3등 하는 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이젠 한국 국내 문제가 아닌 미국, 중국과 경쟁하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반도체 황금알을 낳는 닭을 버리는 것은 쉽지만 다시 만들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황금알은 2등으로 추락하는 순간 싸구려 새알로 전락한다. 지금 반도체는 미·중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낀 한국을 당당하게 하고, 한국을 살릴 '최종병기 활'이다. '중국의 심장+미국의 안보' 두 개를 모두 합한 것이 한국의 반도체다. 한국은 지금 무역적자에 비명이지만 그 원인도 반도체에 있다. 일본은 한때 잘나갈 때 '신의 나라'라고 거들먹거리다 망했지만 한국은 지금 누가 뭐래도 '반도체의 나라'다. 1980~1990년대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반도체를 석권했을 때 NEC, 도시바, 히타치를 한국의 삼성이 추월한다는 것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것이었지만 지금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술은 보조금으로 동맹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의 역사책으로 불리는 인텔은 1968년 7월 18일 화학자 고든 무어와 물리학자이자 집적회로의 공동 발명가인 로버트 노이스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설립한 회사다. 살아 있는 반도체의 역사, 미국의 인텔은 지금 아시아의 후발국 대만과 한국이 3㎚ 공정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7㎚ 공정에서 헤매는 이류가 되었다. 기술 혁신의 아이콘 인텔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파운드리 공장을 재건하는 프로젝트에 쫓아 들어가고 있다. '무어의 법칙'으로 영원한 세계 1위일 것 같았던 미국의 인텔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실리콘 기판 위에서 1등의 선발자 이익을 누렸던 인텔은 스마일 커브(Smile Curve)에, 월가가 원하는 ROE(자기자본이익률) 경영에 너무 깊이 빠져들었다. 기술의 극대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닌 ROE 극대화를 통한 시가총액 창출에 목숨 건 결과다.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생산은 아시아로 넘기고 R&D와 유통에서 돈 버는 비즈 모델에 취해 후발자에 기술을 추격당했다. 배부른 돼지는 굶주린 늑대를 이기지 못했다. 40년 전 집을 나가 종착역에 도착한 반도체 기차를 바이든 미국 정부는 보조금으로 외교적인 힘으로 시발역으로 되돌리려 하지만 서방 민주주의 정치의 기억력은 4년마다 오락가락한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의 정책은 홀랑 뒤집힌다. 정치 논리는 4년이지만 자본주의 경제 논리는 250년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데 세상에서 가장 뿌리 깊은 나무는 돈이다. 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돈 되면 적과 손잡고 돈 안 되면 동맹도 쉽게 버린다. 기술은 혁신으로 사는 것이지 보조금으로, 동맹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등까지는 베껴서 따라갈 수는 있지만 빌린 기술로 1등 하기는 어렵다. 운 좋게 1등 한다 해도 수성이 어렵다.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이 1등의 길이다. 미국의 보조금, 중국의 보조금은 2등까지는 가능하지만 창조적 파괴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1등의 길에는 결국 마약일 뿐이다. 약 기운 떨어지면 금단현상으로 더 괴로워질 뿐이다. 반도체산업에 영원한 1등은 없다. 하늘의 제왕 솔개는 수명이 30년 되면 부리와 발톱이 노화되어 먹이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솔개는 고통스러운 몸 만들기를 통해 수명을 연장한다는 우화가 있다. 돌에 부리를 쪼아 새 부리가 나게 하고, 그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뽑아내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뒤 창공을 차고 올라가 30년을 더 산다. 반도체에서도 산업주기 30년을 얘기한다. 천하장사도 산업의 강산이 두 번 변할 때까지 60년이면 기력이 쇠한다. 1968년에 설립된 반도체의 원조 인텔의 역사는 이미 강산이 두 번 변했다. 미국의 인텔도 기력이 쇠했다. 돌에 부리를 쪼아 새 부리가 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준 돈으로 임플란트를 하면 오래 못 간다. 이제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반도체의 세계화는 죽었고 각자도생이다. 반도체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인텔은 없었다. 나침반과 화약 등 4대 발명품의 나라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세계 1위인 삼성에 이젠 미국뿐만이 아니라 중국이 새로운 경쟁자다. 맨땅에 헤딩해서 원자폭탄을 만든 경험으로 반도체에 덤벼드는 중국이다. 전쟁하듯이 국가가 나서서 반도체산업을 만든다. 자본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다. 중국은 수익성·생산성이 아니라 기술만 확보된다면, 제품만 나온다면 무한대의 자금과 인력, 조세 지원을 한다. ROE 따져서, 주가 영향을 따져서 투자하고 개발하지 않는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로 등극한 삼성전자도 영원한 1등은 없다. 인텔과 일본 반도체 기업이 반면교사의 교과서다. 3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떼돈 번 인텔, 4차 산업혁명 문턱에서 안주하다 후발 기업에 추월을 당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르다. 노트북과 휴대폰이 만든 IoT가 아닌 자율주행차, 날아다니는 택시가 만드는 V2X 시대이고, 그간 세상을 변화시켰던 실리콘 반도체의 판을 엎는 새로운 기판의 반도체 기술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1등에 안주하면 인텔처럼 당한다. 바닥부터 새로운 창조를 해야 살아남고 한국을 당당하게 만든다. 1~2㎚ 이하 공정에서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가 온다. 그러면 정말 판을 엎는 발상의 전환과 기술의 전환이 새로운 30년의 역사를 쓰게 된다. 3세대, 4세대 반도체에서 기선 제압할 초격차가 없으면 삼성전자도 인텔의 길로 가게 될지 모른다. 삼성이 경쟁력을 잃는 순간 한국 반도체도 같이 사라진다. 지금 미·중 반도체 국가대항전에서 미운 재벌기업에 떡 하나 더 주면 안 된다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접근해서는 답이 없다. 한국은 반도체산업에서 있는 경쟁력을 더 강하게 만들어 미·중의 공격을 막아낼 방패로 반도체 기업을 써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