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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때릴수록 강해진다 … 中 하이테크의 역공
이번 전인대에서는 중국 정부의 2025년 과학기술 예산안 3981억 위안(약 80조원)을 승인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늘어난 것으로 13%였던 2019년 이래 최대 증가율이다. 이를 발판으로 국가기관에서는 AI 등의 기초연구를 확충하고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메이커에는 보조금을 더욱 두텁게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과의 대결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민간도 합세시켜 하이테크 발전을 서두른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일약 각광받은 AI와 로봇, 신소재 등이 주요 대상이다. 캐나다의 조사회사 테크인사이츠에 의하면 중국의 반도체 등 ‘핵심적인 기초 부재’의 자급률은 2023년 시점에서 23%에 이른다. 2015년에 정부가 내건 ‘2025년에 70%’라고 하는 목표는 아직 멀다. 때문에 정부 예산을 적극 투입해 반도체 제조장치와 관련기술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는 미국의 포위망을 뚫겠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국산 하이테크를 다양한 산업에서 실용화시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도 그린다. 중국의 하이테크 분야 10년간의 육성 계획 ‘중국 제조 2025’가 정한 목표의 90% 가까이를 달성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하이테크가 세계를 리드할 때까지 성장한 배경에는 2025년에 최종년을 맞이하는 진흥계획인 ‘중국 제조 2025’의 존재가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2015년 이노베이션을 활용한 산업모델 전환을 목표로 이 계획을 수립했다.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세계 제조강국의 선두권 진입을 최종 목표로 정하고, 1단계인 2025년까지 세계 제조강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대중 강경파인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024년 제2차 트럼프 정권 발족 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분야에서 목표로 한 기술의 최첨단에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세계 리더로 꼽은 전기자동차(EV)는 배터리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등으로 BYD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미국의 200배라는 생산능력을 갖고 있으며 조선소의 생산규모는 다른 나라의 합계와 맞먹는다고 했다. 중국은 항공모함과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도 건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컸다. 이번 전인대에서 드러난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 진흥 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신형 거국체제’이다. 민간기업에도 연구개발을 독려해 기술혁신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리창 총리가 5일 읽은 정부활동보고에서 신형 거국체제의 강점을 마음껏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스마트폰 대기업 샤오미는 올해 300억 위안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4분의 1을 AI 관련에 쓸 것이라고 한다. ‘모든 소비재에 AI 탑재’를 기치로 내건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가 2026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5개년 계획에서도 AI와 우주 등 첨단 분야에의 투자 확대는 1순위로 올라있다. 구체적인 투자 확대 대상에는 바이오와 양자기술, AI 탑재 로봇, 6G 등 신산업이 포함됐다.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대규모 언어 모델을 공장이나 자동차 등 다분야에서 활용하는 ‘AI 플러스’의 추진도 꼽았다. 특히 인간형 로봇은 이미 중국 기술이 세계를 이끄는 유망 분야로 승부를 건 투자가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은 “과학기술과 산업의 혁신이 새로운 질의 생산력(실제적인 생산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길”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은 앞서 2024년 7월에 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 전회)에서 중장기에 이르는 경제정책의 방침으로서 AI나 항공 우주, 신에너지 등의 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새 5개년 계획은 이 노선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중국은 새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30년까지 많은 고비를 맞이한다. 2027년 차기 전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지도부의 4선 진입 여부가 초점이다. 중국군은 같은 해 건군 100년을 맞아 대만을 무력 통일하기 위한 군사능력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더욱이 2029년은 시진핑 지도부가 3중전회에서 내건 경제개혁을 완료시킨다는 목표의 해이기도 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11일 전인대 폐막 연설에서 ‘불가역의 미·중 분단’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권력일정을 염두에 둔 각오로 해석된다. 국영 중앙TV(CCTV)는 ‘전인대의 핫 워드는 테크 이노베이션(과기창신)’이라며 맞장구쳤다. 시진핑 지도부는 미·중 간의 분단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첨단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중국의 정책이 ‘미국 없는 경제’를 겨냥한 산업 구조의 전환 전략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니시무라 유사쿠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국제경제연구원 교수는 “불가역의 미·중 분단이 중국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대 강대국의 무역전쟁은 관세와 통상품목만을 다투는 단선적인 힘겨루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만 문제나 우크라이나 정전 교섭, 중동에서의 주도권 등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 있어서의 복선적인 딜과 맞물린다. 세계가 직면하는 것은 미·중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둘러싼 싸움이다. 최근 미국의 통신방송업계를 감독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국가안전보장평의회를 신설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위 강화와 AI 등 국가 전략상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평의회는 고속통신규격 '5G'나 차세대 통신규격 '6G', AI, 위성, 우주, 양자컴퓨터, 자율제어시스템 등 미국이 '매우 중요하게 자리매김하는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전략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설하는 평의회의 목적 가운데는 미국이 적대국으로부터의 사이버 공격, 첩보(정보) 활동, 서플라이 체인에 있어서 적대국에의 의존도를 저감하는 것이 포함된다. 앞서 미 의회는 중국 정부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2023년 중국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미국 정부는 광범위한 중국의 위협에 보다 포괄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기관의 자원을 결집시켜 체제를 강화해 왔다. 이번 평의회 설립도 그 일환이 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21년 중국의 위협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 정보 수집이나 분석 능력을 강화하는 ’중국 미션 센터(CMC)‘를 신설했다. 미국 국무부도 같은 조직인 ’차이나 하우스‘를 신설했다. 미국 상무부에서는 수출 규제를 담당하는 산업안전보장국(BIS)이 특히 AI나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 중국이 미국의 중요 기술을 입수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한 대처를 강화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는 기회도 동반한다. 향후 중국에서는 하이테크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관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일어날 것이다. 부품과 재료 등 한국 기술에 대한 수요는 반드시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관계에서 트럼프의 견제나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미·중 협상의 양상을 정교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국가의 인텔리전스와 관민 제휴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새로운 질서를 목표로 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살아 나갈 것인지, 한국에도 각오와 국가전략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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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과학기술혁신 한국은 준비됐나
⑨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2025년은 매우 독특한 해다. 지난해가 ‘선거의 해’였다면 올해는 ‘정책 경쟁의 해’로 불릴 것 같다. 지난해에는 64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있었다. 지구 인구 80억명 가운데 50억명이 선거에 참여했다. 그 결과 2025년에 새로운 전략과 정책이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트럼프 2.0의 등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행정명령을 대거 내놓으면서 세계를 더욱 불가측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 중국발 ‘딥시크 쇼크’는 거기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세계 각국은 ‘트럼프 2.0’에 대처하는 데 한층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래서 올해는 ‘정책 경쟁의 해’로 정의될 것이다. 큰 눈으로 볼 때 이 상황을 꿰는 중심 키워드는 ‘경제안보’다. 이 키워드 아래에서 세계는 전략적인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을 할 터다. 경제안보라는 벡터를 끌고 나가는 견인차는 ‘기술’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상징하듯이 기술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지금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국가의 열량(熱量)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경제력 저하에 대처해야 한다는 국가적 과제가 분명해졌지만 행정과 정치가 기능 부전에 빠져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 규범, 노동시장과 사회경제적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기술 혁신이 진행되고 있건만 정책 업데이트가 늦어지면서 성장에서 뒤처지고 있다. 변화를 외면하고,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반복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은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고 구조적 성장을 저해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의 큰 흐름을 읽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경제는 쇠퇴한다.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 촉진은 중요하지만 이들의 참여율은 이미 높다. 노동 참여율을 높이는 노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남녀 임금 격차 해소, 노동 이동의 원활화 등 각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 정비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개인과 기업의 성장 의욕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와 기술력 제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저온(低溫) 경제를 달구고, 세계 기술경쟁을 뚫고 나가기 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과학기술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이미 전례 없는 기술시대에 돌입했다. 주요국들은 과학기술정책에서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한국은 이제 총력전으로 맞서면서 생존과 번영의 출구를 찾아야 하는 험난한 노정에 나서야 한다. 세계를 둘러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를 새로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첨단 생명공학 등의 발전이 세계의 힘의 균형을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며, 생활과 노동의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이 분야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기술적 우위를 유지·획득하는 것이 국가안보상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학계, 산업계, 정부에서 유망한 인재를 모아 PCAST를 구성한다. PCAST는 24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중 대통령 보좌관(과학기술정책담당)과 AI·암호자산 담당 특별보좌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공동의장을 맡는다. 나머지 위원들은 과학, 기술, 교육, 혁신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PCAST는 과학, 기술, 교육, 혁신 정책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미국 경제, 미국 노동자, 국가안보 등 공공정책 수립에 필요한 과학적·기술적 정보를 대통령에게 제공한다. 이에 앞서 1월 13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AI 발전 가속화를 위한 청사진으로 'AI 기회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이 행동 계획에 따라 영국은 AI 활용을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경제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 개선에 나서게 된다. 이 계획은 영국을 AI 기업들에 최고의 투자처로 만들기 위한 대책도 담고 있다. 영국은 AI 산업의 최전선에 서서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부 장관과 에너지부 장관이 의장을 맡는 ‘AI 에너지 위원회’도 설립해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기술 개발의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 수요와 과제를 파악한다고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월 9일 “향후 수년 동안 1090억 유로(약 151조3200억원)를 AI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1090억 유로라는 금액은 국가 전체의 혁신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5개년(2022~2026년) 투자 계획인 '프랑스 2030'의 총 투자 금액의 2배에 해당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7기 과학기술이노베이션기본계획(2026∼2030년)을 짜고 있다. 과학기술기본계획은 일본의 과학기술과 혁신 창출 촉진에 관한 정책의 기본 문서로서 5년마다 수립된다. 내년은 1996년에 제1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이 수립된 지 30년 되는 해다. 일본 정부는 10년 정도 미래를 내다본 과학기술기본계획으로 그동안 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과제에 대응해 왔다. 일본 정부는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을 종래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연구개발 시스템 개혁 중심에서 '혁신 창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기본계획 명칭도 6기(2021∼2025년)부터 '과학기술이노베이션기본계획'으로 바뀌었다. 혁신을 단순히 기업의 신제품과 서비스 개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총리 직속의 종합과학기술이노베이션회 산하에 기본계획조사회를 설치하고, 제7기 과학기술이노베이션기본계획에 ‘과학기술 창조입국'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제7기 기본계획에 중요 첨단기술의 개발과 지원,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강화, AI 분야의 연구개발 강화와 안전성 확보 등 3대 역점 사업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일본의 경제성장과 경제안보에 중요한 첨단기술로 AI, 양자, 생물공학(바이오테크놀로지), 소재, 반도체, 핵융합 기술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양자기술과 핵융합기술이 새로운 산업의 싹이 되는 기술이며 AI, 생물공학(바이오테크놀로지), 소재, 반도체는 일본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이러한 중요(코어) 첨단기술의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다른 전략 기술 분야와 융합을 통한 연구개발, 산업화, 인재 육성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AI와 양자, 로봇, IoT 기술 등과 융합해 연구개발과 제조공정의 자동화와 고속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청정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의 조기 실현을 목표로 핵융합발전 실증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대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2015년 5월에 발표한 하이테크 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의 마지막 해다. 2025년까지 중국이 세계 제조 강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품목별로 국제 비율 목표를 설정했다. 로봇은 70%, 이동통신 시스템은 40%로 늘린다는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 미디어들은 '시진핑의 기술 우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제조 2025' 이니셔티브가 대부분 성공해 고속철도, 그래핀, 무인항공기, 태양광 패널, 전기자동차, 리튬 배터리 등 13개 주요 기술 중 5개 분야에서 중국이 선두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7개 분야에서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미래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과 세계의 혁신을 동시에 방해할 수 있는 ‘엄격한 조치’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기술적 부상은 미국의 제재에 의해 방해받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억제 정책이 자칫 미국을 고립시켜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가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 '세계 제조강국 선두 그룹 진입'을 목표로 산업 보조금 등 다양한 강화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만큼 계속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중 간 하이테크 패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다. 이러한 주요국의 과학기술이노베이션 정책 추진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이런 점에서 일본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연구소는 일본의 과학기술이노베이션 정책이 지향해야 할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첫째 목표로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 일본'을 확립하기 위한 과학기술이노베이션 정책을, 둘째 목표로 웰빙을 '기점'으로 한 과학기술이노베이션을, 셋째 목표로 과학기술이노베이션 시스템의 리노베이션을 제시했다. 학계와 기업 모두 오픈 이노베이션의 부족, 조직의 유연성 부족 등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 전환(DX)를 실현하면서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쓰비시연구소는 “수많은 과제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어 개별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제의 전체 구조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정책 영역(소관 부처)에 걸친 시책을 프로그램화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과학기술정책도 이러한 관점에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지금은 자국의 생성 AI가 없으면 국가 운영과 안보 측면에서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경제안보와 기술도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한국은 이제 국가 생존과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앞으로 과학기술정책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선진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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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한국이 맨 앞에 서려면
지난 10일 원자력계 신년회에는 산학연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의원과 정부부처 장차관도 나와 격려했다. 황주호 한국원자력산업협회장(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신년사에 참석자들은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황 회장의 신년사는 오는 3월 체코 원전 최종 계약을 앞둔 시점이라 한층 묵직하게 다가왔다. “지난해 국내 원자력계는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습니다. 2015년 이후 최고의 원전 이용률인 83.8%를 달성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이바지했습니다. 신한울 1·2호기를 종합 준공하고 신한울 3·4호기를 착공해 원전생태계에 소중한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고, 1조2000억원 규모인 루마니아 원전 설비 개선 사업을 수주해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아울러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사업 추진과 SMR 스마트 넷제로 시티 마케팅 등 미래 원자력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원자력계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직접 원자력 정책에 관여해 보기도 한 필자도 신년회에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필자의 머리속에 문득 2개의 장면이 떠올랐다. # 13대 국회(1988~1992)가 1988년 10월 정기국회에서 16년 만에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과학기술처와 관련 기관 국감은 국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가 담당했다.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은 김대중 총재 휘하의 평민당이었다. 김대중 당수가 경과위 소속으로 국감에 출격하게 되니 매체들이 대거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첫 번째 국감 장소는 대덕연구단지였다. 이때 김대중 당수가 맨 먼저 들른 곳이 원자력연구소였다. 김 총재와 당시 한필순 소장은 차담회를 했다. 기자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은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필자는 김 총재 바로 뒤에서 취재수첩을 들고 있었다. “한 소장님, 미국의 오펜하이머를 잘 아시지요. 나는 우리나라도 엄청난 기술을 갖게 됐다고 봅니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잘 이용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원자력연구소가 그 사명을 갖고 연구개발을 잘해주시길 기대합니다.”(당시 오펜하이머를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김대중 총재는 그로부터 10년 뒤 제15대 대통령에 올라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IT강국 건설에 큰 업적을 남겼다. # 제17대 이명박 대통령(2008~2013)은 임기 첫해 녹색성장위원회를 만들어 한국을 세계에서 모범이 되는 ‘그린 뉴딜 국가’로 나아가려고 했다. 필자는 녹색성장위원으로 선임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에 임명됐다.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대통령과 차담회를 하는 자리였다. “원자력(발전)은 국제외교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나는 원전외교를 잘 압니다(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대표로서 고리1호기부터 원전 건설을 주도했으며. 원자력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나 프랑스의 아레바 같은 원자력 기업들과도 인맥이 있습니다. 앞으로 원전외교를 위해 나도 앞장서서 뛸 테니 안전위 위원들은 원전이 안전하게 건설되고 가동되는지를 잘 살펴보십시오. 특히 미디어 출신 위원은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적극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이때 원자력은 녹색성장기본법에 들어가 클린에너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를 통해 한국을 원전 수출국으로 나아가는 데 큰 업적을 남겼고, 15년 뒤 체코 원전 건설을 수주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16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60년간 가장 괄목할 만한 원자력 기술 발전과 성공한 원전사업 그리고 IAEA 지원 활동을 사진 60장으로 정리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IAEA는 한국이 건설한 UAE 바라카원전을 역사상 처음으로 계약된 공사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계획된 공사예산 범위 내에서 공사를 마친(On time On budget) 성공사례로 실었다. 각기 다른 시기의 이 두 장면을 떠올리며 원자력은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지식과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갖춘 국가 지도자의 결단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했다. ‘원자력은 국가다’라는 구호는 허울이 아니라 적확한 표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데이터센터 건설을 견인차로 다시 불고 있는 세계의 원전 르네상스를 살펴보자. 많은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기억이 남아 있는 일본도 이제 원전을 '탈탄소 전원'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테크 대기업들은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의 대량소비 전력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작년 10월 14일 차세대 원자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는 미국 카이로스 파워(캘리포니아주)와 SMR로 생산한 전력을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첫 번째 SMR을 가동하고 2035년까지 SMR 여러 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총 발전 용량은 500메가와트(50만킬로와트)로 대형 원전 0.5기 규모 정도가 될 전망이다. 구글이 직접 나서서 고객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SMR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SMR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AI, 암호화폐(가상화폐)로 인한 전력 수요는 2022년에서 2026년까지 2.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은 테크 대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센터에 가장 적합한 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발전량 변동성이 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비해 원전의 안정성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원전이 탈탄소 전원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테크 대기업들은 탈탄소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net zero)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안정적인 가동이 가능하고 탈탄소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은 테크 대기업에 기대되는 전원인 셈이다. AI용 데이터센터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미국 발전업계에 M&A(인수합병)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기존 발전소를 보유한 타사를 인수하는 것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신규 발전소 건설보다 쉽기 때문이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원전 운영회사인 콘스탈레이션 에너지는 한국 원자력계 신년회가 열린 10일 천연가스 화력발전업체인 칼파인을 164억 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력회사로는 최대 규모의 M&A다. 동종 업계 M&A를 통해 발전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두 회사가 합병된 후 발전 용량은 약 6000만㎾(대형 원전 60기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콘스탈레이션은 약 3240만㎾의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60%가 원전이다. 이런 세계 원전 르네상스 추세 속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원전 안전성 강화, 원전 수출 최종 계약 달성, 차세대 원자력 기술력 확보, 원자력계 현안 해결과 제도 개선, 탄소중립 사회 실현 등 5가지 주요 사업 목표를 내걸고, 세부 실행 지침과 함께 SMR 사업 등 중장기 로드맵도 그리고 있다. 원전의 미래 성장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계속운전, 인허가 등이다. 이는 한수원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와 행정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세계 원자력 산업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자력 수출도 마찬가지로 한수원 혼자서 할 수 없다. 원전은 기술과 상품을 파는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신뢰’를 파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신뢰는 국내 환경이 부실하면 생겨날 수 없다. ‘원팀 코리아’가 필요한 이유다. AI는 원전 수출에서 글로벌 경쟁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전략적 파트너십 활용이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국제 프로젝트 확보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미국의 원천 원자력 기술에 접근하는 동시에 제조 기술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로써 세계 원전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할 수 있다. 둘째, 기술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첨단 원자로 설계, 특히 SMR 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맞춤형 원자력 솔루션 제공을 통해 AI 데이터 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한다. 셋째, 국내 원자력 생태계를 강화하는 일이다. 원전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2030년까지 국내 에너지믹스에서 원자력 비중을 최소 30%로 유지해 원전산업의 견고한 국내 기반을 확보하고, 글로벌 아웃리치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이 더 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원전 건설에서부터 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이르기까지 원전산업의 다양한 측면에서 전문성을 개발해야 한다. 금융, 교육 및 장기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에 집중함으로써 한국은 기술 전문성, 전략적 파트너십, 안전과 혁신 강화를 통해 세계 원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에너지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더블어민주당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서는 에너지정책의 탈정치화와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며,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원별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는 변화된 인식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반도체와 AI 등 초전력 산업의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전원별 전력수급 상황과 발전원가 분석을 통해 실용적인 에너지정책 수립이 요구된다는 데에도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 경제상황점검단과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가 16일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에너지 믹스 대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향후 민주당이 ‘탈원전 정책’을 계속해 나갈지에 대한 입장이 정리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재흥(再興) 정책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 원전 르네상스 대열에서 이탈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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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올해 한국 경제는 수비 …절벽에서 안떨어지는 게 최선
2025년 한국 경제는 공격의 해가 아니라 수비의 한 해가 된다. 실업률 15%에 자기 소득 70%를 빚 갚는 데 쓰는 인구가 300만명이라고 한다. 환율 급등과 주가 급락보다 더 무서운 통계들이 즐비하다. 소비 단절이 온다. 한국 경제는 이전부터 졸졸졸 내려가고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 충격을 받으면 절벽으로 떨어지게 된다. 당장은 2개의 절벽을 피하는 게 급선무다. 하나는 자동차산업이 당할지 모를 미국의 관세 폭탄이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25%를 막기 위해 아베 전 총리 부인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동원해 외교전을 펼친다. 우리는 탄핵 정국에 빠져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부동산 시장 침체다. 여태껏 금융으로 지탱해 왔으나 한계에 부닥쳤다. 요즘 경매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낙찰 건수는 준다고 한다. 경매가 유동성을 상실하는 순간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풀어 시장을 유지했으나 이제는 한계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유동성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 우선 산업 유동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쪽 유동성을 줄여가면서 산업의 유동성을 살려야 한다. 부동산은 진작에 조정했어야 했는데 못했다. 부동산에서 연착륙은 원래 없다고 할 만큼 대담한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 단기금리는 내리고 있고, 장기금리는 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금리를 낮추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유동성 확대도 제한되어 있다. 환율 상승 때문이다. 이미 유동성 늘려서 원화가 추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 실력이 달러당 1600원 정도라고 분석한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1400원대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원화 약세는 대세다. 되돌릴 수 없다. 중국의 과잉생산도 한국 경제를 위협한다. 한국이 수출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싸구려 물건이 마구 들어 올 거다. 수출기업은 자금난에 봉착하고 설비투자를 못하는 형국이 된다. 10대 재벌조차 위기다. 지금 기업이 팔려는 부동산 매물이 50조~100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단기간에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바람직한 정책이 있을까. 2025년 한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그림을 보여주며 몇 개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에서 답변을 들었다. 코파일럿(Copilot)의 해법을 알아보자. 코파일럿은 단기 안정화 정책으로 우선 통화 정책 조정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관리와 통화 안정을 위해 금리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의 운영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된다. 다음은 재정 부양이다.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와 친환경 기술에 초점을 맞춘 재정 부양책을 시행하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환율 관리에도 나서야 한다.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하여 원화의 과도한 절하를 방지한다. 이는 수입 비용과 투자자 신뢰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부채 탕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높은 부채 수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을 위한 부채 탕감 프로그램을 도입해 채무 불이행을 방지하고 소비수준을 유지한다.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는 먼저 구조 개혁을 제시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개선, 생산성 향상, 혁신 장려를 위한 구조 개혁을 시행한다. 다음은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다. 급변하는 경제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인력의 업스킬링과 재교육에 집중한다. 또한 연구개발(R&D)과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R&D 자금을 늘리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해 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수출 시장 다변화도 긴요하다.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촉진해 일부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한다. 다음은 챗GPT의 답변이다. 먼저 단기 안정화 정책을 살펴보자. 첫째, 산업 부문에 금융 유동성을 우선적으로 공급한다. 공급망 중단을 방지하고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 산업과 수출 주도 부문에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소기업, 특히 첨단 제조 및 기술 부문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을 위한 맞춤형 신용 시스탬을 구축한다. 둘째, 전략적 부동산 디레버리징이다. 시스템적 위기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되어있는 금액)를 줄이기 위한 단계적 정책을 도입한다. 셋째,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완화다. 필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목표 가격 안정화 조치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관리한다. 외환시장에 대한 신중한 개입을 통해 투기적 공격을 최소화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을 통제한다. 환율 변동성 영향을 줄이기 위해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를 위한 헤지 메커니즘을 강화한다. 넷째, 고용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다. 기술, 친환경 에너지, 의료 등 수요가 많은 부문에 초점을 맞춘 고용 프로그램을 실시해 실직자를 흡수한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가구를 대상으로 부채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해 소비자 신뢰와 구매력을 회복한다. 다섯째, 무역 외교의 강화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유리한 무역 조건을 확보하고 징벌적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G7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아세안과 신흥시장을 포함한 무역 파트너십을 다각화해 중국과 G7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한다. 이러한 정책을 위한 실행 과제로서 단기 유동성과 장기 재정 책임의 균형 유지가 중요하다. 이와 함께 실업률과 부채가 증가하는 가운데 대중의 정서를 관리하는 일도 긴요하다. 경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 입안자, 기업, 국제 파트너 간 협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즉각적인 경제 안정화 노력과 다각화 및 혁신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결합함으로써 한국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경제 전문가와 관료들도 이러한 장단기 대책들이 타당성이 있고 실현 가능한 정책이란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올해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종합 패키지 정책과 자신감 있는 로드맵 수립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종합 대책 수립은 지금과 같은 탄핵 정국의 정부에서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정치권은 올해 한국 경제의 위기를 인식하고, 정부의 경제 운영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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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눈 크게 뜨고 나라 밖을 응시하자
한국은 지금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의로 사실상 최고통치권자의 유고 상태다. 이럴 때 경제와 안보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려면 어떤 방책이 필요한가.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정경일체(政經一體)가 되어 신속하고, 단호하며, 투명하게 행동함으로써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기에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제와 안보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선 여러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첫 번째는 정치적 안정과 제도적 복원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헌법 절차를 준수하는 게 급선무다. 탄핵 절차가 법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도기적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통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정치적 차이보다 국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정당 간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경제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먼저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주요 경제 정책을 유지하고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피하는 것이다. 금융 부문 지원도 긴요하다.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컨대 한국은행은 금리 조정과 유동성 지원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할 수 있다. 아울러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한국의 장기적인 경제 펀더멘털을 강조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일시적 부양책으로써 필요한 경우 중소기업 지원, 고용 안정,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단기 대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세 번째는 안보와 국방 조치를 단단히 챙기는 일이다. 먼저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특히 북한의 중대한 안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군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대비태세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동맹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맹국, 특히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외부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 내부 불안 방지도 중요한 안보 사항이다. 시위나 불안을 관리하기 위한 적절한 보안 조치을 취하면서 시민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네 번째는 대중과의 소통과 투명성을 확대하는 일이다. 열린 소통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부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와 유언비어가 퍼지지 않도록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자주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대중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대중의 우려를 인정하고 거버넌스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먼저 위기관리 태스크포스를 설치한다. 고위급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새로운 문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해결한다. 에너지, 통신, 교통 네트워크를 포함한 중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서비스 중단이 없도록 현장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국제 외교를 챙겨야 한다.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해 한국의 무역 파트너와 동맹국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악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외부 행위, 이른바 ‘지정학적 착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국가위기 관리의 기본적인 프로토콜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가 흥분해 불안정한 탄핵 정국에서는 기본을 망각함으로써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는 것을 외국 사례에서 자주 목격해 왔다. 다행히 우리는 2004년 3월 12일부터 2004년 5월 14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심판사건(노무현 탄핵소추)의 와중에서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슬기롭게 수행한 경험이 있다. 세계 주요 미디어들은 이번 한국의 탄핵 사태를 보면서 한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칭찬하면서도 이 사태를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하고, 과연 이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설타임스는 며칠 전 한국의 탄핵 사태와 관련해 '정치적 무권위(No political authority): 한국의 임시 지도자가 직면한 어려운 과제'라는 내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현재 한국 상황은 노무현 탄핵 소추 때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위기의 늪에 빠져 있는 시기와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와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정권이 펼칠 강권 외교에 벌써부터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행정과 외교의 커리어가 이미 나라 안팎에서 공인된 인물이다. 과거 노무현 탄핵 정국 때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한 이력이 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계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기대하는 이유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특히 미국 정치·경제 상황 전개를 파악해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새로운 경제협력의 실마리를 찾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주특기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가 기축으로 삼는 ‘공급 중시 경제정책’을 잘 분석해 보면 차제에 한국 경제를 재흥(再興)시키는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는 공급 중시 경제정책 옹호자다. 그의 경제 철학은 재화와 서비스 공급을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강조하는 공급 중시 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는 일반적으로 세금 감면, 산업 규제 완화,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자유시장 원칙 장려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 이후 감세·일자리 법안과 다양한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노력과 같은 공급 중시 정책을 폈다. 베센트는 3-3-3 원칙을 내세운다. 그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3%로 줄이고, GDP 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고, 산유량을 하루 300만배럴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3-3-3 규칙'을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베센트의 접근 방식은 정부 개입을 줄이고, 민간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며,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치·경제에 나타날 '일런 머스크' 효과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얼마 전 SNS를 통해 취임 첫날 멕시코과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학의 기본 이론에 의하면 관세의 비용은 결국 수입국 소비자와 수출국 기업이 부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관세 보복 전쟁이 벌어진다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차기 정권(트럼프 2.0)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화부를 자문기관으로 신설했다. 이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중시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2조 달러(전체 지출의 약 30%) 지출 삭감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최근에는 국제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포함해 5000억 달러 이상 삭감을 제안했다. 이는 의회가 승인하지 않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지출로,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세, 규제 완화, 작은 정부의 조합은 미국 민간 기업의 애니멀 스피리트(도전 정신)를 자극하고 개인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것이 실현된다면 관세로 인한 경기 하방효과를 상쇄하거나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 믹스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소니파이낸셜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가노 마사아키는 “정부 기관의 대폭 축소는 다양한 마찰을 일으키고 미국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밀월 관계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향성을 강화하는 트럼프 2.0에서 이러한 정책이 잘 작동하면 미국의 내수 진작을 통한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일런 머스크 효과’에 힘을 주듯이 트럼프는 지난주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밴스 차기 부통령의 정책 고문을 지낸 게일 슬레이터를 임명하고,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는 현 위원인 앤드루 퍼거슨을 승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기업 규제와 거리를 두고 스타트업의 성장과 기술 혁신을 중시하는 인물이 선임돼 M&A(인수합병)도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강경 노선만은 대체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AI·가상화폐 차르(총책임자)’에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명했다. 색스는 오랫동안 실리콘밸리 권력 구조의 중심에 가까이 있었다.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었던 그는 수년간 페이팔의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했으며 일론 머스크와도 가까운 사이다. 색스는 자신의 팟캐스트와 소셜 미디어에서 트럼프의 친산업적 입장이 기술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의 세상은 더 위험해졌다. 두 곳의 지역 전쟁, 미·중 경쟁 심화, 러시아와 이란·북한이 일으키는 심각한 혼란, 세계 경제의 침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파괴적 기술이 트럼프 1기와는 전혀 다른 요구를 정권에 던질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의 영향은 광범위하다. 거래 중심의 외교 스타일과 초강대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자칫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발동될 가능성이 높다. 한덕수 권한대행과 정치권은 탄핵 사태에 따른 내정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노력 이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그에 따른 외세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비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진정한 길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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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시계제로' 국제정세 … 尹대통령 외유에서 얻은 것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할 때 이뤄지는 대통령의 외유는 여론으로부터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야당의 비난 공세는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APEC(14~15일, 페루 리마 현지시간) 참석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린 타이밍을 생각해 보면 윤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은 세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최신 동향을 탐색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세계의 초미의 관심은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트럼프 2.0)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펼칠 새로운 미국의 시대와 글로벌 정치다. 그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서로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일종의 탐색전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접근을 노리는 중국의 자세가 부각됐다. 대중 관세 인상을 내건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는 2025년 1월 출범한다. 미·중 갈등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먼저 “지난 2년 동안 국제 정세가 많이 변했고,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했다”며 “정세가 어떻게 변화를 하든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지키며, 호혜 상생의 목표를 견지함으로써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서로 통하며 경제가 서로 융합된 장점을 잘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Strategic Cooperation Partnership)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양국 국민에게 복지를 가져다주고, 지역의 평화, 안정과 발전, 번영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 그 역할을 함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시진핑 주석이 한동안 잊었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다시 꺼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외무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갓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공세에 자극받은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 등이 활발한 외교를 펼쳤다.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핵심 중 하나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처받은 나토 국가 등과의 동맹관계 재구축이다. 중국은 이에 대한 외교 전략으로 파트너십 외교를 내세웠다. 중국 외교에 동맹관계라는 말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의 동맹관계는 군사력을 우선시하고 블록화를 추진해 중국을 비롯한 동구 국가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국가관계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국제사회가 세계화되고 국가관계가 다양화·복잡화된 오늘날 동맹관계는 냉전시대의 유물과 같은 것으로 현실에 맞는 '신형 외교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중국이 말하는 파트너십 외교다. 그 정의는 ‘서로 상대를 적으로 하지 않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공통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요구해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경제 관계를 축으로 폭넓은 국가 관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미국 쪽에서 보면 다른 형태로 인식된다. 미국은 일본을 비롯해 10개 이상의 국가·지역과 동맹 조약을 맺는 동시에 세계 150여 개국에 미군을 파견·주둔하고 있다. 개혁개방 정책에 성공해 급속히 국력을 키운 중국은 뒤늦게나마 미국 중심의 국제관계로 파고들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중국식 파트너십은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외교세계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파트너십 외교를 펼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다. 대상국은 가까운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영국, 프랑스, 독일, EU, 나토, 동남아시아국가들, 중남미 국가에서부터 아프리카, 중동 국가 등 40곳을 넘는다. 주목할 것은 상대국에 따라서 파트너십에 붙는 형용사가 다르며 확실한 랭크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란과 아세안과 같은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은 최상급의 등급이다. 그 아래는 전략 파트너십, 우호적 파트너십, 전통적 협력 파트너십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일본과는 1998년 우호협력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2006년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표현에 합의한 바 있다. 교섭에 임한 일본 외무성 간부는 “파트너십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중국이 만들고자 하는 질서 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인상이 되기 때문에, 굳이 전혀 다른 개념과 말을 꺼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신형의 대국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번 APEC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시 주석은 15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공통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적 호혜 관계’의 포괄적인 추진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서의 큰 방향성을 확인했다. 시 주석은 “중·일은 윈윈의 협력을 견지해 글로벌한 자유무역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국의 발전은 일본과 세계의 근린 국가들에 기회다. 양국의 인적 교류 등을 깊게 하자”고 촉구했다. 둘째는 미국 정책전문가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번 APEC 행사에 맞춰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5일 도쿄에서 공동주최 심포지엄 '미·일 신정권과 인도태평양의 미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에 우려를 표명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 외교를 총괄했던 러셀 전 차관보는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와 북한, 중국의 연계가 강화되고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3국의 방어와 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딜(거래)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우려도 잇따랐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트럼프가 주일미군 주둔 비용의 일본 측 부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 같다.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2023년 1월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일본 등 아시아 담당 대표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비먼은 미디어 인터뷰에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해 “대부분의 국가와 무역관계를 재설정할 것 같다. 미국의 관세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먼은 “미국 국내 정치가 강경 우파와 급진 좌파로 양극화되어 있고, 양 극단은 무역의 폐해에 대해 대체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역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오랫동안 무시되어 온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궤도가 “새로운 정상이 됐고,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그 속도와 강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 대한 태도가 한층 더 강경해질 것이며 차기 정권은 무역적자를 협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셋째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을 설득하는 지견(知見)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의 워싱턴 주재원으로 대외 로비를 담당했던 한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기고한 ‘트럼프 시대’에 대한 제언이 있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이지만, 워싱턴은 2년 주기로 움직인다. 하원이 2년마다 재선거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초부터 시작되는 트럼프 행정부와 119대 의회가 2026년 가을 중간선거까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어떤 정책을 실행하고 법안을 통과시킬 것인지, 즉 차기 행정부와 의회의 어젠다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트럼프 시대에는 SNS에서 대통령의 불규칙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잡음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가끔 중요한 발언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은 무시하고 SNS를 통해 평이한 말로 국민들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새 정부에서도 같은 방식을 많이 사용할 것이다. 잡음과 중요한 발언을 구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다음으로 워싱턴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 관계자와의 인맥이다. 새 정부에서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조기에 파악해 파이프를 만드는 것이 매우 긴요한 일이다. 또한 새 정권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그 정권의 어젠다를 바탕으로 대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쉬운 말로 스토리텔링화하여 설득방식으로 삼는 것도 유용하다. 어찌 되었든 두 번째 트럼프 시대는 첫 번째보다 더 혼란스럽고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는 것이 좋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신호에서 ‘트럼프의 '세 가지 특성’에 놀아나는 세계 정상들‘이란 특집기사를 냈다. 이 특집에 실린 첫 사례가 흥미롭다. “2019년 5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시)이 지바현 모바라 컨트리클럽에서 함께 한 골프는 두 사람이 함께 한 총 5번째 라운드였다. 골프장에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을 포착한 당시 사진을 보면 두 친한 친구가 봄볕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클럽하우스에서 먹은 점심은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한 더블 치즈버거였다. 제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베 총리는 변덕스러운 트럼프를 능숙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마스터 클래스였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 교훈을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 역시 배우고 있다. 트럼프 정권을 상대하는 데 있어 감정 기복이 심한 트럼프의 성격이 정책적, 경제적 대응과 함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트럼프에 대처하는 전략의 기본 요소는 아첨(Flattery), 산만함(distraction), 골프다. 이 세 가지가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부터 아베의 전략 핵심이었다. 전 세계가 놀라고 동요할 때 아베 총리는 주요국 정상들 중 가장 먼저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했다. 이때 금색 골프채를 선물로 들고 갔고, 이후 두 개의 골프채를 추가로 트럼프에게 선물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피하고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완화시킨 것도 아베 총리가 잘 버틴 결과였다.” 외교적 이익을 얻으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에 대비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초당적인 대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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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차세대 먹거리 'AI X 원전' 시대의 도래
‘2024년 7월 1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체코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2025년 3월 계약 체결, 2029년 착공, 2036년 상업운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9월 19~22일)으로 원전 세일즈 외교가 9부 능선을 넘어서면서 원자력 발전을 차세대 핵심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자는 논의가 강하게 일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영업 실적에 따라 나라 경제가 웃고 우는 극심한 편향 경제체제를 벗어나지 않는 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리스크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삼성과 현대 외에도 튼실한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과연 이들 1진 그룹에 이어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을 갖고 있고, 미래 시장성이 밝은 블루오션이 기대되는 분야’라는 조건을 충족하며 차세대를 담보할 기업과 산업이 우리에게 있는가.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비롯된 경제안보 시대에 한국은 지금 1진 그룹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그 뒤를 받쳐줄 2진 그룹마저 보이지 않는 전도가 매우 불투명한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그 탈출구로서 원전산업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와 경제계는 많은 국가가 첨단 산업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 중립, 에너지 안보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해결책이 원전 확대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을 반도체, 무기 등과 함께 수출 강화 분야로 꼽고 있는 배경이다. 이러한 정부와 경제계의 인식을 확신시키는 분석 기사들이 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21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원자력 발전을 향한 빅 테크의 돌진, AI 도약으로 전력 수요 급증’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꼽을 수 있다.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세계의 빅 테크들이 원자력 발전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주 아마존은 워싱턴주의 전력회사와 4기의 차세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으며, 버지니아주에서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하고 SMR 개발업체인 X-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했다. 구글은 스타트업인 카이로스 파워가 건설할 SMR에서 전력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에 폐쇄한 (1979년 부분 붕괴로 폐쇄된 발전소의 옆 발전소) 펜실베이니아의 스리마일 아일랜드 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전력 구매 계약에 합의했다. 1979년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2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해 미국 내 원전 신규 건설이 수십 년 동안 정체된 원인이 됐다. 원전의 심각한 사고는 스리마일 아일랜드,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1986년), 후쿠시마 제1원전(2011년)에서 일어났다. 사고를 면한 1호기는 운전을 계속했지만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화력 발전의 부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운전기간 인허가는 34년까지였지만 이를 기다리지 않고 2019년에 폐로하기로 했다. 이번에 재가동하는 것은 1호기이다. 컨스텔레이션은 약 16억 달러를 투입해 안전 대책을 추진하고 원자력 규제 당국의 인허가를 거쳐 2028년까지 재가동한다. 또한 54년까지 운전 인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빅테크들의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은 주로 전력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AI)의 도약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AI(챗GPT)에 정보처리를 한 번 요청(쿼리)할 때 소요되는 전력은 일반적인 구글 검색의 최대 10배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16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는 교통수단의 전기화와 '리쇼어링' 노력으로 촉발된 제조업 르네상스에 더해 데이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가 이전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유럽의 경우 2023년부터 2033년까지 전력 수요가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주 “석탄 시대와 석유 시대를 지나 전 세계가 전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했다. 빅 테크들은 미국과 같은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면 자체적으로 많은 발전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탄소 배출 제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친환경 전력을 사용해야 하며, 이미 풍력과 태양광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이제는 원자력 에너지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은 원칙적으로 기후 솔루션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원전은 바람과 햇빛을 포함한 기후에 좌우되지 않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다. 문제는 1000메가와트(1메가는 100만) 규모의 원전을 건설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런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원전에 비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빨리 건설할 수 있는 300메가와트 규모의 SMR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론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전력이 필요한 곳과 가까운 곳, 이미 전력망에 연결된 이전 석탄발전소와 같은 부지에 설치할 수 있다. SMR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빅 테크의 재정적 영향력과 혁신적인 노력을 감안하면 SMR 개발이 빨라지리라는 전망도 있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사업에서 이룬 성과에서 보듯이 정부 주도의 재정 지원 개발에서 민간 자금 조달로 주도권 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 어찌 됐든 2030년 이전에도 AI 기반 데이터 수요가 급증할 것이므로 빅 테크들은 풍력과 태양광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AP통신은 “전력과 청정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원자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지난 17일 뉴욕발로 전했다.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에 주력하면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AI의 강력한 발전으로 인해 기술 부문의 에너지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많은 기업과 정부들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선호되지 않았던 전원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매킨지에 따르면 미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2030년까지 전력 수요가 3배 이상 증가해 80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약과 아울러 오라클은 SMR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올해 초 펜실베이니아 원전에서 전력이 공급되는 데이터센터를 사들였으며, 소형 원자로에도 투자하고 있다. 매킨지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전력 부문이 AI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에 대한 접근성은 새로운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 셈이다.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는 탄소 배출량을 '넷(순)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와 맞물려 원전에 대한 대가가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전은 이미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0%를 공급하고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북미에서 원자력 발전 용량이 거의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여전히 원전 개발을 유예하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위스콘신, 켄터키,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는 원전 건설의 문을 다시 연 주들이다. 뉴욕을 포함한 다른 주에서는 규모와 위치에 따라 부분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러한 원전 수요 증가로 원전 기술 회사와 우라늄 채굴업체들의 주가가 강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뉴스케일 파워는 주가가 2023년에 40% 급등한 데 이어 올해 5배 이상 급등했다. 이 회사는 SMR을 만든다. 우라늄 가격은 15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가격 급등은 우라늄 채굴업체와 동종 업체들이 연료 수요 증가에 직면하면서 카메코와 넥스젠을 비롯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외신 보도는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IT 대기업과 전력 사업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GX·DX의 전제로서 원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AI로 인한 컴퓨팅 수요 증가로 전력 확보가 다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건설과 기술 개발의 여지가 큰 원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음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 빅 테크 기업들의 관심이 전력에 집중되면서 기존 원전의 재가동, 소형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핵융합 발전 등 신기술 개발에도 투자와 두뇌가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냉전 종식 후 정체되어 있던 우주개발이 스페이스 X의 진입으로 급변했듯이 원전에도 빅 테크 기업들의 자금과 두뇌가 유입되고 향후 AI가 활용되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원전 강국’인 한국은 세계의 큰 흐름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원전 르네상스’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원전산업 발전을 가속화해 세계 원전시장에서 앞서나가면서 산업혁신과 신산업 창출을 통한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형 원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SMR 개발을 가속화해 미래에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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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바햐흐로 AI 피크타임 …기대반 우려반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성의 거인’ 유발 노아 하라리가 AI의 위험성을 다룬 신간 <넥서스(Nexus)>도 세계의 서점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금주에 한국판으로도 소개되는 책이다.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하라리는 지금까지 그의 핵심 저서인 <사피엔스 전사> <호모 데우스> <21레슨> 등 3권의 대작을 출간했다. 이 책들은 모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다른 저서를 포함해 전 세계 65개 언어로 4500만부가 발행되었다. 하라리는 <사피엔스 전사>에서 인류가 '허구'(픽션)를 공유하고 대규모 인원이 협력함으로써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막강한 힘을 얻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번의 신간 <넥서스>에서 '정보'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인류의 역사를 대담하게 읽어내고 있다. 예로부터 인류는 정보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 왔을까? 정보 네트워크는 인류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가? 3권의 대작 출간 이후 급부상한 '생성 AI'와 '가짜 정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지금 인류가 직면한 시급한 중요 과제에 대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언하는 책이다. 영문판 소개문은 다음과 같다. “넥서스는 인류사라는 망원 렌즈를 통해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우리를, 그리고 이 세상을 형성해 왔는지를 고찰한다. 석기 시대부터 성서 정경의 성립, 근대의 마녀사냥, 스탈린주의, 나치즘, 그리고 오늘날 포퓰리즘의 부활까지, 하라리는 정보와 진실, 관료제와 신화, 지식과 권력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사색을 촉구한다. 하라리는 역사 속 다양한 사회와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정보를 이용해 좋든 나쁘든 목적을 달성해왔는지를 탐구한다. 그리고 인간 외의 지능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서둘러야 할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라리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보 혁명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역사는 결국 과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배우는 것이다. 역사는 무엇이 변하지 않고, 무엇이 변하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역사는 결정론적인 것이 아니며, 넥서스는 과거를 이해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충분한 지식에 기반한 선택을 한다면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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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과학기술 대혁신…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려면
지금 한국은 과학기술 대혁신의 기회를 맞이했다. 우선 과학기술 행정체계가 막강하게 갖춰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행정사상 유래없는 5차관 체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차관(과학기술정책), 2차관(정보통신정책), 과학기술혁신본부장(정부과학기술예산 총괄)과 산하의 우주항공청(우주정책, 2024년 5월 27일 설립) 청장 그리고 대통령비서실의 과학기술수석비서관(2024년 1월 25일)이다. 신설된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4명의 비서관을 거느린다. 이 비서관들은 연구개발(R&D) 정책, 디지털 정책, 바이오 메디컬 정책, 미래전략기술정책을 각각 맡는다. 지금까지 1인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임명되어 주로 경제수석 밑에서 일을 해온 것과 비교하면 최대의 조직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내년도(2025년) 예산이 올해 대폭 삭감되기 전인 2023년도의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는 역대정부에서는 급속확대에 누구도 손을 못 대는 성역이었다. 예컨대 2014년 17조7000억원에서 2023년 31조1000억원으로 줄곧 늘었다. 최근 10년간 약 175% 증액된 것이다. 이러던 것이 2024년도에 2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15% 삭감된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전략은 더욱 든든하게 짜졌다. 정책의 추진과 진보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행정의 일사분란한 집행에 달려있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계 민심의 회복이 급선무다. 과학기술계의 불만과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 세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올해 예산삭감 과정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이래야 정부 연구개발 예산삭감과 관련한 일부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고, 연구현장을 중심으로 일을 한다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양적·질적으로 국가연구개발 역량을 높여온 게 사실이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세계 최초의 5G(5세대 통신망) 상용화, 과학 인프라경쟁력 세계 1위(2024년 스위스 IMD), 과학기술 논문 발표 연평균 5.8% 증가, 국제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2021년 기준) 등 괄목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투자 효율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연구성과의 민간활용이 미흡하다, 사업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실제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투자 전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세계 5위임에도 불구하고 선도국과 기술격차가 여전하며 후발국의 도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도 기술력을 보유한 영역은 줄어들었고, 연구의 질적 수준은 정체된 채 과학경쟁력이 기술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꺼낸 것이 투자혁신책이다. 정부는 “R&D 구조전환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과감한 혁신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R&D예산의 혁신을 통해 국가 재도약과 신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이를 정부는 ‘선도형 R&D 전환’이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R&D 투자 시스템의 4대 혁신을 추진했다. 도전적·혁신적 연구, 글로벌 혁신, 연구생테계, 전략기술 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러한 전환은 모두 ‘글로벌 R&D 추진 전략’에 수렴토록 했다.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다. 정책의 성패는 타이밍과 수순에 달려있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뒤처럼 같이 가야한다. 주지하듯이 정부의 R&D 구조전환이 대학·출연연구기관·기업 등 연구현장에 혼란은 준 것은 타이밍과 수순이 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맞선다. 이 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설명부족을 지적하는 편이 많다. 정책설명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디테일’에 해당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디테일이 전체를 그릇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점에서 신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연구현장과의 소통을 취임 일성으로 들고 나온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소통방식은 지침과 통보의 시대에서 설득과 납득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공동 참여·기획의 시대로 변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둘째, 세계의 거시적 조류를 파악하면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해 대처해나가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 대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 나라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 ‘신중하고 대담한 정부’를 국시(國是)처럼 여기고 있는 싱가포르를 보면 좋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8일 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큰 폭의 리셋(reset)이 필요하다”며 국가 정책과 더불어 국민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독립기념일 연설은 싱가포르 총리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연설로 꼽히며, 지난 5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다. 웡 총리는 싱가포르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에 대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되는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상호 의심과 불신은 계속될 것"이라며 자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자국 내로 생산기지를 회귀하는 움직임과 중국 및 신흥국의 부상을 언급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새로운 인프라,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소국인 싱가포르는 그동안 연구개발과 혁신의 선진적인 거점이 되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웡 총리는 연설에서 국내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며 “몇 년에 한 번씩 규제와 프로세스를 철저히 검토하고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웡 총리는 구체적인 내정 정책에 대해 경제, 가정, 주택, 주택, 교육 등 4개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및 격차 문제 대응이 시급한 상황으로, 2023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속보치)이 0.97%로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에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육아휴직 제도 확대와 우수 자녀 교육 지원 제도 개편 등을 새롭게 제안했다. 웡 총리는 연설에서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시대에 맞는 웡 총리다운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웡 총리의 정책 방향과 함께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왜 최근 줄지어 싱가포르에 몰려가 바이오 헬스 연구소,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첨단 연구개발 허브를 구축하고 있는 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술패권을 노리는 미국이 대외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하는 패턴을 잘 분석해 ‘K-U(한미) 기술동맹’을 굳건히 하는 일이다. 미국은 주요 우방국들과 거의 비슷하게 중요 신흥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위한 정부간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정부간 대화를 통해 미국과 당사국은 책임감 있는 혁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촉진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고, 개방적이며, 접근 가능하고, 안전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등등의 약속을 확인한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들은 이런 기술 협력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우방국가들이 인공지능(AI)의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에 생성형 AI를 포함하도록 하면서 국제 규칙의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와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원하는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한다는 표현을 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공동게놈연구소(JGI)는 미생물 유전체학과 천연물 연구에 관한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우방국가들과 국방혁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정보과학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양자 프로그램을 통해 양자통신, 컴퓨팅, 센싱 연구개발 및 산업화 협력과 인력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과학기술 협력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까. 과학기술에 관한 한 어느 분야에서는 한국이 여러나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글로벌 R&D전략의 기본이다. 정부가 AI·첨단바이오·양자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중 국 다음의 G3로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이제부터 빠른 속도로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야 한다. 넷째, 한국의 미래 디자인(Future Design)을 짜야한다. 미래 디자인이란 미래 세대가 현재의 정책 결정에 의사를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현 세대가 미래 가능성(장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 세대의 이익을 위한 사고와 행동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 행정체계 강화와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의 재정비로 과학기술 혁신의 기회를 맞이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최상의 기회를 서둘러 실천에 옮긴다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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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세계 지배전략 펼치는 AI 트라이앵글
'인공지능(AI)'이라는 글자를 신문 지면에서 볼 수 없는 날은 이제 더 이상 없다. 그 효시가 된 미국 오픈AI가 일반인용 생성 AI를 공개한 것은 2022년 11월 30일. 불과 1년 반 전이다. 그 후 둑이 터지듯 학술 연구는 물론이고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의 현장으로 밀려들었다. 최근 신기술 보급을 보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는 서비스 개시 후 인구의 50% 이상에게 보급되기까지 5~10년 걸렸다. 생성 AI는 이미 컴퓨터 브라우저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고, 곧 인구의 50%에게 보급될 것이다. 진화 속도도 엄청나다. 간단한 텍스트 기반 응답, 작문, 번역에서 고도의 동영상 제작까지 가능해졌다. 이를 악용해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이용한 악의적인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빠른 보급과 진화 속도로 생성 AI는 지금까지 기술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전문가들 사이에 급대두하고 있는 화두 가운데 몇 가지 주목할 게 있다. 첫째는 ‘AI 거품론’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미국 기술 기업들이 최근 실적 시즌에 접어들면서 월스트리트의 기술 기업 가치 평가에 뚜렷한 혼동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2024년 중반이 발전하고 있는 AI의 '에어 포켓'이 될 수 있다”며 “이 기술로 촉발된 투자 붐은 너무도 눈에 띄지만 기술 업계의 최종 고객이 새로운 역량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월스트리트의 인내심이 곧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새로운 기술을 기존 제품에 AI 기능을 탑재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주식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애플이 자사 기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자유롭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위한 매력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접한 뒤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이폰을 처음 손에 쥐고 구글 검색창을 사용하거나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찾던 때와는 달리 디지털 생활이 달라지지는 않고 있다. 이는 생성 AI의 광범위한 도입이 지연되고 있음을 뜻한다. 멈춤이 길어질수록 투자 붐과 부진한 최종 수요 사이의 격차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그럼에도 기술 기업들이 최근 실적 발표를 하면서 모든 징후는 여전히 호황이 한창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기업 고객들이 이제 막 기술을 사용한 첫 번째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궁극적인 용도가 불분명하더라도 앞으로 몇 달 동안 기술 테스트를 늘릴 전망이다. 대규모언어모델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대형 기술 기업들에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기업들이 경쟁을 유지하고 심지어 확대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적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의 영업 현금흐름은 지난 5년 동안 99% 증가해 2023년에는 456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96% 증가해 1510억 달러에 이르는 자본 지출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기술 거품에 관해선 몇 가지 진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거품의 내부에 있을 때는 거품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지출이나 투자 결정이 비록 그 효과가 극단적으로 보이더라도 합리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거품이 일고 있다는 일반적인 합의가 있을 때는 거품이 훨씬 더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거품에서 너무 일찍 빠져나온 투자자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거품이 꺼진 후에는 그것이 단지 과대광고의 산물인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기술 붐의 전조인지 알아내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 ‘AI 거품론’에 대한 논의가 무성해지고 있다. 두 번째는 ‘AI 윔블던 현상’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모든 면에서 능가하는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의 주창자이자 AI 연구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6월 말에 신간을 출간했다. 2005년 저서 <싱귤래리티는 가깝다>의 속편으로, '가깝다' 부분을 '더 가까운(니어)'으로 제목을 바꾸었다. 미국 IT 산업의 열기를 상징하는 책이다. 생성 AI는 폭발적인 속도로 전 세계적으로 이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과 아시아에서도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5개사 등이 대규모 투자를 표명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AI 학습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금액은 일본에서만 연초 이후 약 4조엔(미국 기업이 발표한 계획의 합계)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 전문가들은 “해외에 압도당한 채 국내 파워가 밀린다는 점에서 1990년대 인터넷 보급기와 비슷하다. AI 시대도 테니스계에서 유래한 '윔블던 현상'처럼 문호를 개방하면서 해외의 독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점에서는 우리도 일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윔블던 현상이란 '문호를 개방한 결과 외국 세력이 우세해져 토종 세력이 침몰하거나 도태되는 현상'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시장경제에서 '자유경쟁에 의한 토종 세력의 도태'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특히 시장 개방으로 인해 외국계 기업에 의해 국내 기업이 도태되는 것을 말한다. ‘윔블던 효과’라고도 한다. 어원은 테니스 윔블던 챔피언십이다. 원래는 1877년 7월 9일에 런던의 소박한 지역 윔블던에서 시작된 테니스 대회였으나 규정을 변경해 세계 각국의 강호들이 모이는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로 성장했다. 그러나 개최지인 영국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남자 단식에서는 1936년 프레드 페리의 우승부터 2013년 앤디 머레이의 우승까지 77년 동안 영국인의 우승이 없었다. 여자 단식에서는 1977년 버지니아 웨이드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40년 이상 영국인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윔블던 대회는 테니스의 4대 국제대회 중 하나로 편의상 '전영(全英)오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GAFAM과 오픈AI는 거액을 투자해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까지 먼저 도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투자의 목적은 대규모언어모델의 한 단계 더 큰 규모화이며, 결국 학습에 사용하는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의 고가 영상처리 반도체(GPU)를 대량으로 조달하거나 새로운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 데 있다. 우리 기업들은 아마도 이러한 투자 경쟁에서 제대로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재무 기반에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데이터 양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 번째는 ‘AI 플레이어 참여’이다. 지난달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의 올해 기술 트렌드를 점치는 연례 개발자 행사가 끝났다. 각 기업 모두 AI 신기술 발표 일색이었지만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엔비디아가 개최한 'GTC 2024'였다.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에서 한때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로 급성장하는 AI 신데렐라 기업 중 하나다. 인간형 로봇, 애플의 고글형 단말기 '비전프로'를 이용한 설계, 미국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를 이용한 데이터 압축 기술 등 엔비디아가 개최한 행사에서는 화제의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활용해 점점 더 새로운 실험을 선보이는 모습이 눈길을 잡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무지막지한 열기로 참가했던 국내 기업들이 ‘GTC 2024’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게임 관련 기업에서 생성 AI의 금맥을 발견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혁신의 싹을 '제로 빌리언 달러 시장(아직 보지 못한 10억 달러 시장)'이라고 부른다. 자동차와 로봇을 AI의 다음 축으로 삼고 있으며,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 전시회가 사라졌고, 미국 게임 박람회 'E3'도 막을 내렸다. 종합 전시회에서 기업들이 초대제로 개별적으로 여는 행사가 늘고 있다. 그만큼 기술자들끼리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인맥 네트워크에 끼어들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 아래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지원 거점을 개설했고, 5년간 창업가 1000명을 해외에 파견하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더 이상 '공부'는 그만하고 실제 사업에 매진하자는 것이다. 자동차, 소재, IT, 종합상사, 은행, 보험회사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있지만 현지에서 최신 상황을 '학습'하고 일본 본사에 보고하는 기능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특별한 순간이다"라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말처럼 생성 AI의 충격은 GAFAM으로 불리는 빅테크에 대항할 기업이 탄생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오픈AI를 탄생시킨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지역에서는 매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성 AI 미팅이 열리고 있다. 대기업 직원들도 일을 마치고 인맥을 쌓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개척에 매진한다. 아시아계로 보이는 것은 인도와 중국계 기업가들뿐이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 기업도 AI 등 최신 기술 분야에서 플레이어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 리스크를 감수하고 해외 거점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사에 보고하고 문의하는 것만으로는 비즈니스에 깊숙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AI 트랜스포메이션’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6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의 대규모 혼란과 격차 확대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각국 정부에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IMF는 과거 디스럽션(창조적 파괴)을 일으켰던 기술과는 달리 생성 AI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서도 고용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각국에 실업보험 확대 등 대책을 제안했다. IMF는 생성 AI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공공 서비스 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급변하는 미래 노동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 및 직업훈련 관련 정책은 평생학습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업과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업종에 특화된 훈련, 실습 제도와 재교육(리스킬링) 프로그램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새로운 노동 환경으로의 전환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이 값비싼 전환이 가져올 영향을 완화하고 사회의 통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의 4개 화두를 정리해 봤지만 무엇보다도 AI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기술), 월스트리트(자금), 워싱턴(국가전략)의 굳건한 트라이앵글 체제로 세계 지배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주요국들이 AI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우리도 ‘AI 정책·전략’을 재빠르고 담대하게 가다듬어야 할 때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