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고려대 경제학과
-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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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성장 엔진 멈춘 대한민국…경제 살리기에 전력해야
경제학에서 경기침체(recession)는 단기간에 경기가 수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에서 경기변동을 분석하고 있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2분기 이상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침체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불황(depression)은 이러한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불황의 정도가 심각하면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라고 해서 1929년에 발생한 심각했던 불황이다. 그런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2분기 이상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침체라고 하는 등 경기침체와 불황의 분석 기준은 경제상황에 따라 반드시 숫자까지 비슷할 필요는 없다. 그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수준으로 분석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는 1992~2021년까지의 장기불황도 연평균 0.73% 성장률을 지속한 시기다. 전미경제연구소 기준에 의하면 이 정도면 경기침체나 불황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 수준이지만 일본은 장기불황의 파장이 컸다. 연평균 0.73% 성장률이라면 마모된 기계설비 부분을 보완하는 대체투자 정도만 있고 신규투자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어서 신규 일자리가 거의 창출되지 않아서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캥거루족이 속출하고 패기 잃은 일본 청년들의 모습이 지속되었다. 어느새 일본의 임금 수준이 한국의 임금 수준을 하회하는 현상이 지속되어 일본 청년들의 한국행 러시가 일어날 정도였다. 이러한 장기불황으로 인해 한국의 1인당 GDP는 2024년부터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 대단한 극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 재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는 제로금리와 무제한 통화공급을 기조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2020년 9월 물러날 때까지 추진했다. 1929년 발생한 미국의 대공황과 1992년 발생한 일본의 장기 불황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제시되었다. 이들 중 가장 주목받은 주장이 어빙 피셔(Irving Fisher) 예일대 경제학 교수가 제시한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이론이다. 피셔 교수는 대공황 원인이 부채디플레이션이라고 주장했다. 1929년 급등하던 주가가 폭락으로 반전되며 대공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도 부채디플레이션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시 세계 최대 호황을 구가하던 일본의 자산가격이 1985년 플라자합의와 이어진 자산가격 폭락으로 금융회사 부실이 심화되면서 초장기 불황이 시작되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 많은 대출을 일으켜 자산에 투자하고 자산가격 급등을 초래하다 폭등하던 자산가격이 하락으로 반전하면 대출을 갚지 못해 투자자는 물론 금융회사도 부도가 나면서 경제는 불황이나 심할 경우 대공황으로 빠져든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201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려되는 불황이나 대공황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연준 버냉키 의장은 제로금리와 통화를 무제한 공급하는 양적 완화정책을 장기간 시행하기도 했다. 이런 분석을 좀 길게 하는 이유는 지금 한국의 저성장 지속이 상당부분 건설경기 부진에서 비롯되고 있는데도 정책당국자들은 제대로 된 원인분석과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4% 2024년 2.0% 2025년 1.5%(한국은행 2025년 2월 전망)으로 3년 평균 1.6%에 머물고 있다. 아직은 1%대 중반이지만 이마저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한국 기준으로 장기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불황에 빠져들 우려를 배제하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건설투자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6%로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1~2월 두 달간만 해도 건설사 103곳이 폐업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급증했다.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63빌딩을 시공했던 신동아건설, 경남 2위 대저건설, 시공 능력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중견 건설 회사들까지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롯데건설, GS건설, DL그룹 등 대형 건설사들도 자회사 매각, 본사 건물 매각 등 비상 경영에 나섰다.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 비용은 급증한 반면, 건설 경기 침체로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 건설 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건설업은 철강·시멘트 등 건자재뿐 아니라 이사업, 인테리어업, 음식업 등 다른 업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내수 산업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커 고용 근로자가 200만명을 웃돈다. 지난해 건설 부문 고용이 15만7000명이나 줄었는데, 올 들어서는 감소 폭이 더 늘어나 1월 중 건설 부문 고용이 1년 전보다 16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2만 가구 중 80%가 지방에 몰려 있어 지방 건설업계는 연쇄 도산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도 금리를 내리거나 규제를 완화하면 서울 강남3구나 용산구 집값이 오를 걱정만 하고 있다. 한은 총재도 비슷한 이유로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2022년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문제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이 먹고살고 있는 수출은 금년에 재화수출의 경우 0.9%에 머물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은 줄고 대미국 수출은 관세 등 각종 규제로 이 정도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 전망이 어두우니 설비투자 증가율은 2022~25년(전망) 연평균 1.2%에 불과하다. 이러니 일자리가 생길 리 없다. 일자리가 안 생기니 민간소비가 늘 수 없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23~2025(전망) 평균1.4%에 불과하다. 이러니 자영업이 말이 아니다. 30일 통계청 ‘연도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 수는 약 98만6000명으로 집계 기준이 바뀐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회 ‘최근 10년간 개인사업자 현황’ 자료를 보면 대표적인 자영업인 소매업과 음식업의 폐업률은 20%를 넘겼다.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79.4%로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았다. 금년은 더 어렵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통상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달 24일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으며, 27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전망치도 2년 10개월째 기준선을 하회하며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한국 경제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불황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일본의 경험에서 잘 보아왔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지금은 부채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금융 부실 차단과 역전세 대책에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정부가 지난해 9월 26일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과 10월 5일 PF 대책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분야 주요 대책’을 발표했지만 3기 신도시 3만 가구 건설, PF 보증 확대(10조원), 정책자금 지원(7조2000억원), 정상화펀드 조성(2조2000억원) 등은 우선 눈앞의 위기설 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조족지혈일 뿐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이미 실패한 정책 기조를 시장친화적으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트럼프 관세폭탄을 눈앞에 두고 있고 중국 경제도 하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천연가스 셰일가스 무기 등 한국이 필요한 물품의 수입 리스트를 제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보다 적극적인 통상정책이 절실하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에 맞는 협상이 절실한 실정이다. 거대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법 등 반기업법에 대해서도 그러한 법들이 일자리를 파괴하는 법이라는 여론을 환기하는 등 여당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소비가 늘면서 자영업자 문제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미시적 대책 외에 거시안정화 대책도 완전히 재점검이 필요하다. 대외적으로 수출이 급감하고 대내적으로 실업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리 환율 재정정책으로 구성되는 적절한 거시안정화 대책을 추진하는 일이 시급하다. 1980년대 초반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도 단군 이래 최대호황을 이끌어냈던 정책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야당도 한국 경제가 비상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반기업 친노동 재정퍼주기 등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자제하고 경제 살리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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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MAGA vs '중국몽' … 미·중 격돌 속 한국의 진로는
드디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하에 전후 최고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는 막강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미국은 이미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경제대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경제전망에서 2025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0조 달러에 이르러 전 세계 GDP의 26.4%를 차지하는 세계 1위로 전망하고 있다. 2위는 19조 달러로 17.0%를 차지한 중국, 3위는 5조 달러로 4.3%를 차지한 독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1.9조 달러로 12위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바로 위 2조 달러 초반대가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로 한국이 조금만 분발하면 G7에 오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은 지금 안타깝게도 정국이 불안해 주춤하고 있다. 1인당 GDP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2025년 8만9678 달러가 되어 세계 7위권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1~6위까지가 10만 달러 이상의 룩셈부르크 스위스 아일랜드 그리고 9만 달러대의 싱가포르 노르웨이 아이슬랜드로 이들은 모두 소국이어서 사실상 1인당 GDP 기준으로도 미국이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금년에 1인당 GDP가 3만7675달러가 되어 세계 32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8위의 일본, 39위의 대만에 비해서는 앞서는 수준이지만 최근의 정체가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러한 미국이 더욱 강한 미국을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력하게 추진할 전망이어서 전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동맹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이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에 줄을 대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1월 17일 시작된 취임식 행사에는 100만 달러(약 14억5500만원)를 기부한 사람들이 줄을 잇는 등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대 2억5000만 달러(약 3636억원)의 기부금이 모인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 애플 구글 MS 보잉 등도 100만 달러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부자들이 너무 많아 거액 기부자 중 일부는 이벤트 대기자 명단에 올랐거나 VIP 티켓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보도도 나왔을 정도다. 기부 창구를 조기에 폐쇄해 기부 희망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세계 정상들과 고위관리들이 운집하는 가운데 한국에서 간 일부 정치인들은 아예 참여도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말 대단한 트럼프다운 세기적인 취임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중요한 대외정책이 고율의 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정책과 미국을 뒤쫓고 있는 중국 때리기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970년대 들어 적자로 전환된 후 해마다 증가해 마침내 2021년 이후 내리 3년간 매년 1조 달러가 넘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별로 보면 2023년의 경우 중국 2787억 달러, 멕시코 1614억 달러, 베트남 1046억 달러, 독일 832억 달러, 캐나다 723억 달러, 일본 719억 달러, 아일랜드 655억 달러, 한국 510억 달러, 대만 473억 달러 순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 근로자들, 특히 백인 저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다자간무역협정(WTO 등) 탈퇴 △ 거래상대국 간 무역수지 균형 수준을 유지하는 공정무역 중시 △보편관세 부과 (10~20%) △대 중국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 60% 관세 부과 △대 캐나다 멕시코 25% 관세 부과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 신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부과 대상에는 맹방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500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내어 8번째로 많은 대미 흑자국이므로 관세부과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아예 미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CJ그룹은 트럼프가 당선된 지 일주일여 만인 지난해 11월 13일 ‘공화당 텃밭’으로 통하는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에서 7000억원을 투자, 북미 최대 아시안푸드 공장을 짓는 착공식을 가졌다. 현대제철의 미국 첫 제철소, SPC의 미국 첫 제빵 공장, LS전선의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등 한국 기업들은 가전부터 자동차, 배터리, 제철, 식품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첫 생산 거점을 짓거나, 기존 공장의 생산 품목·물량을 확대하는 등 투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의 한국 공장들도 상당수 미국으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새 행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겠다는 것 역시 핵심적인 이유다.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에게 줄을 대려고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서 트럼프 당선자가 먼저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미국 해군 함대의 유지보수(MRO)를 한국이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한 터에 국내 정쟁으로 인해 윤 대통령 출국금지 등 고위 인사들의 대미 활동이 봉쇄되어 안타까운 실정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중국에 이어 2위지만 기술력이 1위인 한국이 맹방으로서 미국과 최고의 파트너로서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와 신규건조를 맡을 최적의 국가이다. 이 경우 350조 블루오션이 열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시장을 확보해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든든해져야 하고 신뢰가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면에서도 국내 정쟁은 조속히 안정되는 것이 정말로 긴요하다. 미국의 부상에 대항하는 한 축이 중국이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국가가 되겠다는 ‘중국몽’을 꿈꾸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인류운명공동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중심으로 단결해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자는 개념이다. 중국이 그동안 끈질기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 브릭스 등의 정책을 보완하려는 개념으로 보인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개념으로 중국은 2017년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전후로 ‘인류운명공동체’를 ‘신형국제관계’와 함께 핵심 외교담론으로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인류운명공동체는 미국과의 세계 패권경쟁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우군을 확보하고 나아가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미 우위를 추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12월 14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는 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도 적극 협력하고, 중국 및 기타 국가와 더불어 인류운명공동체를 세워 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모두발언에서 '운명공동체'를 언급했다. 2017년 12월 세계정당대회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2월 3일 기조연설에서 정당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인류운명공동체의 미래와 행복을 만들어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종북친중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한미일 가치동맹을 강화하되 중국도 배타적으로 멀리하지는 않은 외교정책을 추진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6월 28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제시 70주년 기념대회'에서 다시 한번 "각국과 함께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추진하자고 밝히고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세계 평화에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기록이 가장 좋은 대국"이라며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한반도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중국의 힘이 늘수록 세계 평화의 희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한편 부상하던 중국도 경제구조가 경직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성장이 정체되는 ’피크차이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1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인 경제민족주의라고 비판하고, 시진핑 주석의 ‘인류운명공동체’론을 집중 조명했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말한 ‘미국 우선주의’는 노골적인 경제민족주의일 뿐이며 이를 세계화로 치장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국 고립주의(America alone)가 아니라며 미국 경제 성장이 촉진되면 전 세계에 도움이 되고,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화와 동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존의 패권을 유지 강화하려는 미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의 격돌이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석들도 등장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패권전쟁을 분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집필했던 투키디데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당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로 성장하고 있던 아테네와 당시 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다른 도시국가인 스파르타 간의 대립 구도를 분석한 개념이다. 이처럼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존 강대국과 떠오르는 강대국 간의 갈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국제 관계에서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다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양국으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이 임박했다는 식의 공포를 조장하며 ‘함정’에 빠지기 보다는, 합리적이라고 내린 판단도 여전히 불완전함을 깨닫고 주변국들과 좀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태도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서 핵심적인 주제가 고래싸움 가운데 있는 한국이다. 미국이 미군함대의 유지보수 및 신규건설 기지를 한국으로 정할 경우 한국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당연히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일환일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도 지난번 사드 파동 때 보아온 것처럼 그냥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안정되고 번영된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미래를 모두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냉철하게 분석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전쟁 없는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고 그 바탕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이 연이어 발생했던 구한말 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만 매몰돼 권력투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급변하고 있는 국제지정학적인 정세 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미래를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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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정치적 격량에 침몰하는 경제 …'외환위기' 서막
정국 불안이 끝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중요 원인으로 내란을 지목하며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 국방장관과 많은 군 장성들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을 내란중요업무종사자로 구속기소하거나 직무정지해 거의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되도록 해 놓고는 이제 헌재의 탄핵심리 단계에 와서는 내란죄는 제외한다고 탄핵소추를 한 민주당 측이 주장하고 있으니 국민들로서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형법상 내란죄를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제외하려는 것을 놓고 여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학계에선 "소추사기"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헌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헌법학계 원로인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은 "탄핵소추 사유에 중대하고 심각한 사유들을 잔뜩 늘어놓고 어찌되었건 탄핵소추안만 통과시키고, 헌재에 가서 이것(내란죄)은 살짝 빼겠다고 했다면 이건 한마디로 '소추사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내란죄'를 빼려면 탄핵소추서를 다시 만들어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죄'를 삭제하기 위해선 이번 탄핵안을 각하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의 예비심판인 탄핵소추안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 학장은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탄핵을 즉시 각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은 여당대로 난리다. 내란이라는 점을 온 나라에 부각시켜 여론을 조성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놓고 헌재 심리 단계에서 내란죄를 입증하기도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을 예상한 야당이 슬거머니 내란죄는 빼고 심리하자는 것은 가능하면 조속히 탄핵을 결정해 이재명 최종심 전에 대선을 치르고자 하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에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소추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규정은 어찌할 것인가. 이런 가운데 공수처의 존립 근거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한정적으로 열거한 수사 대상에는 고위공직자의 ‘내란죄’에 대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을 ‘내란죄’의 피의자로 소환한 것도 모자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한남동 관저에 진입을 시도하였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하더라도 공수처의 수사 절차는 형사소송법과 인신 구속에 관한 관련 법률을 준수하여야 한다.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내란죄의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내란죄’ 피의자로 현직 대통령을 소환하고, 수사권 없음을 지적하는 대통령의 소환 불응을 이유로 체포영장까지 받아 집행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공수처장과 서울서부지방법원 원장, 영장판사 모두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것 때문에 공수처가 영장 발부가 유리한 판사쇼핑을 한 것이 아닌가 등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심지어 공수처는 대통령 경호처에 압박을 가하고 야당은 경호처의 경호업무를 축소하는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고도 한다. 이처럼 지금 한국은 완전히 좌우 내란이 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계엄과 탄핵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 것은 대한민국 곳곳에 좌파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지도층 상당수가 386 주사파들이 점령하고 있는 민주당은 물론 전교조, 민노총, 진보당에 이어 사법부, 선관위 등 각종 정부기구에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좌파들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민노총 간부 3명이 간첩죄로 장기복역 판결을 받은 바도 있다. 이들은 국정원의 간첩수사력이 약화된 가운데 간첩법 개정도 반대했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좌파 조직들을 발본색원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반을 공공히 해야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자유로운 선진강국을 물려줄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우선 조속히 국정이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 안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경제도약의 골든타임을 잃게 된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대외적 파고는 전후 최고 수준의 보호무역주의 등장과 미국과 중국의 대전환이다.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는 ‘미국 우선주의(MAGA)’를 내세우며 전 세계를 관세로 위협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트럼프와 정상외교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지만 한국은 정쟁으로 올스톱된 상태다. 아마도 금년 상반기 골든타임을 날려버릴 공산이 크다. 중국은 저성장기로 접어들며 고성장기에 투자된 과잉생산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기 수출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 주요 타깃이 한·중 자유역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한국이다. 이미 한국의 저기술 산업은 초토화되다시피 되었고 이제는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산업마저 직격탄을 맞으며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이 한·중 자유역협정이지 중국의 보복으로 시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세이프가드조항 발동 등은 생각도 못하고 한국만 당하고 있는 구조다. 그 결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대중국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고 있다. 반면 대미국 수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벌써 미국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압박하고 있다. 어차피 수입하고 있는 에너지 수입처를 미국으로 큰 폭 바꾸어 대미 무역마찰을 줄여야 한다. 수출이 안 되면 기업 투자도 어려워진다. 특히 반도체전쟁 상황에서 투자 비용에 대해 15~25% 세액을 감면하는 'K칩스법' 연장,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AI기본법, 전력망특별법 등도 정쟁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기업에 활력을 주려면 구조개혁·규제혁파, 법인세·상속세 인하, 투자세액공제·연구개발세액공제 확대, 노동시장 안정, 전력망 등 필요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이 추진되어 기업을 뛰게 해야 하지만 물 건너 가는 형국이다. 그동안 한국의 수출은 K-원전, K-방산이 활력이 되어 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특히 원전은 관련 예산 삭감 등으로 산업 자체 전망마저 불투명해 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윤 대통령에게 전화까지 했던 미국 함대의 한국 유지보수(MRO)도 미지수다. 한·미 관계의 안정적인 유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주택 공급도 안갯속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설사들의 건설 수주와 착공은 작년부터 아예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금년과 내년에 –1.3% 증가율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 한국은행의 비관적인 전망마저도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날 리 없어 민간소비는 바닥을 헤매고 자영업자 도산과 연체가 증가하는 등 민생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 벌써부터 민생 안정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안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위험 수위에 있는 재정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환율은 급등하고 외환보유액은 줄고 있어 외환 측면에서 위기가 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4154억 달러로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 선 붕괴가 목전이다. 반면 외채는 지난해 3분기 말 7027억 달러다. 주식시장 외국인투자액(1월 3일 기준)은 4547억 달러다.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가 빠져나가게 된다. 외환위기를 면하기 위해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외환보유액을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 이상 보유해야 한다. 우선 한국은 금년에 6900억 달러 정도 수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한국은행 전망).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러한 경상거래에 필요한 외환보유액을 수입액의 25%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에 한국이 경상거래를 위해 필요한 외환보유액은 1725억 달러다. 지난해 3분기 말 외채 7027억 달러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는 1587억 달러다. 장기외채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가 있다. 단기외채와 장기외채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합한 외채를 유동외채라고 해서 상환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규모가 2854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주식시장 외국인투자액(1월 3일 기준)은 4547억 달러 중 과거 외환위기 시 경험을 보면 33% 정도가 유출되었다. 이에 대비해 15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금년 중 필요한 외환보유액은 608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외환보유유액 4157억 달러보다 1926억 달러 정도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은 ‘창마이 이니셔티브’라고 하는 ASEAN+3(한·중·일) 다자간 통화스와프에서 한국이 분담하고 있는 384억 달러만큼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2023년에는 한·일 통화스와프 100억 달러 규모를 체결했다. 이를 고려하면 1441억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한국이 해외에 빌려준 대외채권도 있다. 그러나 과거 외환위기 시 경험을 보면 한국이 필요한 때 대외채권을 회수해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한국은 위기 시에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부족한 대외신인도를 해결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도 한··미 통화스와프는 우리 경제에 안전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하려면 한·미 관계가 우선 개선되고 정상화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도 이번 정국 불안이 조속히 안정되어야 하고 한·미 관계 정상화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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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 경제적 시선] 지구촌 덥치는 차이나 공습 …K-산업 경쟁력 사수하라
중국발(發) 중·저가 공세에 국내 제조업이 휘청이고 있다.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매출이나 수주에 영향을 받았거나 향후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정책이 시행될 경우 중국의 과잉공급물량이 한국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공략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이 초유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어 우려가 크다. 한중자유협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대중국 통상정책을 강화하는 등 철저한 대비가 시급하다. 한국의 대중수출은 2021년 1629억 달러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23년에는 1248억 달러로 하락하고 2024년 중에도 1~9월 중 979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은 이미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800억 달러까지 감소해 반도체 제외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적자를 기록해 오고 있다. 이는 2015년부터 발효된 한중자유무역협정에서 범용기술제품을 대거 양허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값싼 중국 제품들이 한국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침투된 데 따른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제조기업 222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7.6%가 중국 제품의 저가 수출로 실제 매출과 수주 등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도 '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업종군을 살펴보면 이차전지(61.5%)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 전기장비(32.3%) 등 전방위적이다. 국내 기업은 중국의 저가 및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고부가 제품 개발 등 품질 향상(46.9%), 제품 다변화 등 시장 저변 확대(32.4%), 신규 수출시장 개척 및 공략(25.1%), 인건비 등 비용 절감(21.0%) 등을 꼽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중국 기업이 저가·물량 공세에 나선 배경은 재고 증가가 중요 변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 기간 소비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2022년 4월 20.11%로 크게 증가했으나 그후 과잉 생산 재고를 해외에 저가로 수출하면서 재고율은 2023년 11월 1.6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이 좀처럼 경기 둔화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 6월 기준 4.67%로 다시 높아졌다. 저가·물량 공세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그런가 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부터 추진해 온 자국 핵심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기술력 면에서도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이 이미 전기차와 태양광 등 영역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분야 역량까지 키우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인공지능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당장 한국 삼성전자의 타격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국영기업의 개입 등 육성정책을 중상주의 정책으로 보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체제를 이용만 하고 있다며 지난 트럼프 1기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탈퇴했었다. 이번 2기에 다시 탈퇴하고 대중국 압박을 강하게 밀어붙일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고속철도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2030년에는 LNG추진선 시장에서도 선두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로봇 등에서도 중국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냈다는 점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압박하면 할수록 태양광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저가 물량공세로 전 세계 경쟁사를 몰아낸 전략이 여러 분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처럼 시장도 작지 않으면서 중국의 압박에 거의 속수무책인 나라의 산업이 피해가 클 가능성이 있어 한국 기업들은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기업 SMIC는 3나노(10억분의 1미터·작을수록 우수한 공정으로 평가한다) 반도체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글로벌 시장의 테슬라 판매량을 넘어서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높은 기술력에 저렴한 가격까지 앞세운 중국 기업 공세에 글로벌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발 공급과잉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며 국내 주요 사업 환경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철강과 석유화학, 태양광, 디스플레이, 전기차, 이차전지 등 6개 주요 업종의 수요와 공급 여건이 모두 국내 기업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을 포함한 제품 과잉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넘어서면서 가격 하락 등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위기를 겪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고율 ‘관세장벽’이 실현되면 자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철강 제품이 한국 시장 등 미국을 제외한 시장으로 싼값에 유입될 수 있어 한국산 철강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이 경북 포항 2공장을 셧다운(폐쇄)하기로 한 것은 중국발 과잉 공급과 저가 공세에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불황이 장기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현대제철은 지난 7월 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이에 산업부에서 조사에 나섰으나 중국의 보복 관세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실제 제재를 가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또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나라다. 하지만 건설경기 부진으로 중국 내 건축자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로 쌓인 재고를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국내 철강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한국 철강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3사 합산 1조6501억원)이 전년동기보다 47% 감소했다. 국내 철강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대제철은 지난 13일 직원들에 포항2공장 제강, 압연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셧다운)을 추진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포스코는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스테인리스강 생산법인 장가항포항불수강 매각을 검토 중이다.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은 포스코가 처음으로 해외에 스테인리스 일관 생산설비를 구축한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공급 과잉 등 여파로 1699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석유화학 부문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보다 사업경쟁력 측면에서 우위에 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범용 제품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 80조원 규모의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 사업에서 올린 영업이익이 단 12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2022년 석유화학 사업의 영업이익 1조원에 육박했던 것과 사뭇 비교된다. 무차입 거인 롯데의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배경도 롯데케미칼의 무모한 몸집 불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9년에 매출 40조 비전을 설계하고 NCC(나프타분해시설)를 무리하게 확장했는데 중국의 물량 공세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공격적으로 NCC를 증설하면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태양광 역시 공급과잉이 심각하다. 지난해 중국의 모듈 생산능력이 850GW(기가와트)로 올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용량 추정치 600GW를 훌쩍 넘어서며 공급과잉 상태다. 전기차와 이차전지도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패권 장악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풀며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여파로 생산량이 늘면서 수출도 급증했다. 이차전지도 중국 업체의 해외 진출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애플 아이폰16 시리즈의 카메라모듈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LG이노텍의 납품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이 원가 절감을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공급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유율 방어에 나선 LG이노텍이 제품 판매 가격을 낮출 경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K-배터리 골든타임은 '3년'에 불과해 늦으면 중국에 먹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저가 공세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고, 여기에 차세대로 꼽히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역시 2026년부터 자체 기술만으로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중국은 정부 전폭 지원에 힘입어 고공 성장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톱10에 중국 기업 4곳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전폭적인 지원과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따라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 정책으로 국내 산업 보호 조치(37.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연구개발(R&D) 지원 확대(25.1%), 신규시장 개척 지원(15.9%), 무역금융 지원 확대(12.5%),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지원(6.3%)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글로벌 통상 분쟁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반덤핑 제소 등 정부의 대응 기조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 수입품에 대해 신청한 반덤핑 제소 건수가 통산 연간 5~8건인 데 비해 올해 상반기에만 6건이 신청됐다. 중국은 대규모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이제는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자국 시장 밖에서도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올해 1~9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은 중국 CATL이다. CATL은 7.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26.3%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6%p 하락한 46.0%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역시 한목소리로 국내 첨단 기술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2018년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능력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한국의 디스플레이 부문도 위기다. 최근 중국 업체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영역에서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부진한 LCD 업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중국의 OLED 비중 확대는 우려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LG 텃밭인 한국 가전 시장도 중국 가전 브랜드에 잠식되고 있다. 10여 년 전 한국 가전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는 “싼 맛에 쓰는 제품”이었다. 3~4년 전엔 샤오미 선풍기, 이른바 ‘차이슨(차이나+다이슨)’으로 불리는 무선 청소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품질 수준이 한국산에 근접한 제품들이 출시되더니, 최근엔 오히려 한국 제품보다 더 비싼 중국 브랜드가 팔려 나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은 결국 성장률 둔화와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가지수가 7월 이후 5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을 이어갔다. 국내 증시 최장 하락 기록은 2000년 IT(정보통신)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세워진 6개월 연속이다. 그때는 세계 증시와 동반 하락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 증시는 호황인데, 유독 한국 증시만 바닥을 헤매고 있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세계 최저의 주주 환원율, 지지부진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 원인은 기업 경쟁력 저하와 그로 인한 경제 성장률 둔화에 있다. 중국의 위협은 이제 산업 전 분야에서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중국 8대 주력 산업의 최근 10년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무선통신기기·선박·자동차·철강 등의 7개 부문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 철강·석유화학은 중국산 저가 공세 탓에 생존 위기에 내몰렸고, 한때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던 자동차·휴대폰은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중국은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현재 중국 대비 기술 우위를 지니고 있는 산업은 반도체·선박 정도다. 미국의 대중국 HBM 수출규제도 문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일부 사양이 낮은 HBM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매출 비율이 높지 않지만,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이 면세 제도 허점을 이용해 저가 제품을 쏟아내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부터 적극 한국 공세에 나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을 제치고 MAU(월간활성이용자수) 상위권에 올라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 초 향후 3년간 한국 시장에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은 이전과 양상이 다르다. 중국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도 고성장기에는 자국 내에서 상당 부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침체 등의 여파로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다. 또한 과거엔 업종별로 공급 과잉 시기가 달랐지만 지금은 대부분 업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빚어지고 있다. 중국이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 달러의 무역흑자를 향해 질주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으로 글로벌 무역질서가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발표된 무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흑자는 2024년 10월까지 총 785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무역흑자가 내수 부진 속에서 달성됐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가 회복되지 않자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 영향력 확대는 글로벌 경제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 170개 이상의 시장에서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며, 이는 기존 서방 중심의 국제 무역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대미 무역흑자는 4.4% 증가했으며, 유럽연합(EU)과의 무역흑자도 1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아세안 국가에 대한 수출은 36%나 급증하며,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것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중국의 수출 드라이브 강화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 등이 직접적인 경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와 중국의 자국 기업 보호정책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진과 밀어내기식 수출 여파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에서 모든 국가에 일괄 관세 부과 방안이 실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중국의 파상공세로 한국 산업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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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미국보다 낮은 잠재성장률…한국 경제 역동성 살려라
잠재성장률은 노동증가율 자본증가율 총요소생산성증가율의 합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선 노동력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는 반면, 미국은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2년 71.1%에서 2072년 45.8%로 급감할 전망이다. 반면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령인구의 노동력 활용제고 등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자본증가율 기여도도 하락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가 바람직한 수준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겹겹이 짓누르는 규제, 높은 세금, 강성노조, 높은 임금으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탈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이 2816곳에 달한 반면 해외에서 돌아온 국내 복귀(유턴) 기업은 22곳에 불과했다. 미국은 ‘리쇼어링’으로 불리는 기업 복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매년 평균 300곳 이상의 자국 기업이 돌아오고 있다. 일본의 유턴 기업도 연평균 600곳을 넘는다. 반면 한국은 지난 5년간 유턴 기업 수가 총 108곳에 그쳤다. 그중 대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일본 도요타·혼다·닛산 등은 미국과 멕시코 공장을 자국 내로 옮기거나 해외 생산 물량의 일정 비율을 국내 생산으로 돌리는 등 리쇼어링 성과가 뚜렷하다. 반면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 악재 탓에 러시아·중국 공장을 폐쇄하면서도 리쇼어링 대신 인도에 새 공장을 짓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한국과 경쟁국의 기업 투자 여건이 천양지차인 데서 비롯된다. 한번 고용하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낡은 노동법,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과도한 인건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주 52시간제, 산업재해 사망 때 최고경영자가 감옥행을 감수해야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수도권 공장 입지 규제 등 이중 삼중의 규제가 주는 공포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무역투자진흥공사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95%는 “국내 유턴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 비중이 높은 제조기업일수록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학술 논문도 나오고 있다. 노조 가입자 비중이 25~50%인 제조업체는 0~25%인 기업에 비해 해외 진출 가능성이 2.1배 높았다. 노조 권한이 강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해외 이탈 가능성이 1.5배, 노사 관계가 대립적인 기업은 1.6배 높다는 진단이다. 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기업이 골머리를 앓고, 신규 공장을 노동 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유연한 외국에 세운 사례는 숱하게 많다. 현대차는 1996년 충남 아산 공장 이후, 기아는 1997년 경기 화성 3공장 이후 새 공장을 전부 해외에 세웠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해선 정부가 노조의 불법 파업에 엄정 대처하는 한편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제도적 측면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를 탄력 적용으로 바꾸는 일이다. 반도체업계는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주 52시간제가 일률 적용되다 보니, 연구원들이 새벽까지 일하는 엔비디아나 주 7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TSMC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야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가 올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반도체산업은 안보면에서도 중요한 전략산업이지만 각종 주민들의 민원, 전기 용수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4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직간접 고용효과도 192만명으로 추정되는 용인 반도체 산단도 수년째 첫 삽도 못 뜨고 있고 전기 용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산단의 속전속결 건설과는 너무나 안이하고 차원이 다른 문제들이 한국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고 있다. 노동생산성도 우선 우수인재가 양성되어야 하는데 4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평준화교육은 수학포기자를 양산하고 19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학반값등록금으로 전국 대학들은 인재양성은커녕 재정이 피폐해 존속 자체를 걱정하고 있는 지경이다. 노동 자본투자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어야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난다. 지금 상태와 같은 미봉책으로는 한국 경제는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규제혁파 세제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라.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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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4대 개혁 재점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후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과제를 언급하며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루어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야당의 협력을 요청했다. 2023년초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새 외교 노선을 천명하고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꺼내든 개혁의 화두는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였다. 그리고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여당 참패 후 국정 쇄신안으로 처음 ‘의대 증원’ 계획을 공언했다. 이로써 연금·노동·교육·의료 4대 개혁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금년 8월에는 여기에 저출생위기 대응을 더해 4+1개혁이 주장되었다. 펜데믹 위기를 겪어면서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뿐 아니라 미중쟁패 심화, 북중러결속 강화 등 지정학적·경제적 불안정성이 팽배해 복합위기의 파고가 넘실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통한 돌파구가 절실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쟁의 대치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개혁을 위한 법안 하나 제개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정쟁만 키우고 개혁은 실종되는 최악을 피하려면 모두가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도록 설득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국정은 협치는커녕 갈수록 대치만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 각종 기득권 세력들은 개혁보다는 기득권 지키기에 사생결단이 되고 있는 상황도 개혁 돌파구 찾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 및 3기 출범식'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부터 해결하기 위해 반개혁 저항에도 물러서지 않고 연금·의료·교육·노동의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반복했다. 윤정부가 출범해 3대개혁을 주장한지도 2년 반 가까이 다가오고 윤정부도 반환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 시점에 개혁의 추진상황을 점검해 보고 어떻게 하면 추진동력을 살려나갈 것인지 고민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먼저 연금개혁을 보면 연금개혁의 출발은 ‘공적연금 개혁위원회’의 출범이다. 공적연금 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는 물론 당선 후에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굳게 약속한 주요 국정과제다. 연금 개혁의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개혁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상생의 연금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공적연금제도의 문제점은 우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매년 국가재정으로 보전하고 있고, 사학연금도 조만간 이런 전철을 밟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적자는 1조9000억원에 달했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 적자가 났고, 2002년엔 적립금이 모두 고갈됐다. 그나마 2015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했지만 2023년 적자만 6조1000억원에 달했다. 사학연금은 아직까지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2028년에 적립금이 정점을 찍고 이듬해인 2029년부터 기금 수지가 적자 전환하는 데 이어 2043년엔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전망이다. 현재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적자는 세금으로 메운다. 사학연금도 적자가 나면 정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군인·공무원·사학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대 직역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보험료율이 높지만 그만큼 연금 지급액도 많은 구조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보험료율은 18%로 국민연금(9%)의 두 배다. 2022년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58만원인 데 비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이보다 4.6배 많은 268만원이었다. 군인연금은 289만원, 사학연금은 302만원이었다. 현행 제도대로 간다면 2050년에는 국가보전금이 23조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국가부채도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상황에서 지속이 어려운 과제다. 국민연금은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39년에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이 되면 기금이 전액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심각하다.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3대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1986년 설계 당시 일본의 후생연금을 참고했는데,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료율은 18%로, 소득대체율은 50%로 합의했다. 지금은 연금을 적게 받는 일반국민들의 세금으로 연금을 많이 받는 특수 직역연금을 보전하는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이밖에 소득 하위 70% 노령층에 적용되는 기초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운영해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연금 개혁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우리보다 연금 역사가 긴 일본과 독일도 오래 전 이를 성공적으로 매듭졌다. 한국도 2022년 7월에는 국회 연금특별위원회가 설치됐고 10월에 첫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보고서가 2차례 연기된 끝에 제출됐고, 지난해 10월엔 알맹이 없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이 발표됐지만 보험료율 인상의 불가피함만 강조하고 구체적인 인상률을 담지 않은 채 국회로 넘어가면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특위는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하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까지 꾸렸다. 최근 정부는 보험료 차등 인상, 자동안정장치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게 설정된 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령 그룹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다른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연금액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과 같은 논쟁적 방안도 함께 던지면서 여러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 전문가들 사이에서 견해 차이가 드러나며 좀처럼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이 마저도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야·정이 모두 참여하는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만들어서 모수개혁 및 구조개혁을 통합 논의하자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다루면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3대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은 언급도 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노동개혁은 윤정부는 노사법치 확립의 일환으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불법·부당한 관행 개선, 5대 불법·부조리 근절(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불공정 채용, 직장 내 괴롭힘) 등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노사 자율적 선택권 확대를 위한 근로시간 개편, 파견제도 선진화, 노사 대등성 확보를 위한 대체근로 개편 등 노동규범 현대화를 목표로 노동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근로손실일수는 58만4853일로 지난 정부 평균 156만7381일(동일 기간)의 37.3% 수준에 불과하고 2023년 노사분규 평균 지속 일수 건당 9.4일로 역대 최초 10일 이하 기록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강조했다. 그는 " 자본시장은 글로벌 스탠다드 맞게 바뀌었는데 노동시장이 안바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에게만 유연성을 중요시하는게 아니라 근로자들도 노동시간과 형태에 있어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산업과 근로자가 사업·업무 형태에 따라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내용인데, '주69시간 근무' 프레임이 갇혀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노동유연성 제고, 노동쟁의 3자 개입 금지, 노동쟁의 시 대체인력투입 허용, 최저임금 차등화 탄력화, 주휴수당 폐지, 과도한 중대채해처벌법 개정 등 노동 본연의 개혁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협력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한 노동개혁이다. 아울러 실업대책을 공고히 하고, 노동자들의 능력개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직업교육과 훈련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다시 노동개혁의 불씨를 지펴야 할 때이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국회는 입법화로 뒷받침해야 한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위시한 노동개혁 성공은 강한 지도력과 협치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현장을 두루 경험한 김문수 고용부 장관의 경륜과 추진력이 주목되고 있다. 백년지대계로 추진해야 할 교육개혁은 늘봄학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글로컬 대학 육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30여년 가까운 교육평준화 정책으로 학생들의 기초햑력은 하락하고 20여년 가까운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은 4차 산업혁명과 5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혁명 등에 필요한 우수인재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윤정부는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글로컬대도입, 공립고교 육성, 교육자유특구 도입, 지역균형발전 연계 등 진일보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전교조가 장악하고 있고 좌편향 교육은 지속되고 있고 30년 가까운 평준화, 20년 가까운 대학 반값 등록금으로 학력저하 대학재정 빈곤화 등 황폐화한 공교육 정상화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그 결과 수만 명의 기러기 아빠 엄마들이 전세계 국제학교를 유랑하고 엄청난 사교육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교육개혁과제다. 의료개혁은 최대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 의대 증원은 제주 의대가 설립된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모집인원은 총 4610명으로 전년도 3113명보다 1497명 늘었다. 의대 증원은 과거 어느 정부도 못했던 개혁이다. 한국의 의료는 개혁이 필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환자들이 부족한 의사로 인해 ‘3분 진료’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모바일 플랫폼시대를 맞아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원격진료도 20년 넘게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의학으로 노벨의학상이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한의학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단순한 증원을 넘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료개혁 추진이 가능할 것인지 주목된다. 성태윤 대통령 정책실장은 9월 11일 의료개혁에 대해 “지역·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적인 요건”이라고 했다. 그는 “의학교육 선진화,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등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고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의료 이용체계를 정상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 응급을 비롯한 필수, 지역의료 수가를 개선해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하고 의료인 배상 책임보험, 형사처벌 특례 등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이러한 의료개혁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 그간 건강보험에 의존하던 재정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향후 5년간 10조 원의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4대 개혁은 전임 정부들에서도 풀지 못한 숙제다.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은 다시 한번 미비점과 보완점을 재점검해 보아야 할 때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고 밝히며 “늘 그렇듯 개혁에는 많은 저항과 고통이 따른다”면서도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성장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는 지금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해 2030년 대에는 성장률이 1%대 2040년 대에는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이다. 한마디로 2030년대 이후에는 일본형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끊임없는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역동성 유연성을 제고해 오고 있는 미국은 1인당 소득이 7만 달러 고소득국임에도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민 모두 기득권을 조금씩만 양보하고 여야정치인들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맹목적인 정쟁을 접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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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부동산가격 때문에 금리 안내린다?
지난 8월 2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8월 8일 발표된 상황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배경에서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회복이 더딘 내수와 추락하는 민생을 고려해 대통령실은 아쉬움을 표명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대통령실은 한은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이후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자영업자 건설업자들의 상황은 빈사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자영업자 수는 57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2000명 줄어든 규모다. 특히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가 11만명 줄어들어 사실상 경영난과 고금리 영향으로 폐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장사를 접은 후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들은 1년 새 23%가 넘고 지난 7월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 건수는 총 229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059건)과 비교하면 무려 116%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종합건설업체 누적 폐업 신고는 295건으로 전년 동기(218건) 대비 무려 35.3%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고용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52만1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만4000개 증가했지만 고령층 재정일자리 '보건·사회복지' 분야의 일자리가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고 건설업 일자리는 4만8000개 줄어들고 20·40대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내수 부진과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민생을 고려한 대통령실의 아쉬움 표명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반박이 나와 주목된다. 2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금리 동결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현 상황에서의 단기적 최적 결정'이 무엇인지에 치중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왜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고 직격했다는 보도다. 이 총재는 "구조적인 제약을 무시한 채 고통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논쟁이 잦아들기보다는 가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측 논쟁이 모두 한편에서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고 틀린 주장들이 아니기 때문에 논쟁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외국에서 통화이론으로 학위를 하고 한국은행에서 통화연구실장을 역임하고 관련 학회장을 맡아 오는 등 통화금융을 연구해온 필자로서 몇 가지 정리해 둘 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통화정책이란 무엇인가. 거시경제학에서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더불어 단기 안정화정책(stabilization policy)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경기는 변동하면서 움직이는데 수요변동을 통해 경기변동을 완화해 실물경제에 충격을 덜 주도록 하는 것이 단기 안정화정책이다. 그 때문에 통화정책은 대개 시계가 1년 내외로 짧다. 1년 내외의 미래를 내다보고 물가나 고용 사정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고 미래지향적 정책을 수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구조개혁 교육 혁신 등은 성장정책이라고 해서 거시경제학의 후반부에서 가르치고 있는 장기정책분야다. 단기 통화정책은 장기적 경제여건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단기 안정화정책을 수행한다. 물론 단기 안정화 통화정책은 투자를 통해 장기 성장의 여건을 변화시킨다. 둘째, 한국은행의 목적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1997년 금융위기 이후 1998년부터 채택했다. 1차 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고인플레이션 시기를 겪으면서 당시 전 세계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 채택 열풍이 불던 때였다. 즉 물가안정이 한은 통화정책의 목표다. 물가안정 목표는 처음에는 작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가격과 글로벌 시장 영향이 절대적인 석유류가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인 근원인플레이션율을 기준지표로 하였으나 지금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지표로 하고 목표는 2.5%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세계 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예방대책을 연구한 끝에 거시건전성규제 등 사전적 금융안정대책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각국은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게 되었고 한국도 금융감독원에 거시건전성감독국이 설치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거시건전성감독국은 폐지되고 없다. 그처럼 사전적으로 거시건전성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가 최근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급락하자 2020년 3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기준금리는 0.5%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러자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건설사 시행사들은 금융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빌려 부동산개발을 시작했다. 금융회사들은 1~2%대의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8~9% 내외의 부동산 대출을 하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느냐고 판촉에 열을 올렸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증권사 등 금융권 직원들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현상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금융위기의 전조로 보았다. 금리 급락과 주택공급 부족 등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 집값이 급등하고 이를 기회로 PF대출이 급증하게 된다. 그 후 집값이 하락으로 돌아서면 PF부실이 급증하게 되는데 경착륙해 부실규모가 크지면 금융위기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집값 급등기에 대출할 만한 신용력이 없는 프라임 수준 이하 가구에도 무조건 대출한 사태) 이후 집값이 급락하면서 마침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되어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가격하락에 따른 채무부담 증가가 다시 가격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이라고 명명하고 대공황과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비이성적 과열’ 경우에는 사전에 거시건전성 규제로 무리한 금융공급을 규제하여 비이성적 집값 급등과 대출 급등 현상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이 해야할 사전적 조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 결과 2011년에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한국은행의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한은의 목적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고 해서 고용안정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물가안정목표 2.5% 수준은 완전고용수준에 달하는 고용안정을 달성하는 수준의 물가상승률 수준이다. 미국 연준은 고용안정을 명시적으로 목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고용안정의 목적 도입 여부를 떠나 대체로 적정금리수준 도출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 갭(잠재성장률과 기대성장률 갭)과 인플레이션율 갭 (목표인플레이션율과 기대인플레이션율 갭)을 이용한 ‘테일러준칙’이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처럼 내외금리차가 환율변동을 초래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에는 환율변수를 추가한 ‘개방경제 테일러준칙’이 사용되기도 한다. 셋째, 통화정책에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기준금리를 변경하면 일정한 시차가 지난 후에 성장 고용과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대체로 투자 즉 성장과 고용에 먼저 영향을 미치고 이는 수요변동을 통해 물가를 변동시키게 된다. 그동안 한은의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대체로 1년 내외 시차를 두고 물가를 변동시키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보다 늦게 금리를 변동하면 실물경제 즉 성장 고용 물가의 변동성을 높여 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한 또는 미래지향적 통화정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국내외 실증분석에서도 선제적 또는 미래지향적 통화정책이 최적 통화정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전년동기비 2.8%로 하락했다. 농산물가격과 에너지가격의 일시적 상승으로 2월과 3월 3.1%로 소폭 높아졌다 4월에는 다시 2.9%로 진입한 후 5월 2.7% 6월 2.4% 5월 2.6%로 2%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은도 지난 8월 발표한 금년도 경제전망에서 금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2.1%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금년 및 내년 모두 지난 5월 전망치와 같은 2.2% 및 2.0%로 예상된다. 성장률은 작년의 1.4%에서 금년에는 2.4%로 회복되고 내년에는 2.1%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차를 고려한 지금의 금리정책은 내년의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전망을 내다보고 수행되어야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한은이 2.1%로 전망해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 한은은 보다 일찍 금리를 내리는 것이 최적 통화정책이란 차원에서 바람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은은 지난 8월 22일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고 부동산가격 동향을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만약 부동산가격이 안정이 안되면 고용악화와 성장둔화 그리고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금의 금리를 유지할 것인가. 많은 부동산전문가들은 지난 8·.8 부동산대책으로 수도권 부동산가격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한은은 딜레마에 직면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한은이 금리동결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효과 문제다.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는 대책이다.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고 △서울에 인접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해 2만호 이상을 추가하고 △재건축·재개발 촉진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재건축‧재개발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 17.6만호의 주택을 조기에 착공하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5년까지 착공하는 경우 미분양 주택을 LH가 매입하는 등 4.1만호가 조기 공급되도록 유도하며 △빌라 등 비아파트를 11만호 이상 신축매입임대로 신속히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공급대책과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는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는 등 시중 유동성과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실패했던 문 정부와는 달리 공급확대정책과 가수요 통제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책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주택 착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주택 입주까지 8∼10년가량이 소요된다. 한편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와 안정적인 주택공급은 상충된 목표라는 점이 문제다. 공사비는 상승하는데 집값 하향 안정화만 추구하면 건설사의 수지가 악화되어 오히려 공급이 안될 수도 있다는 점은 과거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인데도 반복 주장되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해부터 건설비용도 급등하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PF 부실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23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중 얼마나 부실이 되고 있는지도 불확실한 가운데 대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국은행의 또 하나의 목적인 금융안정이 크게 훼손될 우려마저 있다. 지금 금융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오히려 더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은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로 나타나는 ‘금융불균형’을 거론하며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이다. 금리 하나로 물가안정과 금융불균형 등 금융안정을 모두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두 가지 목표를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틴버건의 법칙’이다. 금리와 더불어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거시건전성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설상가상 장기목표를 위해 단기목표를 희생하게 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의 단기불안정성을 높이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한은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7월 고용사정이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다음 달 금리인하는 기정사실이고 한번에 0.5% 포인트 인하하는 빅컷도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부동산, 특히 수도권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를 금리정책에 중요하게 고려하는 반면 연준은 고용동향을 크게 고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한 동향을 반영하여 벌써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원화가 강세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많이 높아졌지만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아직도 수출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경쟁력이 원화강세로 훼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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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주택정책 성공 여부가 정권을 좌우한다
주택정책은 정권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다. 지난 2022년 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신승을 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크게 실패한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 결과 집값 급등도 중요한 이유였다. 문 정부는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총 29번의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문 정부는 투기수요가 근절되어야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원칙 아래 종부세율과 양도세율 강화,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임대차3법 도입, 분양가상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등 각종 규제정책 위주의 정책을 추진한 반면 공급정책을 소홀히 한 결과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종부세율과 양도세율 강화,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도입되어 실패했던 정책인데 재도입되어 화를 자초했다. 2018년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청년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입주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정책이었다. 수요가 존재함에도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니 집값은 오르고, 과도한 대출규제로 중산층은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부분만큼은 할 말이 없다"며 2021년 4월 재보선 패인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으며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까지 했다. 윤 정부도 이미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그런데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중요한 배경은 인허가와 착공 건수가 급감하면서 수년 후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부동산시장을 뒤덮으면서 가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임대차3법 시행 4년이 되면서 4년 후의 전세까지 고려한 높은 전세가로 인해 이럴 바에야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낫겠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 중 주택인허가 물량은 전국적으로 14만9860호로 전년동기비 26.1% 감소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1만3174호로 전년동기비 25.5% 감소하고 있다. 근년에 인허가가 많았던 2022년 중에는 26만호였으므로 금년 중에는 아직까지 22년 대비 약 10만호가 적은 편이다. 상반기 중 주택착공물량은 전국적으로 12만7249호로 전년동기비 30.4%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을 보면 상반기 중 착공물량이 13만여 호로 전년동기비 2.4% 감소하고 있다. 착공은 가장 많았던 2021년에 26.9만호였으므로 금년 중 아직까지는 14만호 정도가 적은 편이다. 이렇게 되니 수년 후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영끌대출을 받는 가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대책으로 나온 것이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여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핵심은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공급과 적정 수준의 유동성 관리에 있으므로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주택수요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먼저, 서울·수도권 중심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21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되, 신규택지 발표 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하여 투기수요를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에 인접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해 2만호 이상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빌라 등 비아파트를 11만호 이상 신축매입임대로 신속히 공급하고 이에 더하여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매입임대를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아파트 공공매입임대는 종전 계획 12만호에서 최소 16만호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건축·재개발 촉진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재건축‧재개발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 17.6만호의 주택을 조기에 착공하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5년까지 착공하는 경우 미분양 주택을 LH가 매입하는 등 4.1만호가 조기 공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급대책과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는 시중 유동성과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는 등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내실화·확대해 나가고, 가계대출 전반의 증가 속도와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분석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조만간 추가 거시건전성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투기거래 근절과 시장교란행위 단속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 현장 점검반도 가동키로 했다.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실패했던 문 정부와는 달리 공급확대정책과 가수요 통제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책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필요하다고 해서 즉각적 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 특히 2년 반 정도 후인 2027년 초에 있을 대선을 고려하면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안타깝게도 윤 정부는 지난 2년을 허비한 셈이다. 대선 전까지 어떻게 급등하고 있는 집값을 안정시킬 것인가가 핵심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 정부 때처럼 죽비를 맞아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해 '9·26 대책'에서 올해 '1·10 대책'에 이은 '8·8 대책'까지 1년 사이 세 차례 발표된 정부 주택 공급대책의 종착지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였다. 현재 서울 그린벨트는 외곽에 149㎢ 규모로 지정돼 있어 서울 전체 면적의 24.6%에 해당된다. 역대 정부는 주택 공급 등을 목적으로 서울 그린벨트를 지속적으로 해제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3.47㎢를 해제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2년에는 보금자리주택 조성을 목적으로 서울 5㎢, 경기 29㎢ 등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졌다. 이때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된 주택은 4만1000가구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도 2530가구 규모 신혼희망타운 공급을 위해 수서역 인근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했고, 2021년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자체 사업인 신내4지구(790가구) 주택공급을 위한 해제가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과 관련해 "그린벨트 중 이미 훼손된 곳, 녹색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곳에 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9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 근교에 녹지공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지만, 저출생 문제, 주거문제가 자연환경 보존만큼이나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요한 포인트는 과연 언제쯤 실제 주택공급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주택 착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주택 입주까지 8∼10년가량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확고한 주택공급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주택정책이 불행하게도 다음 대선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전 정부에서 추진되었으나 아직 답보상태인 3기신도시 건설도 반복되고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한 달 뒤 집값은 지금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는 공포로 매수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그린벨트까지 풀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변수다. 전문가들은 기존 정책들을 구체화한 다방면의 세부대책이 담긴 점에 대해서는 낙관하면서도 현재 부동산 가격의 구조 문제가 공사비 급등에서 비롯된 부분이 큰 만큼 공급 실현과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공사비는 상승하는데 집값 하향 안정화만 추구하면 건설사의 수지가 악화되어 오히려 공급이 안될 수도 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했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의 주택공급은 위축시켜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 주택은 과잉 공급되어 비수도권 주택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데도 미분양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데 지금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는 흔들림 없는 서울시의 목표"라며 "중앙정부와 협력해 충분하고 안정적인 주택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는 토지거래허가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와 안정적인 주택공급은 상충된 목표라는 점이 문제다. 결국 서울 핵심지역에 대한 분양가상한제와 토지거래허가제도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위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촉진법'(특례법)을 통해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17.6만호 확대하는 등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37만 가구 공급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우선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처리를 허용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 요건도 완화했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촉진법'(특례법)이 여소야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가 불확실하다. 조합설립 동의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 발생 시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해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했다. 사업성 개선을 위해 초기 자금의 기금 융자를 지원하고 주택연금 개별 인출 목적에는 분담금 납부를 포함한다. 이 정책을 통해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특별법도 가장 핫한 지역인 강남3구 용산구는 제외한다는 발표다. 가장 핫한 지역을 제외하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직주근접이라는 핵심적인 주택정책과도 배치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그대로다. 심지어 서울시에서 과도하게 요구해 재건축 추진을 저해하고 있는 기부채납 문제도 그대로다. 일부 재건축단지에서는 말뿐인 서울시의 신통기획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까지 나붙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는 수년째 지속된 공사비 상승에 따른 정비사업 침체와 분양가 인상이 원인인데 민간 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공급대책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된 비아파트 거래를 정상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매입 11만 가구 이상을 2025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소규모 건설사업자의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등록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일몰 기한을 연장해 대상과 범위를 확대한다. 이외에 임대 수요 정상화를 위한 방안도 담겼다.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산정 시 주택 수를 제외하는 기간을 늘린다. 기축 소형주택을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매입임대)하는 경우 세제 산정 시 제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요가 급감한 비아파트 공급 촉진이 집값 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고 수도권 과밀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3년 말 154조5000억원(부채비율 220%)에 달하는 LH 부채가 매입임대에 발목을 잡을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해마다 5개년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린벨트 해제 구역에 8만 가구 신규 택지를 공급하고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공택지의 경우 토지 이용 효율화를 통해 2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기로 하는 등 신축과 구축을 포함한 비아파트 공공매입임대는 종전 계획 12만 가구에서 최소 16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LH의 부채가 LH가 공공주택 공급에 적극 나서지 못하게 하는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가계 대출 관리와 집값 안정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도 있다. 이와 관련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갚는’ 대출관행을 일관되게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금리인하 및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공급도 늘려 집값안정을 추구하면서 집값 상승은 막아야 하고 가계부채도 증가하지 않아야 하는 상충되기도 하는 여러 목적을 추구하다보니 여러 정책들이 혼재해서 효과가 불확실해 보이는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공급을 늘려 집값안정을 추구하면서 가계부채도 증가하지 않아야 하는 정책은 미래의 주택가격과 가구의 소득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나 LTV(담보인정비율) 등 거시건전성지표를 밀착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상환능력이 있는 가구가 차입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해야 금융부실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민간임대 활성화와 같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상환능력이 어려운 가구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LH의 매입임대만 강조되고 민간임대 활성화 대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범위 내에서 공사비 상승을 반영한 적정 수준의 집값 상승으로 공급 확대를 유도해야 공급도 늘어나고 건설사 부도도 방지된다. 공사비는 상승하는데도 무조건적인 집값 하향 안정화가 목적이라고 하는 주장은 주택공급 축소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집값 상승뿐만 아니라 PF부실 등 부동산금융의 부실을 초래한다.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임대차법 등 노무현 문재인 두 정부에서 도입해 실패했던 포퓰리즘 정책은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유재산권 침해소지가 있을 정도의 과도한 기부채납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들을 그대로 두면서 공급확대를 통한 집값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정책이다. 윤 정부의 확고한 부동산 정책철학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해 보이고 무엇보다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시기를 놓치지 않는 정책 추진이 중요한 때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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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트럼프 2기' 다가올 변화 …한국의 대응전략은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난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약을 토대로 트럼프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일단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정책대로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으로 미국의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최고세율과 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연소득 10만 달러 미만 급여세를 면세하고 자본이득세를 감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재정부담이 되고 있는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는 대신 시장논리와 경쟁으로 약값 인하, 미국 국민의 기업을 통한 의료보험 가입 등으로 의료혜택 확대를 도모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GDP 비율은 10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에 도입된 예산통제법에 의해 국가부채비율이 100% 넘을 경우 상하양원이 동의해야 재정지출이 가능하다. 가끔 재정절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배경이다. 따라서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안은 1조 달러 내외의 작은 규모로만 추진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친화적 정책과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수준 유지, 강력한 리쇼어링정책으로 ‘Keep America Great Again’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전망이다. 트럼프 1기 2018~19년 중에는 연간 700~800여 개 기업이 리쇼어링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 바 있다. 그 결과 2009.9~2020.2월 128개월간 최장 호황을 기록하며 1인당 소득 6.5만 달러 고소득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도 회복될 것이다. 미국 성장률 1% 상승 시 한국성장률 0.4% 상승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면 미국의 환율절상 압력에 대비해야 한다. 2015년 미국 상하 양원 통과해 2016년부터 발효된 새 무역촉진법 (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 of 2015)에 의해 미국 재무부는 연 2회 주요교역국들의 거시경제정책과 환율정책을 조사해 의회에 보고하고 환율 개입 의심 국가에 대해 통상 투자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1989년 발효된 슈퍼 301조의 환율 관련 법안으로 불황형 흑자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복을 받고 원화가치를 크게 절상해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마침내 동아시아금융위기 때 피해가지 못한 전력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일명 베닛 해치 카퍼(BHC) 법안이라고 불리는데 △대미 흑자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GDP 비율 3% 이상 △12개월 동안 일방적인 순외환시장개입 규모/GDP 비율 2% 이상 기준을 가지고 2개 기준에 저촉하는 국가는 관찰/감시대상국(monitoring list), 3개 기준 저촉하는 국가는 제재대상국으로 분류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무역구조가 대중국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대신 대미국 흑자가 늘어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어 한국이 미리 대처를 현명하게 해야 한다. 통상면에서도 미국우선주의, 다자간협상탈퇴, 쌍무협정 (무역확장법 동원) 공정무역 중심의 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는 트럼프 1기에 탈퇴한 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원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추진된 협력체제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다가 보호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탈퇴를 선언하면서 총 11개국이 명칭을 CPTPP로 변경한 후 일본 주도로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2023년 7월 영국이 추가로 가입하면서 총 12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은 현재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만 가입하고 있고 CPTPP에는 가입하고 있지 않은데 통상 다원화 차원에서 한국은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극적 통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IT 반도체 등 새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되는 강경한 대중국정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정책으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반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된 인플레감축법(IRA)에 의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반도체칩스법에 의한 미국 내 칩 기업의 R&D 및 공장 건설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 외 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에 의해 한국의 많은 반도체 배터리 공장들이 미국에서 착공 중이거나 이미 가동되고 있다. 새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강경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6일 트럼프는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해 방어비 추가 분담을 요구하면서, TSMC와의 관계 재설정 가능성도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의 여파로 TSMC에 AI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엔비디아까지 영향을 받았다. 대만 증시에 상장된 TSMC는 17일과 18일 이틀간 2%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AI 반도체와 미국의 대중 제재가 맞물리며 최근 3~4년간 급격하게 재편되어 오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트럼프의 말에 다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 부흥을 위해 수십조원 보조금을 쏟아붓는 ‘칩스법’에 변화가 생길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이든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통상정보를 미리 입수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되었던 셰일가스 개발을 다시 추진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고 이런 과정에서 원유가격 하락 가능성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이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 자립이 달성될 경우 미국 중동 간의 관계가 재설정되고 중동원유의 주요 이동통로인 남중국해 정책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원유가격 하락은 원유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구도의 변화는 중동정세는 물론 동아시아 안보와 한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색된 러시아의 관계 변화도 주목된다. 트럼프1기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상해 왔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오히려 경색되면서 러시아 중국이 밀착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탄약을 공급하는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환경정책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탄소중립정책은 주로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해 온 반면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시절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바 있다. 환경규제는 추가로 완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도 이미 탈원전 폐기로 원전을 수출하고 있지만 탈원전 폐기정책을 보다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다가올 다양한 변화를 예상하고 미리 미리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대응전략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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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국운이 걸린 반도체 전쟁 …'K칩스법' 조속히 통과하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도층 포용을 위한 정책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대부분 반대기업 정서에 편승해 대기업 지원 정책에 인색해 왔던 민주당이 반도체 육성을 위한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주목된다. 반도체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던 정부·여당이 오히려 뒤통수 맞은 듯한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에 질세라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트롱 K칩스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법안은 국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이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K칩스법보다 세제 혜택을 강화한 법안이다. 박 의원은 법안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국가 반도체 산업본부’를 설치해 경쟁력 강화와 기술 보호를 담당하게 하고 안보 및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검토해 반도체 클러스터 및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력·용수 등 반도체 산업을 위한 핵심 인프라 조성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확대하고 주 52시간제 적용도 예외를 둘 수 있게 했다. 미국·중국·일본·대만은 물론 유럽 주요국까지 반도체 산업 패권을 잡기 위해 지원에 나서자 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빠른 지원을 위해 야당과 ‘원샷 입법’을 협의하기로 했다. 모처럼 여·야·정이 모두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된다. 반도체는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중요한 산업으로 전 세계가 육성을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산업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3조3350억 달러(약 4600조원)를 기록하며 MS와 애플을 제치고 1위로 부상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핵심에 생성형 인공지능이 있고 생성형 인공지능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가 핵심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두고 삼성과 SK하이닉스 간에 일전이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마하 5 이상(초속 1.7㎞)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재의 방어시스템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미사일인데 마하 5 이상으로, 그것도 복잡한 궤적으로 비행하면서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히 연산해 내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슈퍼컴퓨터에는 당연히 고성능 반도체가 핵심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이제 외교안보에도 중요하다. 한마디로 반도체는 경제안보의 핵심 전략산업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5~15%를 보조금으로 주고, 설비투자에 25% 세액공제를 적용 중이다. 주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도 계속 발표하고 있다. 1980년대의 반도체 영광을 되찾으려는 일본도 반도체 투자액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설비투자의 20%를 세액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EU는 430억 유로 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획을 포함한 반도체법에 합의했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기업을 위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민주당 입장에서는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도체 지원 법안은 자칫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EU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로 한국의 지원이 불충분하다면 국내 반도체 투자 부진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제시한 ‘야당표 K칩스법’에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5~25%에서 25~35%로 올리고, R&D 세액공제율은 30~50%에서 40~50%으로 상향 조정하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올해 일몰되는 세액공제 기간을 10년 연장하고,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넓힌다는 내용도 첨단산업 업계에서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국가반도체위원회를 설립한다는 안도 포함돼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안을 내놨다. 여당 안은 세액공제 연장 기간이 6년이라는 점, 세액공제율은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야당 안과 차이가 있다. 여당 안은 국가반도체위원회가 아닌 ‘대통령 직속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야당 안과 다르다. 정부도 최근 17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포함해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를 중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금까지 여야와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지원안에 보조금 지급 방안이 빠진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업계와 학계에선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후공정, 소부장처럼 국내 기업 경쟁력이 비교적 약한 분야에 한해서라도 보조금을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인센티브가 나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표 K칩스법은 앞서 여당이 제시한 지원안, 정부 안과 함께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조 자체에는 여야·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세율이나 세액공제 기간을 비롯한 세부 사항에 있어서는 의견이 서로 다른 상황이다. 이견을 조율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속한 처리가 중요하다. 지난달 25일 발의된 더불어민주당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허들 없이 빠른 속도로 집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원책은 더욱 큰 보탬이 됨은 물론이다. 삼성전자는 용인에 360조원, SK하이닉스는 평택에 122조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에 120조원을, 기흥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증설에 20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현재 19개의 생산 팹(fab)과 2개의 연구 팹이 가동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올해부터 2047년까지 622조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져 연구팹 3개를 포함해 모두 16개의 팹이 새롭게 들어서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이 폭발적인 보조금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무기가 생긴 셈"이라면서 "가장 큰 보조금은 '속도'라는 대통령의 말대로 신속한 처리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세제 혜택 이외에 전력 공급 등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강력한 지원도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급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완공된 생산시설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전력을 충당하려면 태안 등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송배전망을 비롯한 전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 송전망에 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대만 등 경쟁국들은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전력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해외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정부의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비싼 신재생에너지 구입비용 폭증으로 200조여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은 기업들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거론하며 되레 송배전망 구축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고덕~서안성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 등 갈등으로 2013년 건설 계획이 수립된 지 10년 만에, 당초 계획보다는 2년 ‘지각 준공’하기도 했다. 이 송전선로는 경기 안성시, 용인시, 평택시를 지나는 23.5㎞ 길이의 송전망이다. 3900억원의 공사비 전액을 삼성전자가 부담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대부분의 전력을 공급한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특별법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 지원 의무를 포함시켰다. 부채를 200조여 원이나 안고 있는 한전의 입장을 감안하면 무리한 내용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국정기조에도 반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수급이 불안정한 신재생 에너지로 감당할 수 있을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민들과의 마찰도 넘어야 할 큰 문제다. 2019년부터 SK하이닉스가 총사업비 1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민간 투자 프로젝트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추진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448만㎡(135만평)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으나 주민들과의 마찰과 용수시설 구축과 관련해 여주시와의 인허가 협의가 해결되지 않아서 3년 이상 건설이 지체되기도 했다. 반도체 사업은 선발 주자가 시장을 선점하기 마련이어서 한시가 아쉬운 상황이다. 사업자에겐 글로벌 경쟁에서 사느냐 죽느냐를 가리는 운명의 시간이었던 만큼 참으로 경쟁력의 핵심인 귀중한 시간을 날려버린 것이다. 여야는 신속히 지원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와 지자체도 지역 갈등을 더 이상 기업과 주민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경제안보 전략산업 건설에 실기해서는 안 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