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자유시장연구원장]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하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히는 등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호남권 800조원 규모의 팹 4기 구축을 비릇해 삼성과 SK의 전체 지방 투자를 합치면 향후 10년간 2000조원, 사상 초유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팡파레를 울렸다.
그런데 이날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7조원의 매도를 기록해 주가는 출령였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약 3조 8000억원, SK하이닉스를 약 3조 3000억원 순매도하는 등 반도체 ‘투톱’에서만 7조원 넘는 매도세를 보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4.86%, SK하이닉스는 1.68%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약 7조7000억원 순매도를 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 매도세에 원화 환율도 13.2원 급등한 달러당 1545.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약 17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30일에도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1조 원 넘게 순매도하는 가운데 기관과 개인이 각각 5000억 원 가량 순매수해 하락폭을 줄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외국인 대량 매도는 상반기 말을 앞두고 급등한 반도체 주식 등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을 하는 리밸런싱(투자 비율 조정)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개 이 정도의 매머드급 투자 발표날 사상 최대규모의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이 말한 ‘행정지도’식의 정부주도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과거 정부가 판을 깔아주고 좌지우지 하던 소규모 경제가 아니다. 2025년 국내총생산(GDP)이 2676조원, 달러로는 1조 8820억 달러나 되는 세계 10워권 경제규모다. 기업들이 장래의 수요를 예상하고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기업가정신이 중요한 경제규모다. 이 정도 규모의 경제에서 기업가정신이 훼손되면 경제는 추락한다. 승승장구하면서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이 되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중국몽을 꿈꾸던 중국이 지금 휘청거리고 있는데는 정부의 입김이 기업경영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자본주의가 중요한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몇 년 전만 해도 금융정보기술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알리바바의 마윈의 추락이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행정지도’라는 말을 사용해 시장에서는 우려가 커진 듯이 보인다.
반도체팹의 호남행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산업인데 호남에는 주로 간헐성이 높고 단가도 원전의 3~4배는 되는 태양광 해상풍력 중심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영산강 유역은 이미 생활·공업용수가 부족해 물 수요의 73%를 섬진강 유역에 의존하고 있어 물부족 사태가 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인프라도 전국에서 호남 지역의 가장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력 문제도 적지 않은 문제다. 호남 역내에서 우수한 인재를 필요한 만큼 공급할 수 있는 교육체계가 발전되어 있지 않아서 수도권 우수인력의 호남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올해와 같은 많은 상여금이나 주택·자녀교육 등 정주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하는 문제다. 삼성전자가 팹6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용인국가산단은 앞당긴 계획이 2040년이고 SK하이닉스가 팹4기 건설을 추진하고 용인일반산단은 앞당긴 계획이 2033년이다. 그러면 광주팹은 그 후가 될 것이다. 지금 미국 마이크론 일본 카옥시아 대만 TSMC는 물론 중국도 창신메모리 등 저가를 앞세워 모두 약진하고 있다. 2040년 경 또는 그 후 완공될 광주팹이 그 때도 지금 한국이 누리고 있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누리게 될 지는 너무도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업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들은 제반 여건을 검토해서 내노라 하는 현장의 전문가들이 투자를 결정하고 다시 금융을 제공받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과욕이 앞서기 마련인 어슬픈 정치인들이 성급하게 결정하면 결국은 심중팔구 화근이 생길 우려가 커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국난이 1997년 외환위기 사태가 아니든가. 대한민국은 아직도 그 교훈에서 배운 것이 없는가 답답할 뿐이다. 이번 인공지능 혁명은 대한민국이 다시 만나기 힘든 선진국 도약의 천재일우의 기회다. 정치적 과욕으로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서는 안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오후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7월 2일에는 충남 아산에서, 3일에는 경남 진주에서 각각 충청권·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 행사를 이어간다. 충청권 보고회에는 삼성·SK하이닉스·셀트리온이, 영남권 보고회에는 삼성·SK텔레콤·현대차·한화 등 기업이 참여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완전히 시장주도에서 정부주도로 경제운영 방식이 바뀐 듯이 보이기도 한다. 정부는 어디까지 인프라투자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에만 진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공장입지 낙점’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호남지역, 그간 배제와 차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남 특혜론’을 반박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국토 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투자 자체만 놓고 보면 호남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역사적으로 누적된 양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매우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이해해 달라”며 “정치권의 대승적 협조도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팹(공장) 4개가 건설되는 입지로 호남이 낙점된 배경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호남이 배제와 차별을 통해 그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측면이 있다”며 “장기간 방치되고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용수나 전력, 토지가 잘 관리·보존됐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은 더 이상 전력과 용수를 구할 수 없는 상태인데 때마침 AI 열풍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됐고, 마침 또 여력이 있는 공간이 호남이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주장이 얼마나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인지 통계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나타내는 통계로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지역내총생산(GRDP)이라는 통계가 있다. 국가를 시도별로 나누어 각 시도별로 생산되는 지역내 총생산을 측정한 것인데 현재는 2024년까지 측정되어 있다. 시도별로 인구가 다르므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어느 지역이 발전되고 어느 지역이 낙후되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2024년 통계에 의하면 가장 발전된 지역이 1인당 GRDP가 8604만원의 울산이고 그 뒤가 7052만원의 충남이다. 서울이 6183만원으로 3위, 전남이 5844만원으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낙후된 지역이 대구로 3167만에 불과하다. 부산도 3735만원르로 밑에서 두 번째이다. 지역간 발전을 비교하는데는 여러 가지 비교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통계를 보면 이 대통령의 호남홀대론이 다소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은 재론이 필요 없다. 그러나 항상 보다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지역 분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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