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지난 1965년 11월 태국 정부가 발주한 540만 달러 규모의 '파타니~나라티와트' 고속도로(사진) 공사를 수주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건설 시장 진출이다. |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1965년 해외에 첫발을 내딛은 국내 건설산업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한국 건설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1970~80년대 중동의 오일 달러를 벌어들여 국내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진 탓에 건설산업을 한국 경제성장의 최고 효자로 손꼽는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같은 한국 건설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기에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서 올해에만 해외시장에서 317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아주경제는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현장 활약상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국내 건설사가 처음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은 1965년 11월이다. 현대건설이 태국 정부가 발주한 540만 달러 규모의 '파타니~나라티와트'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이후 1960년대 중후반의 베트남 전쟁(월남전)과 1970년 중동 오일붐을 거치며 우리 해외 건설 규모도 빠르게 늘어났다.
최초 진출 이후 현재까지 총 917개 건설사가 126개국에 진출했다. 45년 동안 수주한 누적 금액은 약 38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30조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명목 국내총생산)인 1050조원의 41%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금융위기에도 연간 491억 달러를 수주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 건설 시장 점유율 10%에 조금 못 미치는 놀라운 성적이다. 외국 건설업체의 참여가 개방된 전세계 건설 시장의 규모는 5000억 달러 정도다.
올해도 우리 건설사의 해외 활약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달 현재 317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공사를 따냈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오히려 공사를 수행할 인력이 부족할 정도다.
이 같은 해외 건설 수주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오는 10월 경에는 연간 수주 500억 달러와 누적 수주 4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건설 업계가 목표한 올해 740억 달러 수주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과 중동아시아 산유국의 플랜트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 해외 건설 최고의 수출 상품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액은 지난 2008년부터 수출 주력상품인 조선(410억 달러, 이하 2008년 기준)·자동차(347억 달러)·무선통신기(344억 달러)·반도체(328억 달러)를 크게 앞섰다. 관련 사업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오는 2012년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는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15년에는 2000억 달러 돌파가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는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중남미 등의 미개척 시장에 대한 수주활동을 지원하고 필요한 인력 확보를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소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업체를 대상으로 총 64건, 23억원 정도의 시장 개척 자금을 지원했다. 중소 업체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업 타당성 조사나 교섭 비용 등을 정부가 도와준 것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시장 개척 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정부는 우리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 및 수주 지원을 위해 해외 건설 정보네트워크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멕시코 지부를 시작으로 가나·인도·캄보디아 등에 시장 개척을 위한 거점이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략지역인 중남미·아프리카·서남아시아·메콩강 유역권 등에 지속적으로 해외 지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투자개발형 해외건설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인프라펀드가 오는 2012년까지 2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또 금융조달형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위한 정부 및 금융기관의 금융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UAE 아부다비 원자력 발전소 조감도. 지난해 12월 한국전력이 현대건설·삼성물산·두산중공업·미국 웨스팅하우스·일본 도시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
지난해 말 한국전략공사가 주도하는 한국 컨소시엄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총 400억 달러(향후 계약할 운영부문까지 포함) 규모의 원전 4기를 건설·운영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강력한 경쟁 상대인 프랑스와 미국·일본연합을 누르고 따낸 승리였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원전 시장의 새로운 강자라는 것을 전세계에 선포한 일대 사건이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중국·인도·터키·미국 등 전세계에서 건설 예정인 원전은 430여기에 달한다. 건설비용만 2조 달러다.
우리나라는 매년 해외 원전에서만 300억 달러를 수주해 해외 원전 건설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터키·폴란드 등이 발주한 원전 건설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민·관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약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철도 건설시장도 우리 기업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금맥이다. 특히 정부와 관련 기업은 브라질·미국·중국 등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고속철도 건설 사업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리우 데 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로 이어지는 총 511㎞ 구간이 대상이다. 오는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이전 건설이 목표다. 사업비는 200억 달러로 추산된다.
현재 우리나라와 고속철도 선진국인 일본·프랑스·독일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독자적으로 고속철도를 개발한 중국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건설 기간과 기술 이전 등으로 브라질 정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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