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기업 명성 유지…"청취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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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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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도요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자동차의 결함을 숨기고 늑장대응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리콜 사태로 급감했던 판매고는 다시 늘기 시작했지만 브랜드 명성과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요타가 궁지에 몰리게 된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설계상 오류, 부적절한 품질관리, 무모한 시장 확대, 내부 혼선, 미흡한 위기대응능력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청취력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주변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린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주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술(The Art of Corporate Listening)도 기업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은 피해 보상을 노리고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 컨슈머'나 시민단체의 감시망을 피하기 어렵다. 평소 주변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즉시 대응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세계 최대 음료업체 코카콜라나 세계 최대 유통체인 월마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카콜라…'물 중립' 선언
코카콜라는 2000년대 초반 인도에서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물 부족 지역으로 갔어야 할 수자원을 중간에서 가로 챘다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수자원을 이용한 것이었지만 국제사회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 코카콜라를 다시 몰아세웠다. 당시 국제 시민단체들은 베이징올림픽에 대형 후원사로 참여했던 코카콜라를 이용해 중국 정부로 하여금 수단 정부를 압박, 다르푸르 내전을 종식시키려 했다.

코카콜라는 즉각 반응했다. 다르푸르 내전이 '물'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수단의 수질 개선을 위해 500만달러를 쾌척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코카콜라는 '물'이 기업 명성과 직결되는 요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020년까지 '물 중립(water-neutral)'을 선언한 것이다. 이 선언의 골자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물은 다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코카콜라가 물 중립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혁신을 이뤄야 한다. 비즈니스위크는 코카콜라가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기업이 사회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코카콜라처럼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마트…'그린 프로젝트'
미국인들이 가장 미국적인 기업으로 꼽고 있는 월마트의 대표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근검절약'이다. 1센트 짜리 동전 하나 허투루 쓴 적이 없었던 설립자 샘 월튼의 영향이 컸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상자 모양의 매장을 확산시키며 전원 풍경은 물론 미국인들의 생활방식도 뒤바꿔놨다.

하지만 합리성을 강조한 '월마트화(Walmartization)'는 오랜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나친 저가정책이 납품업체의 목을 졸라 미국 중산층과 소매산업의 몰락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월마트는 '고객은 저가 상품을 좋아한다'는 논리로 맞서왔다.

문제는 월마트가 기업 덩치만큼 막대한 자원을 소비하며 환경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비판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월마트는 회사를 세계 최대 유통 공룡으로 키워준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월마트가 친환경 기업으로의 이미지 전환에 나서게 된 계기다.

월마트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월 이른바 '그린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핵심은 2015년까지 월마트의 운송 트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00만t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380만대가 1년 동안 내뿜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또 제품의 생산에서 판매,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전자태그(RFID)를 도입해 제품이 수명주기 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월마트가 이윤에 앞서 고객 가치를 우선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해 과거보다 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저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만으로는 기업 외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주목해 적절한 대응에 나설 수 없다며 시대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회사에서 일어난 일은 어떤 회사에서나 반복될 수 있는 만큼 같은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할 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려면 이해 관계자인 투자자와 시민단체, 지역사회, 규제당국, 언론을 두루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해 관계자가 중요시하는 개별 이슈는 물론 공통 관심사를 파악하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조언했다. 물론 최우선 과제는 귀를 크게 열고 행동의 여지를 확보해 두는 일이다.

nvces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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