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특별시와 광역시의 구(區)의회 폐지 방안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여야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을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법안의 핵심내용인 구의회 폐지 조항을 삭제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 7일 원내수석부대표간 회동을 통해 이달 중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을 처리하는데 합의한 이후 각 당에서 2명씩 참여하는 ‘4인 협상위원회’를 구성, 법안 처리를 위한 조율 작업을 벌여왔다.
당초 여야는 지난 4월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에서 특별 법안에 합의, 법사위로 넘겼으나 여야 모두 당내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서 논의가 계속 지연돼온 상황. 당장 구의회가 폐지되면 모두 1000여명의 구의원 자리가 사라지면서 구의원 공천을 바탕으로 지역조직을 관리하는 지역구 의원들에게도 ‘불이익’이 올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 때문에 여야가 '행정의 비효율성 제거'를 이유로 추진해온 구의회 폐지가 원점으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여야 ‘4인 협상위’가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의 종합기본계획 보고 시한을 당초 ‘위원회 구성일로부터 1년 이내’에서 19대 국회가 출범하는 2012년 6월말로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져 18대 국회에서의 행정체제개편 논의 자체가 ‘올 스톱’됐다는 평가가 많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는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 국회가 △도(道)의 기능 조정과 △지방자치단체 통합 기준 및 방안 △시·도와 시·군·구 간 사무 및 재원 배분 방안 등 주요 쟁점 논의를 위임한 조직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지 벌써 두 달이 넘었지만 법안 처리가 늦어져 그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여당 내에서도 구의회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등 이 문제를 그대로 두곤 법안처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주당도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은 통합시와 비통합시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하는 ‘부자지역 특혜 특별법’에 해당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사실도 한나라당내 관련 논의가 후퇴케 된 배경 중 하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다른 관계자는 “2012년 6월은 다음 대선을 앞둔 시기란 점에서 결국 현 정부 임기 내에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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