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이 사실상 공석 상태로 100일을 맞았다.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와 연계한 비즈니스서밋(경제인 정상회의)을 앞두고, 구심점이 없어 차질이 우려된다.
전경련은 지난해 착공한 신사옥 건축과 정부에 약속한 300만명 신규 고용 창출 프로젝트 같은 현안은 물론 11월 G20 정상회의와 연계한 비즈니스서밋 개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전경련은 정병철 부회장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대론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재계 한 임원은 “정 부회장은 오너가 아니다. 발언이 (주요 그룹에) 먹히질 않는다”면서 “지난달 말 대중상생 이슈로 재계 총수들이 청와대에 모였을 때 재계를 대표해 모두 발언을 한 사람은 이건희 회장이었다는 것을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은 지난 7월 전경련 제주도 하계포럼에서 정치권에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조석래 회장의 개회사를 대독한 후 홍역을 치루면서, 실무수행 능력조차 의구심을 갖게 했다.
재계에서는 ‘대독’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흐름을 읽고 개회사를 수정했어야 했는데, 전경련 실무조직이 이를 걸러내지 못할 정도로 혼선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정 부회장이 내부조직조차 컨트롤할 수 없다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세 회장, 김승연 추대(?)=이건희, 정몽구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전경련 회장직을 거부했다. 예전과는 달리 전경련 회장직이 ‘부담스러운’ 자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10월 김우중 회장이 대우그룹 부도사태를 겪으면서 회장직을 중도에 사퇴 한 후 회장직을 안 맡은 것만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김 회장은 직후 해외 도피길에 나섰고, 손길승 SK회장의 경우도 2003년 10월 SK 분식회계 사태로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전경련에 실세 회장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시 한화 김승연 회장이 전경련 회장 영입대상으로 부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측은 “회장직을 수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경련은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있고, 무엇보다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어서 전경련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 추대’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소위 승지원 파동 직후 한화측과의 접촉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김 회장을 직접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분명한 거부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김 회장이 결국 수락하지 않을 경우, 회장으로 외부인사 영입까지를 고려해야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발걸음이 분주해 질 수 밖에 없다.
한편 1952년생인 김승연 회장은 재계 세대교체의 주역으로도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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