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충고 외면 말고 정부는 대화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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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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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국면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3월에 있은 천안함 피침사건은 46명의 젊은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6·25이후 최대 도발사건이었다. 게다가 11월에는 북한군이 백주에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감행함으로써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번엔 민간인 거주지역까지 공격해 우리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4강국의 입장은 여과 없이 노출됐다. 한동안 경제협력으로 다소 ‘포장’됐던 국가간 관계가 강력한 국익 충돌로 ‘속살’을 드러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며 한국 측 입장에 적극 동조하는 한편 강력한 대응책을 모색해 왔다. 또 전례 없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와 비판을 자아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 입장표명을 유보한 채, 연평도 침공문제에 대해서는 “남북간 군사적 충돌은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남북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면서 6자 회담을 비롯해 대화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급기야 러시아는 연평도에서 포격훈련을 계획 중인 한국 측에 즉각 중지를 요구하면서 유엔 안보리에서 한반도 긴장 해소 방안을 다룰 것을 긴급 제안했다. 물론 진통 끝에 성명 채택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의 공격행위에 대한 규탄을 담은 성명채택에 강력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전략적 입장을 다시 한번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외교는 현실이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직접적으로 이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대해 우리는 보다 냉정히 분석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볼 때 중국은 현재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고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속하지만 그것은 중국이 직면한 내외 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중국은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또 일부 소수민족은 국경 밖에 모국을 두고 있으며 분리독립운동으로 가끔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일부 국가와는 국경분쟁을 안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현재 덩샤오핑이 제시한 대 전략에 따라 경제발전과 정치안정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경제발전 목표달성을 위해 아직 갈 길이 태산인 중국에게 한반도 분쟁은 득 될 것이 없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모른 체 할 수도 없지만 적극 개입하기도 곤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중국이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대화를 강조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장하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무시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대화 이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가이익과도 부합된다. 보복이나 군사적 시위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더욱이 별다른 실익도 기대할 수 없는 선전행위나 탈북자들이 주도하는 전단 날리기는 무익하다.

어려울수록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두둔한다고 야속해 할 일만은 아니다. 북한이 중국의 ‘통제범위’에서 벗어나면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되겠나. 대화 주장을 결코 패배적 발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대화는 더 큰 인내이며 더 큰 지혜이고 더 큰 이익을 추구하는 고도의 정치행위일 따름이다. 정부는 하루 빨리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아주경제 = 베이징 이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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