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사면을 놓고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정권재창출-정권연장'의 명목 하에 협력적 모드를 보여온 양측의 관계가 택시법 거부권, 4대강 사업 감사, 특별사면 등을 계기로 한랭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의 '설 특별사면' 강행 방침에 대해 "원칙 없는 특사",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거듭 강한 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박 당선인측 조윤선 대변인은 28일 "박 당선인은 만약 사면이 감행되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 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임기말 특사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박 당선인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비리사범과 부정부패자의 특별사면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이는 26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브리핑 때보다 직접적이면서 강도도 더 높아진 것이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 배경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이 대통령의 임기말 특별사면이 새 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으로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선인측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이를 강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는 권력비리나 재벌비리에 대해 절대로 사면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이 이번 특사를 계기로 현 정부와의 '차별화', 이른바 '선긋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는 박 당선인의 강력한 반대 메시지에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원칙적인 입장만을 반복했다. 사실상 29일 국무회의에서 특사 강행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사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과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특사는)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는 특사 대상에서 △대통령 친인척 △정부 출범 후 비리사범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재벌 회장 등은 배제키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사 대상 명단에는 최시중·천신일·김희중 등 이 대통령의 측근들과 홍사덕·서청원 전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특사 반대' 메시지를 통해 대선 공약을 재천명하는 수준에서 '명분'을 챙기고, 청와대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을 내세워 '실리'를 나눠 갖는 역할 분담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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