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두바이 버즈칼리파(828m)에 이어 전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111층 규모의 랜드마크빌딩인 '트리플 원(620m)'이 계획돼 있었다. 이외에도 초고층 빌딩 22개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건립 자체가 어렵거나 재추진되더라도 빌딩 층수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4년간 국내에서 추진된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10여곳에 이른다. 서울에서만 건립 예정이던 100층 이상 초고층 도심복합단지(MXD) 건물이 5곳이나 된다. 하지만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이 공사 중인 123층 규모의 롯데 슈퍼타워와 부산 롯데타운(107층) 2곳이 전부다.
대형 건설사인 H사 한 임원은 "대부분의 초고층 빌딩 사업들이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두 개의 큰 파고를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서울 상암동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 랜드마크 빌딩' 사업시행사가 적자를 우려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133층, 640m 높이로 지어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당초 계획과 달리 층수를 70층까지 낮춰야 적자를 모면할 수 있다는 시행사 측의 입장이 갈등 양상으로 이어지다 결국 계약이 해지됐다. 시행사 측은 이로 인해 1000억원의 손실만 본 채 사업을 접을 처지에 놓였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타워'(151층·587m)도 2014년 완공을 목표로 2008년 기공식까지 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거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102층으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사비 적자를 모면하려면 100층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재개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주도로 뚝섬 부지에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비롯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서울시의 제동에 막혀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이외에도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잠실동 종합운동장 부지, 세운상가 부지 등에서 추진했던 초고층 빌딩 건립도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된 상태다.
이는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가 근본 원인이다. 요즘 오피스시장의 경우 분양은 물론 임대조차 잘 되지 않고 있다. 반면 물가 상승 등으로 공사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 초고층 빌딩 건설은 사업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7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공사비가 일반 건축물에 비해 30% 이상 더 든다. 100층 이상의 경우는 여기에 30%가 추가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태호 알투코리아 투자자문 이사는 "용산국제업무지를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초고층 빌딩사업 대부분이 글로벌 시장 호황기일 때 마련된 계획들로, 모두 완공된다면 공급 과잉이 빚어질 수 있다"며 "현 시장 상황과 향후 전망에 맞게 사업 계획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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