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엔저 현상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 독일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20일 HSBC 그룹의 스티븐 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서울 중구 봉래동 HSBC빌딩에서 ‘2013년 세계 경제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킹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몇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도 클 수 있다”며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를 ‘젖은 폭죽’에 비유했다.
또한 그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영국의 3~4년전 모습이 재현될 우려도 있다”면서 “거시경제 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의 문제도 기저에 깔려있어 인플레는 높은데 성장은 그리 높지 않은 경우로 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엔저 현상을 가장 걱정해야 할 국가로 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중국, 독일을 꼽았다.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가 인용한 유엔(UN)과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기계와 운송장비 수출 부문에서 일본이 전체 수출의 58.3%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한국(54.1%)과 중국(47.5%), 독일(47.0%)이 순서대로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엔저 현상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고전하겠지만 이 역시 지켜봐야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킹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대비 엔화 약세의 경우 한국 수출이 약화되겠지만, 세계교역 증가세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되면서 전처럼 적극적인 엔저 정책을 쓰지 못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중 엔화가 다시 강세를 회복하는 시점이 오리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성장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중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2014년 성장세 전망치는 여전히 8.5%로 높은 편”이라며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중국의 경기 팽창에 따라 인접 국가들도 대중교역을 늘리며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수혜국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불안을 겪고 있는 키프로스 사태에 대해 그는 “유로존 위기의 다음장”이라며 “과거에 비해 전 세계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조짐이 보이는데도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는 걸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체적으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미국은 금융위기 발생 이전 부동산에 자본이 집중되면서 배분에 실패했다”면서 “과거 미국의 지속가능한 성장률이 3%였다면 이제는 2%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취약점과 예산 시퀘스터(연방정부 자동 지출삭감)에 있다“면서 ”이제는 경제발전의 무게중심이 서구에서 동양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단기적으로는 동결하되 올해 중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율이 어느 정도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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