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은 올해 14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7.7% 증가한 수치다. 신규 채용 규모도 12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1.5% 늘려 잡았다. 이 가운데 고졸 채용은 4만7000명으로 9.4% 증가했다.
30대 그룹 사장단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경기 진작 효과가 큰 설비투자와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신차 개발에 투자를 집중키로 했으며 반도체 업계는 차세대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라인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패널라인 투자, 통신 업계는 LTE망 구축 및 품질 향상 등에 주력키로 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 전환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의 투자 규모는 99조2000억원으로 30대 그룹 전체 투자액의 3분의 2에 달했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49조원 가량의 투자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은 “투자는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고용은 가급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SK와 LG도 16조6000억원과 20조원으로 올해 초 발표한 투자 계획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가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하자 정부도 규제 완화와 투자환경 개선 등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윤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149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 구현과 고용률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날 발표된 투자 및 고용 계획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는지 여부다. 실제로 지난해 30대 그룹의 투자 실적은 138조2000억원으로 당초 약속했던 151조원보다 8.5% 감소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영 여건이 악화돼 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장관도 간담회 내내 투자 및 고용 계획의 책임감 있는 집행을 강조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올해 투자와 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경제 환경이 개선되면 투자를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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