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Don't be evil)'를 모토로 창립 초기부터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피 카르나니 미국 미시건대 경영대학원 경영전략학 교수는 기업이 공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결코 사익보다 공익을 앞세울 수 없으며 CSR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공익실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에는 눈을 감게 된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CSR을 강조하는 것이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카르나니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최근 글로벌 기업가에는 사익과 공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웰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식품업계에서는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샐러드 등 건강식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자동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수익 창출은 물론 환경보호라는 공익에도 일조하고 있다.
카르나니 교수는 그러나 기업들이 건강식이나 친환경 자동차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사회적 책임을 의식했다기보다는 늘어나는 수요에 반응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사익이 공익과 배치되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비근한 예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기업들은 환경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카르나니 교수는 이들에게 공익을 추구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나 규제기관 등에 공익 실천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기관의 경우 조직이 비대해 비효율성, 부패, 비용문제 등으로 공익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정부는 수많은 기업들을 규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유일한 조직으로 사기업의 CSR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공익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카르나니 교수는 설명했다.
기업이 지나치게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막는 자생적 감시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카르나니 교수는 비영리단체들은 사회ㆍ정치ㆍ환경ㆍ민족ㆍ문화 등 다방면의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사익 추구행위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체 사회와 조화를 이뤄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자율적 규제시스템 역시 기업들이 공익을 해치지 않도록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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