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LG에 대해 기술 유출 의혹을 제기해 왔던 삼성이 이제는 수세에 몰리게 됐다. 두 회사의 디스플레이 분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특허 협상 개시 등 어렵게 조성한 화해 무드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9일 삼성디스플레이 기흥 본사를 비롯해 사업장 4곳을 압수수색했다. LG디스플레이의 협력사 2곳이 OLED 기술을 빼돌려 삼성디스플레이에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날 삼성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OLED 기술 빼내기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기술 및 설비는 (LG디스플레이와) 전혀 다르다”며 “삼성은 전세계 OLED 시장 점유율이 98%에 달한다. 기술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기술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삼성의 기술 유출을 혐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압수수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LG의) OLED 패널 기술을 빼냈다는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며 “이번 혐의가 사실이라면 업계의 자연스러운 인력 이동을 문제 삼아 자사를 조직적인 범죄집단으로 호도해 온 경쟁사의 행태는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랐던 꼴’이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양사의 기술 유출 공방은 지난해 7월 검찰이 OLED 패널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삼성 전·현직 11명을 불구속 입건하면서 시작됐다. 양사는 각각 2건씩 총 4건의 특허를 놓고 맞소송을 제기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1월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양사는 각각 소송을 자진 취하하고 특허 협상에 나서는 등 화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양사는 협상을 통해 특허침해 여부와 필요한 정산절차 등을 밟아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하고 실무협상팀을 꾸려 지난주까지 두 차례 협상을 벌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이라는 돌발 변수가 나오면서 양사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이번 사태로 LG디스플레이와의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져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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