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제심서] '융복합 시대' 공공조직 초연결로 효율성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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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교수
입력 2022-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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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3월 9일 새 대통령 당선자가 선출될 예정이다. 당선자 앞에 놓인 경제적 상황은 엄중하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치열한 강대국 간 산업정책과 보호무역의 경제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일자리 문제와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줄지 않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새롭게 매겨질 세계 국력의 순위는 지금껏 그리고 금년과 내년에 각국이 경쟁력 향상에 쏟아부은 자원의 총량과 효율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번 대선이 우리에게 각별히 중요한 이유이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실학파의 대표적인 학자로서 형식보다는 실질을 추구한 분이었다. 200년 전인 1820년경 전남 강진에서 18년의 유배 끝에 경세유표(經世遺表)와 목민심서(牧民心書) 등을 집필하였다. 국가 경영을 위해 남기는 글이라는 의미의 경세유표는 생산 활동을 장려하고 정부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고, 국민을 섬기는 마음의 글이라는 뜻의 목민심서는 정책 담당자들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다.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 아주경제의 '경제심서'라는 코너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대선 이후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늘 해오던 일들(business as usual), 즉 경제 양극화 해소와 성장 잠재력 제고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좀 더 정교하고 새로운 방식이 요구된다. 코로나 백신 개발의 사례처럼 민간의 혁신 역량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자리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민간의 혁신이 일자리 축소가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민간의 참여가 부족한 첨단 분야의 최초 투자자(first investor)로서 성장 촉진자가 되어야 하며 좋은 일자리(decent job)를 만드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얼핏 보아도 녹록지 않은 과제들인데, 제약 사항 또한 만만치 않다. 국제 무역통상 환경은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간 통화와 재정은 많이 풀렸지만 방향을 돌리기는 어렵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 첫째는 2007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대세가 된 정부 주도론(governmentalism)이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의 주도권 싸움 등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 동력이 되어온 민간 부문의 창의와 에너지를 정부가 대체(crowd-out)하거나 감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융··복합이 사회 변화의 주요한 키워드가 된 상황에서 한정된 가용자원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셋째,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이들을 어떻게 담아 내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의 과제들과 고려 사항들을 염두에 두면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새 대통령은 통합(integration)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마음을 합쳐야 한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맞서서 오징어게임 속 줄다리기를 하는 소모적 양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우리 인력과 보유 자원은 한 방향으로 모아도 돈 많고 인구 많은 나라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 견해의 차이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대승적으로 포용하고 가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외면하지 말고 모든 사람들을 능력 한 가지만으로 평가해서 적재적소에 등용해야 한다. 다산이 바로 통합적 인사정책이 필요한 생생한 증인이다. 다산과 같은 인재가 귀양살이 대신 중용되어 뜻을 펼칠 수 있었다면 나라는 얼마나 발전했을까?

둘째, 정부는 첨단산업 등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을 주도하고 끌고 나가는 식으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중요 산업들은, 물론 각국 정부가 지원하기도 했지만,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한 결과이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민간의 혁신 역량이 커져 버린 상황에서 정부는 의지와 역량이 있는 민간이 필요한 분야에 스스로 투자하도록 하거나 민간-민간-정부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물론 투자가 필요한 미래의 성장동력 분야 등은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어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 및 공공 조직의 융·복합적 설계와 운영이 필요하다. 다산은 경세유표에서 정전법(井田法)으로 상공업을 발달시키자는 체국경야(體國經野)와 정부 조직의 운영을 위한 설관분직(設官分職) 등 여러 방안을 제안하였다.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정부 각 부처를 뜻하는 부(部) 또는 department는 전체(whole)가 아닌 부분을 의미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부처 간에는 업무 중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각계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다보면 정부 부처의 수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부분을 담당하는 많은 수의 부처는 융·복합의 사회 트렌드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융·복합의 사회 수요는 특정 부처가 감당하기 어렵고 관련된 몇 개 부처가 함께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 부처들을 통합하거나 업무를 조정하면 좋겠지만 정부 부처의 개편은 정치적인 이유로 쉽지 않다. 오히려 역대 대선을 거치면서 새로운 부처들이 생겨났고 개편되었다.
 
5년 전에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을 다루는 중앙 행정 부처로 ‘산업정책’을 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복될 수밖에 없다. A산업에 속한 B기업은 이들 두 부처 중 어느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지 혼란이 불가피했다. 감사원을 제외하고는 명칭에 변동이 없었던 부처가 거의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번 이름이 바뀌었고 과학기술정통부, 교육부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정부 조직 개편의 합리성도 있었겠지만 정치적이거나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았다. 통상교섭본부는 외교통상부로 발족하였다가 15년 만에 애초 통상조직이 있던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었다. 산업과 무역·통상은 상호 연계됨으로써 시너지가 생긴다는 주장과 특정 산업 부처가 통상을 담당하면 외국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빚은 결과였다. 동력자원부가 상공부와 통합한 이후 에너지가 산업 지원 수단이 되어 경쟁 원리가 도입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에너지를 기후 등 다른 부문에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부문의 왜곡은 언제까지 방치해야만 하는가. 시너지 발생과 경쟁 도입을 통한 경제 효율성 제고의 관점에서 정부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부 부처 간 통합과 업무 조정이 정치적인 이유로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부처 간, 공공 조직 간 초연결(super-connectivity)을 추진하여야 한다. 각 부처들과 유관 기관들은 정책을 수행하면서 공급자의 생각을 갖기 마련이므로 수요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우리 중소 수출기업들은 수출단계별로 상호 간에 연결(connection)이 잘 안 되는 기관들을 거쳐야 한다. 무역 유관기관인 무역협회, 코트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따로따로 움직인다. 무역자동화를 위한 기관(KTNET)과 통관을 위한 관세종합정보망, 그리고 물류망(KL-Net)은 상호 연계가 거의 안 되고 있다. 자동차가 목적지로 가는데 정거장만 많고 도로규격과 표지판이 중간중간에 달라지는 것과 같다. 속도는 못 내고 운전자는 힘들고 연료만 낭비한다. 어찌 사례가 단지 무역뿐이겠는가? 초연결이 필요한 분야는 도처에 널려 있다. 유럽 국가들이 EU에 가입하면서 각종 규정의 표준화를 받아들이고 통일과 조화의 시행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금은 마치 한 나라처럼 움직인다. 27개 국가가 있는 EU도 가능한데 우리나라가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다. 새 정부는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 정부 부처들과 유관 기관들의 초연결성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다산은 시공여사(視公如私), 즉 공금을 사재처럼 아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아낀 돈은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사회적 복지가 필요한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하는 한편 잠재성장율 제고와 첨단 핵심 산업 등에 지출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R&D 예산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여 중복을 해소하고 성과를 높여야 한다. R&D 개발을 위해서는 한정된 예산만을 탓할 수는 없다. 공학교육, 지식재산권 제도, 심지어 투자 및 무역제도에 이르기까지 R&D 개발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고민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돈 못지않게 귀중한 자원인 데이터의 공유와 활용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각 부처나 공공기관들이 아예 데이터를 생산하지 않거나 가지고 있는 데이터마저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지 않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농업생산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적의 재배 방법을 농민에게 제공하고 통관 관련 빅데이터를 수출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국가 업무를 수행하는 특정 기관이 독점적으로 데이터를 취급하면서 사회적 활용과 제공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중요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정부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온 국민의 분출하는 에너지를 모아 난제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포스트 코로나의 넥스트 노멀(next normal)에서는 성공한 대한민국이 되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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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요약 

코로나 극복이 쉽지 않은 가운데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극복, 통화·재정 수습 및 양극화 해소와 성장잠재력 제고 등 새 정부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의 혁신 투자를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유도해야 하고 첨단 분야의 최초 투자자로서 성장 촉진자의 역할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도 해야 한다. 정부 주도론의 대세 속에서 민간의 창의와 에너지를 북돋우면서 융·복합의 사회 변화 속에 한정된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정부 정책에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새 정부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하여야 한다. 첫째, 통합의 정치를 하여야 한다.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인재를 중용하는 포용의 정치를 하여야 한다. 다산이 유배 대신 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둘째, 정부는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분야에 의지와 역량이 있는 기업들을 참여토록 하고 정부도 공동 참여하여야 한다. 셋째, 정부 및 공공 조직의 융·복합적 설계와 운영을 통하여 중복된 자원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정부 부처 간, 공공 조직 간 초연결을 이루어 수요자인 기업과 국민들이 막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섯째, 자원을 아껴 사회적 복지 지출과 첨단 산업 등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여야 한다. 공공기관들은 국민의 자원인 데이터를 사회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야 한다. 각 부처의 R&D 등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여야 한다. 험로를 뚫고 난제를 풀어내어 한국을 강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비장한 각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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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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