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삼성 평택캠퍼스를 둘러보긴 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반도체공장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와 한·미 정상을 직접 맞이하고 현장을 안내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삼성 평택캠퍼스 방문은 양국 정상에게 '경제안보' 협력을 다지는 현장 행보라는 의미가 있다. 또한 삼성전자로선 이미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제조 공정 분야에서도 '초격차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입증하는 상징적인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날 전 세계의 시선이 평택으로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에 이 부회장을 만나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확대 등을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면한 이 부회장 또한 미국 반도체공장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를 끌어낼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삼성이 비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차세대 산업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바이오·인공지능(AI)· 배터리 부문까지 대미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반도체·차세대 통신·바이오 등에 24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 11일 만에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이미 삼성이 지난 2018년 내놓은 180조원 투자 계획을 뛰어넘는 단일 기업 사상 최대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외연을 확장, 미국 등에 현지 공장 건설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의 경우, 삼성SDI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미국 완성차 4위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설립, 미국 내 첫 번째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해 발표한 240조원 투자계획 중 180조원은 국내 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만큼, 나머지 60조원은 해외로 갈 것이란 점에서 지난해 파운드리 공장 건립 20조원 투자 계획에 더해 바이오, AI, 배터리 등 전 부문에서 추가적인 투자 계획이 이번 바이든 방한을 기점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단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기점으로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 2위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주도하에 차세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미국 조지아주에 7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LG그룹도 AI, 배터리, 전장, 디스플레이, 5G·6G, 바이오 등 미래 첨단 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대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헬스케어·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신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10대 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국내외 투자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저녁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식 만찬에는 10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참석한다. 같은 날 오후 지나 러먼도 미 상무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하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도 열린다. 재계는 이날 한·미 기업인들이 구체적인 상호 투자계획을 다수 확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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