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이언트 스텝] '테이퍼 텐트럼 2.0'?… 매파된 연준에, 신흥국 고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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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6-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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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중동 등 자본 유출 막으려 금리 인상

  • 인도·멕시코도 금리 인상 가능성 높은 상황

  • 일각에서는 1994년 경제위기 연상하기도

15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흥국들이 다시 미국 경제 안정을 위한 희생양이 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강력한 조치에 나섰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면서 자이언트 스텝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나 물가를 내리기 위한 연준의 발걸음이 신흥국 경제마저 짓밟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는 국경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도미노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외화 유출을 우려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뒤 경제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해진 강력한 긴축은 이들 국가의 경제를 압박할 우려가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브라질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이후 브라질중앙은행은 몇 시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12.75%에서 13.25%로 0.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브라질 기준금리는 2016년 12월(13.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브라질의 심각한 인플레이션도 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5월과 4월 브라질 물가상승률은 각각 11.73%와 12.13%를 기록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에 고정한 달러 페그제를 실시하는 중동 산유국들도 자국 기준금리를 올렸다. 

인도, 멕시코 등 국가에서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인도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가 7.79%까지 올라가자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4.9%까지 올렸다. 미국 금리가 올라간 만큼 인도 역시도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멕시코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8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7%까지 인상했다. 멕시코 역시 2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들은 10년간 저금리 시대를 향유했지만 이제는 치러야 할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2013년 연준은 긴축을 시도했을 당시 신흥국 경제는 발작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한 피난처'인 달러로 이동하고 신흥국 투자 규모를 급격히 줄였다. 당시 인도에서는 미국 달러가 너무 빨리 유출돼 루피가 3개월 만에 15% 하락해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러시아,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와 기타 소규모 신흥국 경제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3년 당시 이머징마켓 채권은 가격이 10%나 하락했다. 올해 초 시장분석가들은 신흥국 대차대조표가 당시보다는 개선됐으며 올해 내내 전반적으로 양호한 경제성장 전망으로 2013년과 같은 혼란이 다시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뒤 상황은 크게 변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위축이 신흥국 상황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들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되돌리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달러 부채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비롯해 극악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터키 등은 이번 자이언트 스텝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국가들로 꼽힌다. 

연준이 촉발한 대표적인 글로벌 경제위기로는 1994년 멕시코 '테킬라 위기'가 꼽힌다. 1994년 2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인상했다. 이후 미국 기준금리는 6차례 더 올라 불과 1년 만에 6.0%까지 상승했다. 연준의 기습적 금리 인상으로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른바 채권 '대학살(Bloodbath)' 사태가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이 급락했다.

미국으로 자금이 급격하게 쏠리면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 주식도 폭락했다. 멕시코는 결국 외환위기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주가가 1년 만에 50% 이상 폭락해 중남미 금융시장이 흔들렸고 신흥국 경제에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줬다. 테킬라 위기는 1997년 아시아 위기로 번졌으며, 1998년 러시아 루블화 위기, 1999년 브라질 위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1994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이 금리 인상을 예측해 충격이 덜하고 과거보다 신흥국 시장의 달러 부채 비중이나 외화보유액 규모 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흥국 경제력에 대해 너무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충격 회복 및 경기 부양과 관련된 막대한 비용으로 인한 성장 타격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카발짓 싱 인도 공익연구센터 소장은 올해 초 알자지라에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2.0을 무시하는 분석가들은 팬데믹을 겪은 신흥국 경제력에 대해 너무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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