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이르면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LCD 투자 승인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협상능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의 LCD 생산라인 투자를 위해 국내는 물론 일본·대만 기업들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가운데 2개 업체 정도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LGD)다. LGD는 광저우에 모듈공장이 있다. 패널공장을 추가로 지으면 시너지는 물론 더 많은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첨단 공정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LGD 권영수 사장 역시 “실력이 있고 최선을 다했으면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중국 정부의 승인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비쳤다.
삼성전자 역시 첨단 공정을 앞세웠다. 브랜드 파워 등 여러 방면에서 강력한 후보지만 승인 가능성은 LGD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부사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부사장은 지난 2월 중국 국가 부주석인 시진핑(習近平)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 시기와 회동 인사의 중량감을 생각하면 LCD 투자와 관련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부사장은 과거 삼성전자의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았다. 백의종군하는 동안에도 수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해외 주요인사들과 거래선을 만나며 삼성의 해외 진출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뿐만 아니라 S-LCD 등기이사로 재직하는 등 디스플레이 산업에 공을 들여왔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LCD 투자 승인 여부는 이재용 사장의 협상과 정치력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그간 중국대륙에 많은 공을 들였다. 중국 현지 기업을 넘어서는 사회공헌과 베이징올림픽 등 중국의 굵직한 행사 지원을 거듭했다.
이번 투자가 불발되면 장기간 중국에 공을 들여온 삼성전자의 전략은 물론 이 부사장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고개를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LGD의 순위를 명확히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가운데 한곳만 승인을 받으면 규모 면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탈락한 업체는 해외 경쟁사에 2위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 생산기지를 증설해 규모를 늘릴 수는 있지만 중국의 관세와 물류비용 장벽이 높다. 중국은 최근 대형 패널에 대한 관세를 3%에서 5%로 인상했다. LCD TV 시장 규모 역시 2012년 4000만대 이상이 예상돼(디스플레이서치)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애플에 대한 공급 주도권에도 영상을 미친다. 애플은 최근 LGD 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아이패드용 LCD를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아이TV’ 출시도 앞두고 있어 양사는 향후 애플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주요제품을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 역시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다. 생산기지가 가까울수록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중국 투자 승인이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를 넘어 주요 소비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에 진출한 완성업체에 원활한 패널공급을 위해 중국 LCD 투자 승인은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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