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 등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 전환했다. 강남 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나오며 집값을 견인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0.01%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중순(17일 기준)이 마지막으로 15주 만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상 우려와 세계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대체로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은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이나 강남권 초고가 단지가 오르며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3구에선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2006년 준공한 서초롯데캐슬클래식 120㎡는 지난달 4일 직전 매매가(2020년 7월 25억3000만원)보다 6억8000만원 오른 32억1000만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단지 74㎡도 지난달 2일 24억2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를 기록했다.
2015년 준공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달 23일 114㎡(2층)가 48억8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저층매물이지만 같은 동 직전 거래(2021년 6월·21층)보다 4억8000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1로 지난주(90.5)보다 0.6포인트(p) 올랐다. 특히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이 97.0으로 지난해 12월 6일(97.2)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재료가 있는 용산·종로구 등 도심권이 91.9로 그 뒤를 이었다. 목동·여의도 등지가 포함된 서남권도 재건축 기대감으로 지난주 91.5에서 금주 91.8로 소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대출규제, 세금부담 등으로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985건으로 직전 달인 3월 1431건보다 451건 감소했다. 지난해 3655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신고 기간이 20일 이상 남아있어 거래량은 더 늘어나겠지만 역대 최저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위원은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부감이 크고, 주택시장 주력세대로 떠오른 2030세대가 지난해처럼 영끌이나 빚투에 나설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입주량이 적고, 최근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인해 공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인해 집값은 소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건축 등 호재 지역은 거래가 되지만 다른 지역은 관망세가 유지되며 호가를 낮춘 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매매는 3월 146건에서 지난 84건으로 급감했고, 도봉구도 60건에서 37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계동 '중계그린1단지' 전용 49㎡는 지난달 6억2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0월 7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1억원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방학동 '신동아1단지' 전용 43㎡도 지난달 4억15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해당 면적대는 지난해 7월 4억6800만원까지 뛰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흔히 말하는 똘똘한 한 채가 있는 강남 지역, 정비사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곳 등을 제외하고는 조정이 일어나는 곳이 있다”며 “특히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비강남권 등에서 조정이 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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