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후 어머니 성과 본관으로 바꿨다면 모친 종친회 소속으로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宗中)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법은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종중 관련 관습법은 과거 존재했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돼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B종원을 상대로 제기한 종원 지위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이와 같은 종중 관련 분쟁은 조선시대부터 유구한데 대표적으로 종중 묘지 분쟁인 산송 문제는 조선시대 국왕들도 골치를 앓는 문제였다. 오늘날에 와서는 특히 종중재산을 둘러싸고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함께 여성들의 종중원으로서의 자격과 권리도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딸들의 반란'이 계속된 데 따른 것이다.
종중의 개념은 대법원 판례로 정립돼 있다. 대법원 판례(1994년 9월)에 따르면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후손들에 의해 선조의 분묘수호 및 봉제사와 후손 상호 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로서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후손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며 20세 이상 성인 남자를 종원으로 인정한다.
남성 위주의 종중 관습에 처음 균열을 가한 것은 호주제에 대한 2005년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었다. 이후 같은 해 7월 21일 여성을 종원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딸들의 권리에 대한 논쟁도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2005년 7월)는 용인 이씨 사맹공파 기혼여성 5명과 청송 심씨 혜령공파 출가 여성 3명이 종중회원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종중의 목적과 본질을 살펴볼 때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며 여성도 종중원 자격을 갖추고 재산분배 등에 있어서 남성과 대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1970년대 이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남녀평등 의식이 넓게 확산되는 등 가족생활과 제사문화 등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게 됐다"며 "부모에 대한 부양에 있어서도 아들과 딸 역할에 차이가 없게 됐고 핵가족 확산 등에 따라 여성이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 더 이상 특이한 일로 인식되지 않게 됐다"고도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여성을 종중 구성원으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종중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해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 공개변론 당시 김덕현 변호사는 "여성의 참정권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처럼 여성의 종중원 인정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같은 해 대법원은 종중 재산을 여성에게 남성의 30%만 분배한 것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도 "단순히 남녀 성별의 구분에 따라 분배 비율에 차이를 두는 것은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어 무효"라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2021년 6월 종중의 재산을 아들, 딸, 며느리에게만 나눠주고 사위를 제외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수원지법 민사12부)의 판단이 나왔다.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재산을 주면서 딸의 배우자인 사위 몫이 없는 것은 남녀 차별"이라는 딸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사위의 소송이지만 당시 판결은 오히려 종중 재산 배분과 관련해 여성의 권리를 다시 한번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남성 종원의 배우자에게만 분배금을 지급한 것은 사실상 남성 종원에게 여성 종원의 2배에 해당하는 분배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명백한 남녀 차별이므로 총회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남녀 종원에게 동등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후 A씨 모친은 2015년 11월 자신의 종중에 A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종중 임원회의에서 정관 규정에 따라 이를 거부하자 A씨는 소송을 냈다. 해당 정관 규정에는 '종중 회원은 시조 조상 아들 삼형제의 후손으로서 친생관계가 있고 혈족인 성인이 된 남녀로 구성된다. 단, 혈족이라도 타 성으로 바꾸면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고 돼 있다.
1·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모친의 성과 본관으로 변경해 현재 모친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관을 같이하는 후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중의 종원이라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우리 민법의 성의 사용 기준이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규정돼 자연스럽게 종중이 남계혈통주의로 유지돼 왔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함에도 단순히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은 어머니 성과 본을 따른 후손의 종원 자격 역시 당연히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종중에 관한 관습법 중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한 부분은 그 효력을 상실했고, 공동선조와 성과 본관을 같이하는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며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은 종중 재산과 관련한 여성의 권리가 확대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진 상속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여성 쪽 재산이 많을 경우 자녀들이 모친의 성을 따르는 것과 상관없이 남성 쪽 종중원이 되는 게 불가피해 사실상 여성은 배제가 됐다"며 "우리나라 종중 관련 제도 자체는 양성 평등에 관한 부분들이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함께 여성들의 종중원으로서의 자격과 권리도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딸들의 반란'이 계속된 데 따른 것이다.
◆ 부계혈통 사회가 만든 '남성 위주' 종중제도, 호주제 폐지로 크게 변화
종중은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로, 조상에 대한 제사를 계속적으로 실천하며 일가의 유지와 계승을 위해 종중원들 간의 긴밀한 생활공동체를 달성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남성 위주의 종중 관습에 처음 균열을 가한 것은 호주제에 대한 2005년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었다. 이후 같은 해 7월 21일 여성을 종원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딸들의 권리에 대한 논쟁도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2005년 7월)는 용인 이씨 사맹공파 기혼여성 5명과 청송 심씨 혜령공파 출가 여성 3명이 종중회원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종중의 목적과 본질을 살펴볼 때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며 여성도 종중원 자격을 갖추고 재산분배 등에 있어서 남성과 대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1970년대 이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남녀평등 의식이 넓게 확산되는 등 가족생활과 제사문화 등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게 됐다"며 "부모에 대한 부양에 있어서도 아들과 딸 역할에 차이가 없게 됐고 핵가족 확산 등에 따라 여성이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 더 이상 특이한 일로 인식되지 않게 됐다"고도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여성을 종중 구성원으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종중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해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 공개변론 당시 김덕현 변호사는 "여성의 참정권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처럼 여성의 종중원 인정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 종중 재산 분쟁서 남녀평등 '재확인'
대법원은 나아가 2010년 '종중 소유 토지를 임의로 팔았다'며 일부 종중원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여성도 종중 최고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종중총회 소집권을 갖는 연고항존자(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는 여성을 포함한 전체 종중원 중 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같은 해 대법원은 종중 재산을 여성에게 남성의 30%만 분배한 것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도 "단순히 남녀 성별의 구분에 따라 분배 비율에 차이를 두는 것은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어 무효"라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2021년 6월 종중의 재산을 아들, 딸, 며느리에게만 나눠주고 사위를 제외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수원지법 민사12부)의 판단이 나왔다.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재산을 주면서 딸의 배우자인 사위 몫이 없는 것은 남녀 차별"이라는 딸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사위의 소송이지만 당시 판결은 오히려 종중 재산 배분과 관련해 여성의 권리를 다시 한번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남성 종원의 배우자에게만 분배금을 지급한 것은 사실상 남성 종원에게 여성 종원의 2배에 해당하는 분배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명백한 남녀 차별이므로 총회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남녀 종원에게 동등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 어머니 성(姓) 따른 자녀도 어머니 종중원 자격 인정
이번에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A씨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11월 출생 당시 아버지의 성과 본관으로 출생신고된 A씨는 성인이 된 이후인 2014년 6월 서울가정법원에 어머니의 성과 본관으로 변경을 신청해 허가받았다.이후 A씨 모친은 2015년 11월 자신의 종중에 A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종중 임원회의에서 정관 규정에 따라 이를 거부하자 A씨는 소송을 냈다. 해당 정관 규정에는 '종중 회원은 시조 조상 아들 삼형제의 후손으로서 친생관계가 있고 혈족인 성인이 된 남녀로 구성된다. 단, 혈족이라도 타 성으로 바꾸면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고 돼 있다.
1심 재판부는 "우리 민법의 성의 사용 기준이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규정돼 자연스럽게 종중이 남계혈통주의로 유지돼 왔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함에도 단순히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은 어머니 성과 본을 따른 후손의 종원 자격 역시 당연히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종중에 관한 관습법 중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한 부분은 그 효력을 상실했고, 공동선조와 성과 본관을 같이하는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며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은 종중 재산과 관련한 여성의 권리가 확대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진 상속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여성 쪽 재산이 많을 경우 자녀들이 모친의 성을 따르는 것과 상관없이 남성 쪽 종중원이 되는 게 불가피해 사실상 여성은 배제가 됐다"며 "우리나라 종중 관련 제도 자체는 양성 평등에 관한 부분들이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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