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13일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의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편지를 통해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며 "지난해 '오징어게임' 시즌1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이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되기까지는 단 12일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기훈이 돌아온다. 프론트맨이 돌아온다. 시즌2가 돌아온다"며 "딱지를 든 양복남도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영희의 남자친구 철수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쓰고, 연출하고, 제작한 사람으로서 전 세계 팬 여러분께 인사를 전한다"며 "'오징어게임'을 시청해 주셔서,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더욱 새로운 게임, 놀라운 이야기로 다시 만나뵙겠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황 감독의 편지 외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는 영희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넷플릭스 측은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에 관해 "이번 합의에는 시즌2 제작은 물론,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시즌1의 성공에 대한 보상 등 상호이익에 부합하는 만족스러운 내용이 담겼다"며 "한국의 스토리텔러가 다시 한번 열어갈 새로운 이야기에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오징어게임'이 역대급 인기몰이를 한 가운데, 수익 분배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통상적으로 제작 비용의 110~120%를 지급하고,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약을 제작사 입장에서 무조건 나쁜 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콘텐츠의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한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에 자율성이 높아지고, 상업성을 고려하면서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오징어게임' 같은 대박 작품이 나온다면 사정이 다르다. IP가 완전히 넷플릭스의 소유가 되기 때문에 제작자는 콘텐츠가 흥행해도 추가 수익을 낼 수 없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한국산 콘텐츠 흥행 수익을 넷플릭스가 독식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콘텐츠 제작사가 아무리 유명한 드라마를 만들어도 일정 수익 이상을 받을 수 없다"며 "넷플릭스의 제작 지원은 고맙지만, IP가 없으면 창작자들의 의욕이 많이 상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방한했을 때도 가필드 부사장과 만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공정한 수익 배분 문제를 꼬집었다. 당시 가필드 부사장은 "제작사와 추가적인 보상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황 감독은 지난달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과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 성공으로 보상을 받을 것이고, 다음 단계의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다시 그때의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IP를 공유하는 계약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드라인은 '오징어게임'이 창출한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2876억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제작비는 겨우 2000만 달러(약 258억원)에 불과했다며 "넷플릭스에 '오징어게임'은 횡재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 시즌2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러한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계약 내용을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새로 체결한 계약에는 시즌2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시즌1의 성공에 대한 보상도 담고 있다"며 "황 감독, 제작사, 넷플릭스 모두 만족하는 형식으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에 나온 달고나 뽑기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등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지난해 53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록적인 성적을 냈다.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 미국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넷플릭스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징어게임' 등장인물의 복장인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본인이 457번 게임 참가자라고 인증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의 촬영 일정이나 출연진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대본 집필 중으로, 공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 황 감독은 프랑스 Mip TV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024년 말 공개를 목표로 '오징어게임' 시즌2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좋은 이야기를 위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 각본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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