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국내 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5.1원 오른 12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1.1원 오른 1280원에 개장해 한때 1288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2~13일에 각각 1280원, 1290원대를 돌파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주요국의 긴축 정책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른 가운데 연준의 75bp(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됐다”며 “이에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뉴욕증시가 하락하면서 달러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국내 물가상승에 불을 지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품을 살 때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수입 물가 상승). 그러나 물가 상승 속도보다 임금은 상대적으로 더딘 속도로 올라 서민과 취약계층의 고통은 더 커진다. 이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지난 5월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까지 치솟았다. 2008년 8월 5.6%를 기록한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서 기름값이 크게 올랐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먹거리, 외식 물가가 오른 영향도 반영됐다.
한편 이날 엔화 가치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35.22엔까지 올랐다. 이는 199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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