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표님, 4년 뒤 하와이는 너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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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2-06-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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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클라우드 출범에 따른 제언

지난 8일 열린 KT클라우드 출정식 행사에서 윤동식 KT클라우드 대표가 직원들에게 경영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클라우드]

지난 8일 KT클라우드가 법인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구현모 KT 대표, 윤동식 KT클라우드 대표와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 모 호텔에서 'KT클라우드 출정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4월 출범한 신규 회사인 KT클라우드가 직원들과 회사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리를 지켜야 하는 데이터센터 관리 인력은 온라인으로, 영업과 연구개발 인력은 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당시 윤동식 대표는 "사업 규모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성장시킴으로써 올해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하고, 2026년까지 매출 2조원 규모의 디지털 전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대 언론용 사업 계획 발표와 함께 "매출 2조원을 달성하면 직원들을 미국 하와이로 해외 연수 보내겠다"는 약속을 전 직원 앞에서 했다.

대표의 통 큰 복지 계획에 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법하건만 정작 KT클라우드 내부에선 무덤덤한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4년 뒤 매출 2조원을 달성해야 가능한 복지라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게 한 KT클라우드 직원의 지적이다.

해당 직원은 "멀게만 느껴지는 해외 연수보다 재택근무와 출근 사이에서 애매하게 걸쳐있는 KT클라우드의 근무 제도를 빠르게 정비하고, 지속적인 인원 확충으로 어수선한 회사 내부 분위기를 수습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윤 대표에 따르면 현재 KT클라우드는 출근제로 전환한 모기업 KT와 달리 원하면 언제든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KT와 다른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KT클라우드의 주요 분사 목표 중 하나다. 개발자들이 대기업이자 이동통신사인 KT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KT클라우드라는 개발자·엔지니어 친화 조직을 만듦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윤 대표의 복안이다. 

이러한 분사 전략은 주효했다. 현재 KT클라우드는 윤 대표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일과 시간 중에서 6시간 이상을 인재 채용을 위한 인터뷰에 할애하고 있다. 당초 예상한 지원 인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KT클라우드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는 새 법인 출범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이고, 지속해서 인재를 확충하려면 KT클라우드 고유의 조직문화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중견 호스팅 업체와 시스템 통합(SI) 업체의 개발자·엔지니어 대우가 워낙 열악해 "KT클라우드는 좀 다르겠지" 생각하며 지원하는 사례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사업 경쟁사에서도 인재를 확충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KT클라우드의 경쟁사인 네이버클라우드나 NHN클라우드는 전 직원이 주 5일 재택근무와 주 3일 출근·주 2일 재택근무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주 4일 재택근무·주 1일 출근하는 제도를 공식 시행하며 시중의 고급 개발자를 지속해서 흡수하고 있다. 보상뿐만 아니라 근무방식도 개발자·엔지니어 확보 전쟁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4년 뒤 하와이는 너무 멀다. KT라는 큰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KT클라우드 직원들의 불안감을 씻고 국내 1위 클라우드 기업이 되기 위해 KT클라우드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사와 대등한 조직 문화'와 '구체적인 연간 목표와 이에 따른 인센티브·스톡옵션 분배 같은 가깝고 명확한 직원 보상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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