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은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해 전용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KT 망을 사용하는 KT엠모바일, 스카이라이프, 스테이지파이브, 세종텔레콤 등이 그 대상이다.
이는 금융권과 알뜰폰 간 제휴 상품 출시로, 자체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고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KB국민은행의 리브엠과는 다르다. 그러나 알뜰폰 업계에서는 금융권 알뜰폰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 아니냐면서 경계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알뜰폰 업계에서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중심으로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 사업자가 생존을 위협당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혁신 서비스 없이 금권 마케팅으로 통신 시장을 교란하는 KB리브엠의 혁신금융서비스 재인가 취소를 촉구한다"며 "대기업 독과점으로 이용자 후생을 저해하게 될 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철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권 알뜰폰 1호 주자인 KB국민은행 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금융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30만명을 돌파하며 순조롭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리브엠은 KB국민은행의 계좌나 카드 등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리브엠 LTE 든든무제한 11GB 요금제의 경우 월 기본료 3만3000원 상품이지만 KB국민은행 고객은 최저 월 2만48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요금제는 도매대가보다 낮아서 가입자가 늘어날 때마다 손해도 커진다. 그러나 리브엠은 알뜰폰을 통해 은행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요금제 판매에서 오는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반면 알뜰폰 사업이 주된 사업 모델인 대다수 알뜰폰 사업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리브엠과 겨루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판매하는 출혈 경쟁에 가세할 수밖에 없다. 연간 매출이 800억원 이상인 이동통신 3사 자회사들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금제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리브엠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도매대가 선에서 요금제를 팔 수밖에 없다.
리브엠을 회원사로 두고 있음에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 금산분리 원칙 완화 가능성이 여러 차례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취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술 환경이나 산업구조 등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하는 게 맞는지는 한 번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산분리를 완화하게 되면 리브엠과 같은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이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금융 서비스 고객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갈아타기' 현상이 대폭 줄어 고객 유지도 수월해진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과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 가입 고객의 경우, 서비스 유지 기간이 양측 시장의 평균 유지기간을 크게 웃돈다.
자본을 앞세운 금융권에서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서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물론, 이통 3사 자회사도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알뜰폰 업계의 의견이다.
한편, 리브엠도 아직 가입자 5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으로, 금융기관이 추가로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그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이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등 대형 마트가 알뜰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두드러지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처럼 접근성 높은 유통망과 자금력을 갖춘다고 해서 알뜰폰 시장에서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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