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투명성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산업 혁신 노력과 함께 프롭테크 산업 발전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 부동산 '투명'...2순위 상승해 세계 28위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미국 JLL(존스 랑 라살르)과 글로벌 부동산 투자 회사인 라살자산운용은 지난 12일 '2022년 글로벌 부동산 투명성 지수 (GRETI)'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9년 최초 발행 이래 2년마다 발간되는 해당 보고서는 부동산 투자자, 개발자와 기업이 해외시장에서의 투자 관련 리스크 등을 평가하고, 정부와 산업 기관이 자국에서 투명성을 개선하는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12번째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94개 국가, 156개 도시를 대상으로 △성과 측정 △기본 시장 데이터 △상장 법인 지배 구조 △규제·법률 △거래 프로세스·지속 가능성 등 항목의 정보를 수집·분석·계량화했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이전 평가 대비 2단계 상승한 28위를 기록했다. 전체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투명' 단계에 해당하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명성 지수는 과거 2014년과 2016년 각각 43위와 40위를 기록한 후, 2018년 당시 31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같은 평가에서 최초로 '반투명' 등급에서 '투명' 등급에 진출했다. 이후 2020년 30위를 기록한 후 가장 최근 평가인 올해 28위로 2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다만 아시아권에서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지역을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지 않은 순위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각각 12위와 14위를 차지했고, 홍콩 역시 16위를 기록했다.
JLL 보고서는 국내 부동산시장 투명성에 있어 기본 시장 데이터 공개와 성과 측정 항목 등의 주요 개선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류센터에 대한 활발한 투자 활동으로 물류 데이터 범위가 개선된 데다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과 리츠 시장의 성장으로 경영진 보상 구조, 회사 실적 등 데이터의 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외 투자 시 MSCI 지수 등 벤치마크 지수의 활용도가 증가했으며 자체 (부동산) 지수 개발 노력이 돋보였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한국 JLL 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 개선을 위해선 정부,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차원에서 JLL은 2015년부터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대학, 산하 연구기관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속적인 연구와 세미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는 향후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명성 지수 20위 이내 진입을 위해 정부, 민간 기관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업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기후변화 대응·대체 투자처 확대·신기술 도입' 등 개선 여지 있어
보고서는 향후 국내 부동산시장의 투명성을 보다 개선할 수 있는 부문으로 △지속 가능성 규제와 평가 △대체 투자 추적·측정 △거래 프로세스 등을 꼽았다.
이들 항목은 '매우 투명' 등급을 주도하는 선진 국가 이외의 시장에서 공통으로 지적됐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국가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진 지점이기도 하다.
JLL은 "코로나 사태의 여파와 경제적 변동성, 지정학적 갈등 등의 외부 요인들이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북미, 서유럽, 호주 등 국제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들의 투명성 점수는 상승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선 보고서 발행 이래 투명성 개선 속도가 가장 느린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JLL이 지목한 개선 항목들은 △기후변화 행동 △신기술 도입 △자본 시장 다각화 등이었다.
특히 회사는 부동산 업계 역시 탈탄소화라는 국제적 도전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에서 지속가능성과 탄소 배출 '제로(0)' 등에 대한 명확한 장기 목표를 요구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행동은 시장의 투명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EU(유럽연합)는 EPBD(건물 에너지 성과 지침)를 정립하는 등 각국에선 그린 뉴딜 정책을 통해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 효율 의무와 탄소 배출 기준 강화 등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런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이번 평가에서 12위를 기록해 보고서 발간 이래 처음으로 '매우 투명' 등급을 획득했다.
아울러 회사는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한 부동산 거래 프로세스 개선과 공개 데이터 확대와 산업 고도화를 통한 대체 투자처 다각화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프롭테크 산업'으로 지칭하는 부동산 신기술 도입 성과에선 세계 19위를, 부동산 시장 기본 데이터 공개 부문에서도 15위를 기록하는 등 상위권에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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