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탄소중립 전환기 …위기는 변화의 또다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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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2-08-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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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코로나가 다시 유행이다. 그동안 잘 버티나 싶더니 결국 과신이었나 보다. 그 덕분에 가족들과 계획했던 여름휴가는커녕 남들보다 늦게 걸린 탓인지 며칠을 고열과 오한으로 고생하고 개인적인 일들까지 밀려 뒤처리에 정신이 없다. 날려버린 여름휴가를 늦게라도 만회하고자 지난 주말 영화관을 찾았다. 선택한 영화는 ‘탑건-매버릭’. 늦은 시간이었지만 예전과 달리 영화관에서 취식도 할 수 있고 서로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삶의 여유였다.

영화 역시 과거 우리네 기억과 조우하기 위한 연출의 배려인지 영화 중간중간 전편의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지금보다 여유롭던 1986년으로 되돌려 놓은 듯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던 이들 대부분에게 파일럿이란 꿈을 심었다던 이 영화의 감동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해군 최신예 전투기라 불리던 F-14는 시간의 흐름 속에 최신예 전투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퇴물이 되어 있었고 어느덧 나이가 들어버린 배우들 모습에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빠르게 변해버린 세상, 영화 초반 더 이상 파일럿이 필요 없는 무인비행기 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왠지 수긍이 되면서도 서글퍼지는 대목이었다. 설 곳을 잃어버린 주인공을 보며 마치 영화가 나에게 변화된 현실을 이야기하는 듯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아날로그가 주는 멋을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에 왠지 '아직 나도'라는 느낌이 영화 보는 내내 느끼던 나 혼자만의 감정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기억의 왜곡일지 모르나 과거에는 기술의 발전이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다.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기술이 시장에 적용되어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변화 속에 그 결과는 알지 못하지만 마치 사진관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가 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묘한 설렘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현실 속 우리 모습은 기다림과 그사이에 있던 설렘이 잊힌 것 같다.

최근 탄소중립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공정 전환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공정 전환이라는 말을 화두로 꺼냈다. 공정 전환 (Just Transition)이란 탈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기에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하지만 노동자이니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주변의 삶은 변화하였고, 크고 작은 노동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이트맥주 등 사례를 보아도 노동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낮은 임금과 노동시간, 그리고 불안정한 고용이라는 문제는 그대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더 이상 목소리가 크다고 이길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노동자이기 때문이 아닌 노동자로서 상대를 납득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갖지 못하면 오히려 비난의 화살은 자신에게 오게 된다.

비인간적이라 욕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를 비하하거나 그들을 이해하지 못해서는 아니다. 영화 속에서 왜 수뇌부는 파일럿이 필요 없는 무인비행기 시대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였을까? 현실적인 측면에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 역시 얼마 전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일자리 및 인력구조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세상 속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가정 속에 직업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였다. 다만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가 문제다. 이번 탈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데 있어서 역시 중요한 사회적 변화임에 틀림없다. 다만 변화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과거부터 우리나라가 돈을 벌기 위해 중요한 부분은 무역이었고 우리나라로 수입하는 것을 가로막고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늘리기 위해 넘어야 하는 장벽은 관세라는 ‘세금’이었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이러한 관세장벽을 내세우자 이에 따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만들어 이를 중재하기 시작하였다. 실제 평균 실행관세율 추이를 보면 전 세계가 점차 관세장벽을 낮추었지만 관세 이외에 새로운 장벽인 비관세장벽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과거 비관세장벽은 주로 수입 금지, 수량 규제, 국가 간 경계에서 취해지는 무역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적인 규제, 국내 정책뿐 아니라 무역과 투자 흐름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가 비관세장벽이다. 대표적인 비관세장벽 형태는 기술적인 규제에 의한 기술장벽으로 특정 인증 혹은 라벨링 등 기술 규제 수준을 높여 해당 기술 수준에 맞추지 못하면 수입을 제한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 경기 침체기에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유명무실해진 관세 대신 비관세장벽을 활용하여 수입을 억제하고자 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미 파리기후협약, 플라스틱협약 등 국제환경협약이 신설·강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미국은 이미 환경문제를 무역장벽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수입 제품에 탄소배출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5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 석유화학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탄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수출 경쟁력 향상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길인 셈이다.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를 고려함으로써 기업 경영에 있어 ESG 경영으로 전환을 통해 기업 체질 개선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기후(Climate)·탄소(Carbon)·청정(Clean) 기술을 포괄하는 'C테크' 투자에 관심이 높은 이유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전환 투자 규모는 상위권이지만 투자 매력도 측면에서는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 탄소 배출국으로 선진국 가운데서도 탄소중립 전환 리스크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70%를 차지하는 전력과 산업 분야, 19%를 차지하는 교통·운수 분야에 대한 탄소중립 전환이 시급하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모든 것을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었고 내가 얻은 그 무엇인가를 쉽게 빼앗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된 세상 속 새로운 기술의 발달은 게임의 룰을 바꿔 기존에 있던 것을 흡수하거나 파괴해 기존의 것들마저 사라지게 만든다. 문제는 자기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처럼 더 이상 나만의 문제가 아니며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노·사·정 모두 다 함께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변화에 조급해하기보다는 과정 속 기다림과 설렘을 기억해야 하는 시기다.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는 길이 국제 경쟁력 강화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위기는 변화의 또 다른 기회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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