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추석 전 발표를 앞둔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세금이나 이자를 깎아 '빚 내서 집 사라'는 식의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시장의 흐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건설사업 전반의 금융과 공급 등 막힌 부분을 뚫어 순환이 되도록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총량 확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장관은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출입기자단과 정례간담회에서 "큰 틀에서 수요와 공급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서 시장 흐름이 주도해서 끌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20~25일께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위축된 주택 공급 금융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와 시행사·사업장에 대해 자금 경색을 풀어 건설사와 PF 사업장 착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원 장관은 "건설경기가 활성화됐을 때 여기저기 투자했다가 사업성이 낮아지고 분양이 안 돼서 건설사 돈이 잠겨 있는 부분이 있다"며 "주택시장에서 금융과 공급이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도록 해 악화된 흐름을 반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건축비가 계속 상승하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에서 먼저 건축비를 한 단계 낮춰서 공급해 시장에서 건축비가 한번에 오르는 부분들을 상쇄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세제 혜택 등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비롯한 수요 진작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조금 거래가 안 된다고 해서 정부가 세금과 이자를 깎아주고 ‘빛 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줄 수는 없다"며 "다주택자가 집을 대거 사들이면 건설사는 좋아하겠지만 정부는 그런 조치를 따라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서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비(非)아파트의 공급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원 장관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규제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져서 (공급이) 안 돌아가는 부분이 있어서 사업성을 높여 공급을 더 원활하게 하도록 할 것"이라며 "소형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추후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등 수요층의 구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원 장관은 전날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더 사도록 하는 정책은 배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장관은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한다니 세금을 깎아달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오피스텔을 여러 채 사서 임대나 전매차익을 보려는 투자수요층이 아주 두텁게 있는데 (오피스텔의 주택 수 제외를) 무조건 던져주는 건 오히려 서민 주거 사다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 부과 시한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해서는 이르면 추석 전 별도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원 장관은 "집값 급등기에 전(前) 정부가 놀라서 과징금 엄포를 놨는데, 이 부분이 적절한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법 규정을 만들어 강제할 때는 지킬 수 있는 법을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티면 전부 합법화해 준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몇 가지 원칙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며 "추석 전에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원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발표와 관련해선 "서둘러서 대책을 발표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며 "엄격한 원칙과 그에 따른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통계청과 부동산원을 압박해 부동산 주요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수치 정보를 왜곡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원 장관은 "(국토부) 내부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민이 되는 부분은 있지만 감사원에서 94회나 조작했다고 다 조사를 거쳐서 발표했고 그에 맞는 증거가 있으리라 간주하고 있다"며 "당장 대응책을 내기보다는 내부에서 뼈아픈 진단을 통해 방향을 잡고 필요하면 공론화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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