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삼성전자가 15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 나노시티 기흥캠퍼스(기흥사업장)’에서 국내외 80여명 기자들을 대상으로 5라인의 클린룸 내부를 공개했다. S라인은 윈도우 투어로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거래선이 아닌 외부에 5라인과 S라인 등 반도체 생산라인을 공개한 것은 1983년 반도체 생산라인이 설치된 이래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공개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 일각에서 제기한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의혹해소에 첫 걸음을 뗐다.
조수인 사장(반도체사업부 메모리 담당)은 “오늘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로 의혹이 모두 해소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처음 공개하는 것이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언론뿐만 아니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와 같은 시민단체 관계자와 삼성전자 근무 중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 유가족에게도 생산라인 공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 사장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원하는 이에게 공개 하겠다”고 말했다. 반올림 등은 지난 2007년부터 반도체 제조공정과 근무환경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해소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날 삼성전자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제조공정에서의 벤젠성분 검출 주장과 작업자가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국내외 분석전문기관들에 재확인결과 벤젠성분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을 뿐더러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아 건강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방사선에 노출 주장과 관련해서도 “방사선 설비의 안전장치인 인터락을 해체한 채 작업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인터락은 어떠한 경우도 해체할 수 없게 돼 있고, 임의로 해체하면 설비의 전원이 자동적으로 차단되고 동시에 가동이 멈추게 돼 인체에 방사선이 노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 동안 실시된 두 차례의 역학 조사와 컨설팅을 통해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한편, 국내외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 학술 단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반올림측은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식의 생산라인 공개는 의혹과 불신을 해소할 없다”고 반박했다.
기흥공정에서 백혈병 등 암 피해 근로자들이 집중돼 있는 기존 1~3라인은 이미 없어진데다 이번에 공개된 5라인과 S라인은 최신 자동화 설비가 대대적으로 도입됐기 때문에 작업 환경상 유해 요인에 대한 논란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해 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날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생산라인 공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이 모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삼성전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에 들어갈 때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반올림측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여기에 합류할 수 있느냐가 의혹해소 과정에서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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