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군을 파견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러시아와 접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주를 아우르는 돈바스 지역은 지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의 교전이 이어져 온 곳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며, 이른바 평화유지군이라 불리는 러 군대의 진입을 명했다.
러시아는 그간 전쟁을 위한 명분을 만드는 데 공을 들여왔다. 돈바스 지역에서 일어난 산발적 교전을 들며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자국민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푸틴의 행보는 전쟁을 위한 태세를 갖춘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푸틴의 행보를 두고 “푸틴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장악”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 테드 리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푸틴은 연설에서 기본적으로 소련이 붕괴돼서는 안 되고 또 러시아를 과거 소련 모습으로 되돌리기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경을 따라 따라 증강된 군사와 푸틴의 연설을 비춰 볼 때, 푸틴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는 것이란 게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도 CNN에 “오늘 크렘린의 행보는 외교가 아닌 추가적인 군사조치에 한발짝 더 가까이 갔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간 회담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 가능성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외신은 푸틴이 폭주를 시작한 기점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위기 해소를 위해 미러 정상 회담을 주선한 후라는 점을 주의 깊게 봤다. 당장 오는 24일 미·러 외교장관의 회담이 제네바에서 진행될 예정인 점에 비춰,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크라 사태를 통해 냉전이 다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조너선 캐츠 민주주의 의제 국장은 폴리티코에 "유럽 전역에 널리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럽, 미국과 함께하려는 국가, 러시아와 같이 가려는 국가들을 가르는 미세한 선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냉전 시즌2라고 부르자"며 "우크라이나를 넘어 극적인 파급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발칸반도 서부나 캅카스 남부 등 근처 지역까지 세력 확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이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제국주의가 지배하던 시대로 세상을 되돌리고 싶어한다"며 "지금은 1919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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