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여성 진열창이 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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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6-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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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결혼 중개업체 상술에 눈살

  • 이주여성 이미지 왜곡 심각 수준

  • 결혼이민 느는데 인식 개선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01.21.163.

"이 아가씨는 2001년생이고 21살. 키는 163cm입니다. 베트남 여성치고는 큰 편입니다."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주선하는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유튜브 채널 영상 내용이다. 이처럼 유튜브엔 바코드 번호로 기록된 여성들이 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엔 수십 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상품처럼 진열돼 있다. 여성을 볼 수 있는 모니터는 일종의 쇼윈도다. 업체 대표로 추정되는 한 한국인 남성은 이미 2000명이 넘는 베트남 여성들이 대기 중이라고 자랑삼아 떠든다. 또 베트남 여성에게는 "(한국) 남자는 착하고 예쁘고 나이 어린 베트남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돈 많고 젊으면 한국에서 결혼하지 왜 베트남에 오겠느냐"는 어쭙잖은 충고를 건넨다. 

모니터에 갇힌 여성들은 약 10분짜리 자기소개 영상에서 태어난 연도와 신체 치수 등을 바코드 번호처럼 줄줄이 읊는다. 또 "(한국인 남편) 부모님을 모시고 살겠느냐"는 질문엔 "동의한다"는 모범 답안을 내놨다.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 유튜브 채널 [사진=유튜브 갈무리]

일종의 검수 과정을 거친 여성들은 유튜브에 공개적으로 올라와 연락을 기다린다. 댓글 창은 외모 품평과 주문 요청으로 도배된다. "합격이다. 38살 남성인데 가능한가", "62세도 결혼 가능한가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주여성 상품화는 그렇게 완성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내 결혼이민자는 지난 2020년 역대 최대치인 17만명을 기록했다. 이 중 여성은 2020년 기준 13만7000명으로 전체의 81.8%를 차지했다. 결혼이민자는 매년 증가하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성 상품화와 성적 대상화를 일삼는다. 특히 이들의 홍보 영상은 혼인 결정권이 전적으로 남성에게 있단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크다. 

실제로 최근 서울 은평구 주민센터의 한 공무원은 다문화 가정 소속의 민원인에게 폭언을 해 논란이 됐다. 해당 공무원은 외국인 아내의 주민등록 절차 관련 문의를 한 민원인에게 "외국인 여자랑 결혼해 사람 짜증 나게 한다. 자신이 부끄러우니 안 데리고 오고 싶어 하는 거잖아요" 등의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또 민원인에게 사과하러 나온 자리에선 "(이주 여성을) 그냥 약간 애 낳는 수단으로 쓰는 것 같았다"며 다문화 가정을 재차 비하했다.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 유튜브 채널엔 지난 9일에만 30여명의 베트남 여성 소개 영상이 올라왔다. 결혼 전부터 상품으로 취급되는 이주여성의 한국 생활이 순탄할 리 없다. 왜곡된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퇴출 여부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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