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제과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해 가계 지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과자류 소비가 급증하는 연말에 과자 가격이 오르다 보니 어린 자녀를 둔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더 얇아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이 이날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한다. 인상 품목은 주로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다. 품목별로는 초코송이가 편의점 가격 기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비쵸비는 3000원에서 3600원이 된다. 무려 20%가 오른 셈이다.
다른 제품들도 인상률이 두 자릿수대다. 촉촉한초코칩은 2400원에서 2800원으로 16.7%, 다이제초코는 2500원에서 2800원으로 12% 인상된다. 해태제과도 이달부터 홈런볼과 자유시간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린다. 모두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제품이다.
제과업체들은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카카오 국제시세가 급등한 데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가격은 톤(t)당 9236달러(약 1291만원)로 1년 새 127% 폭등했다. 평년과 비교하면 246% 높은 수준이다.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이상기후 때문이다. 카카오는 날씨 변화에 민감해 기온이 오르거나 강우 패턴이 달라지면 해충 피해가 크고 카카오 경작지도 줄어 생산량이 감소한다.
이번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충격파는 소비자들에게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상반기에 롯데웰푸드가 초콜릿 제품 가격을 올린 데다 연초 가격 인상은 없다던 오리온이 불과 8개월 만에 가격표를 고쳐 썼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을 강조해 온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코코아(생두)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코코아 수입 부가가치세 10% 면세조치도 내년 말까지 연장했으나 가격 안정책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코아값 안정화를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작황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카카오 수급과 가격 불안정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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