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빈사무실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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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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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63빌딩 규모 7~8개 빌딩 공급<br/>여의도권 공실률 상승 가장 가팔라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1. 지난해 12월 준공된 서울 을지로 2가의 S빌딩은 새로 지어진 화려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텅 비어 있는 유령 건물이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사무 공간의 90% 이상이 빈사무실로 방치돼 있어서다. 밤에는 불꺼진 시커먼 건물에 임차인을 구한다는 플랭카드가 휑하니 걸려 있을 뿐이다.

#2.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 위치한 CCMM빌딩. 이 곳에는 지난해 10월 초까지 국내 최대 컴퓨터 안티바이러스 회사인 안철수연구소가 세들어 살며 2~3개층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 연구소가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벨리로 사옥을 지어 나간 이후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3개월째 빈 사무실로 남아 있다.

서울 도심권 오피스 부동산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대형 오피스빌딩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빈 사무실이 넘쳐나고 임대료도 하락세다.

최근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이 심각한 곳은 서울 도심 한복판의 A급 대형빌딩이다. 17일 종합부동산회사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의 공실률은 11.6%로 2분기의 7.3%보다 무려 4.3%포인트 상승했다. 이후 작년 4분기 들어 7.5%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작년 3분기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오피스 시장 조사를 시작한 1997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빈 사무실은 새로 지은 빌딩이나 그 주변 건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여의도가 대표 사례 지역이다. 종합부동산회사 쿠시먼&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여의도권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 해 3분기 5%대에서 4분기 8%대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공실율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작년 말 ‘One IFC’ 등 대형 오피스가 줄줄이 공급돼서다.

빈 사무실이 늘면서 임대료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도심권 A급 오피스빌딩의 월 임대료는 3.3㎡당 평균 10만원 안팎이다. 1년 전보다 10% 가량 떨어진 것이다. 일부 빌딩에서는 장기 계약자에 한해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무상 임차 등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고 있다.

종로구 서린동 D공인 관계자는 "오피스빌딩 주 수요층인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기존 건물에 눌러앉거나 아예 사무실 축소에 나서는 등 수요는 줄고 있다"며 "공급은 많은 데 수요가 줄면 임대료도 내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고 있는 것은 수요를 초과한 과잉 공급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 낙과적인 전망에 기초해 추진한 초대형 빌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급된 결과의 휴유증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빈사무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오피스 공급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새롭게 공급되는 오피스 면적은 작년의 83만㎡보다 약 45만㎡ 늘어난 128만㎡에 이른다.

올해만 63빌딩 규모의 빌딩 7~8개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여의도의 빈사무실 증가 현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Two) IFC', '스리(Three) IFC' 빌딩이 올해 하반기에 추가로 공급되는 데다 전경련회관도 내년 중 시장에 새로 선보인다. 반면 올해 서울지역 전체 오피스 수요는 경기 침체 등으로 약 45만㎡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김태호 알투코리아 이사는 "서울 오피스 시장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며 "오피스 시장의 공급 과잉은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져 또다른 형태의 부동산 대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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