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화된 ‘우수’ 성적표를 받은 공룡 6개 대기업은 1년간 직권 조사와 실태조사가 면제되는 특권을 누린다. 이와 더불어 기획재정부 측으로부터 공공입찰시 가점 부여 및 국세청 우대 혜택(모범납세자 선정시)이 추가된다. 이번 성적표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돌보기보단 불공정거래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 면죄부를 제공한 셈이다.
12일 동반성장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동반위가 지난 11일 제16차 회의를 통해 56개 대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기, 포스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6개사를 ‘우수’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번 동반성장지수는 공정위의 ‘동반성장, 공정거래협약 실적평가’와 동반위의 ‘체감도 조사’가 통합돼 산정되는 일종의 성적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동반성장지수가 객관성과 공정성에서 벗어난 실적평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 실적평가가 △공정거래(57점) △협력(22점) △동반성장체제(19점) △연계지원체계(2점) 등의 항목만 후한 점수를 내걸었지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한 공정거래법 위반, 하도급법 위반 등 기업 불공정거래 행위 항목은 있으나마나하다는 지적에서다.
때문에 등급자격에 미달 가능성이 높은 일부 기업은 오히려 더 좋은 등급이 부여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더욱이 정부가 56개 대기업에 대해 점수제나 순위제 도입을 추진하기보다 ‘등급제’로 채택한 것도 의문이다.
점수제나 순위제가 도입되면 56개 대기업의 평가점수를 1위부터 56위까지 순위대로 공개할 수 있다. 등급제의 경우는 ‘우수’, ‘양호’, ‘보통’, ‘개선’ 등 네가지로 분류된다.
이는 점수와 순위 등을 통한 투명한 공개 방식을 배제하고 기업들을 네가지 등급으로 분류해 ‘재벌 서열화’,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우수’ 등급 6개 기업 중 삼성전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SDI, LG전자 등은 수급자들에게 부당 발주취소를 한 혐의로 공정위의 ‘자진시정’ 명단에 포함된 기업이다.
또 삼성전자, 현대·기아차는 공정위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이번 성적표의 의문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중소 동반성장 취지가 정부의 안일한 지표로 오히려 대기업 서열화를 불러일으킨 꼴”이라며 “특히 불공정 혐의가 큰 기업들은 말도 안 되는 성적표로 정부가 인정한 모범생이 됐다”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들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불공정거래, 하도급법 위반 정기 조사 1년 면제)를 받게 된다”면서 “과거 국세청 사례에서 보듯 모법납세 대기업에게 정기세무조사를 면제해 주던 혜택이 사라진 이유를 보면 폐단을 예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나 실태조사를 면제하지만 핫라인 등 다양한 신고 창구가 마련돼 있다”면서 “신고 시에는 강력한 조사가 실시돼 엄중 처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최하위 등급인 ‘개선’에는 홈플러스,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효성, LG유플러스, STX조선해양 등 7개 기업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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