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운용사 결산월이 3월에서 12월로 일제히 바뀌면서 예년 같으면 결산 직전인 1~3월에 몰렸던 증ㆍ감자가 10~12월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및 운용사 가운데 2013년 4분기 증자 또는 감자를 실시한 곳은 모두 7개사로 전년 동기 3개사에 비해 4곳이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증자가 5건, 감자는 2건으로 집계됐다.
KTB자산운용은 작년 12월 30일을 납입일로 150억원 상당 유상증자(배당우선주)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실시했다. 이 업체 모회사는 KTB투자증권으로 약 9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자 목적은 재무 건전화 및 영업역량 강화다. KTB자산운용은 2013년 4~9월 순이익이 약 12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를 뺀 나머지 업체는 대체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증자나 감자에 나섰다.
파인브릿지자산운용은 2013년 12월 기타자금 11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89억4000만원)이 자본금(157억원)을 밑돌면서 자본잠식률이 43%를 넘었다.
씨아이엠비증권 한국지점은 작년 11월 씨아이엠비증권 홍콩 본사로부터 영업기금을 받아 자본금을 202억3900만원에서 292억1800만원으로 늘렸다. 이 회사 역시 같은 해 9월 말 45%에 맞먹는 자본잠식률을 보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작년 4분기 운영자금 59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바로투자증권도 같은 시기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늘렸다.
이에 비해 메리츠자산운용 및 키움자산운용은 작년 12월 감자를 통해 자본잠식률을 떨어뜨렸다. 자본금 대비 자기자본 비율인 자본잠식률은 감자로 낮아질 수 있지만, 실질적인 재무 개선이 아닌 미봉책으로 여겨진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약 12% 비율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150억원에서 132억원으로 줄였다.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 개선이 목적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3년 9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10%를 넘었다.
키움자산운용은 약 38% 비율 감자로 자본금을 200억원에서 125억원으로 감소시켰다. 이 회사 역시 결손금 보전을 감자 목적으로 밝혔다. 자본잠식률은 작년 9월 말 약 34%에 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침체 장기화로 실적이 꾸준히 악화돼 온 가운데 영업용순자본비율 제고나 자본잠식 해소로 영업유지 요건을 맞추기 위한 증ㆍ감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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