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쑥대밭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 두 곳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에 대해 독립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전면전은 아니지만 유사 전쟁 선포에 안 그래도 불안하던 시장은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시장의 자금은 일제히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고조로 대폭 하락(가격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가속화로 미국 시장에서 지난 15일 한때 2%대까지 치솟았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우크라이나 긴장이 고조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1일 기준으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873%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6까지 급등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와 스위스 프랑도 강세를 보였다.
아시아 주식시장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7.01포인트(1.35%) 하락한 2706.79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14포인트(1.83%) 내린 868.11로 장을 마쳤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1.26포인트(1.71%) 하락한 2만6449.61을 기록했다. 토픽스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9.60포인트(1.55%) 내린 1881.08로 마감했다.
최근 우크라 위기에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던 중국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46포인트(0.96%) 하락한 3457.15로 장을 마쳤다. 선전성분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4.05포인트(1.29%) 내린 1만3297.11로 장을 마감했다. 창업판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69포인트(1.38%) 떨어진 2765.91로 장을 마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로커리지 XM의 대표 투자 애널리스트인 라피 보야지안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은 주초부터 긴장하고 있다"며 "세계적 물가 급등과 긴축으로 씨름하는 시기에 우크라이나 위기가 불거져 롤러코스터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NBC는 전쟁 공포와 함께 긴축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주식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스트라테가스의 라이언 그래빈스키는 ”모든 시선이 연준에 쏠려 있다”며 “시장은 연준이 올해 거의 모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역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며 올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보다 2.88달러(3.16%) 상승한 배럴당 93.8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북해 브렌트유 4월물은 3.63달러(3.52%) 올라 배럴당 96.83달러에 체결됐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WTI는 배럴당 94달러를 넘어섰으며,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96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이란 핵 합의 타결 기대감으로 상승폭은 제한됐지만 당장 우크라이나 관련 이슈에 국제 원유시장의 변동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기업인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 회장은 우크라 위기가 악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포 회장은 "하루 300만배럴에 달하는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사라진다면 유가는 더욱 상승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22일 CNBC와 인터뷰하면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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