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나프타 분해 공정(NCC)이 중단되면서 생산 지연과 원료 변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 정상화와 별개로 두 회사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전은 오전 9시 25분에 발생했고 해당 지역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전력 복구 작업은 오전 10시 40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됐으며 최종적인 전력 공급 정상화는 오후 12시에 완료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전력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설비 점검과 재가동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었지만 빠른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도 "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해 고객사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었다"며 "긴급 조치를 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서산 공장의 NCC 공정은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핵심 공정으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외 고객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LG화학 서산 공장은 연간 13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며 주요 제품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을 생산하고 있어 공장 가동이 장기화되면 손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LG화학은 2024년 4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25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사업 부문에서 17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정전으로 인한 타격이 한층 크게 다가올 전망이다. 석유화학 및 기초소재사업 부문은 원자재 가격 변동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외부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 분야로, 이번 사건이 회복세에 더욱 부담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은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예기치 않은 정전은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어려운 상황이었겠지만 빠르게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차질이 장기화됐으면 해외 경쟁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형 석유화학 공장의 전력 안정성 강화를 촉구했다. 김평중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은 "정전 문제 해결을 위해 환상망 구축과 수전 선로 복선화가 필요하다"며 "정전 시 원료 변질과 설비 손상이 커질 수 있어 기업들이 자체 전력 안정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석유화학 공장은 24시간 연속 운영되는 고온, 고압 환경이기 때문에 작은 정전도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전력 공급의 안정성 확보는 단순히 생산을 넘어서 기업의 경쟁력 유지와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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