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건 K-리쇼어링] "기업 생존의 문제"···경영 안정화 카드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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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4-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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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논의됐던 리쇼어링이 최근 경영 안정화를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사태와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대거 흔들린 탓이다. 해외 생산거점에서 원자재와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거점의 안정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에 대한 시선이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다. 이전에는 세제 혜택을 위해서나 정치적 이유로 마지못해 해야 하는 악재로 바라봤으나 요즘에는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리쇼어링으로 확립되는 안전성에 훨씬 주목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 혹은 직후 리쇼어링을 단행한 현대모비스나 아주스틸 등 소수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 진출한 기업 대다수는 저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해외 현지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몰라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기 어려운 탓이다. 현대차는 러시아에 공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전쟁 발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 무기한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또 중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기업들도 올해 초 전력 부족과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등에 어렵사리 대응해 나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법인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상황 파악과 대응 시나리오 준비 등에만 국내 대응 때보다 갑절의 역량이 들어간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성장 전략에 투입돼야 할 에너지가 예상치 못한 리스크 대응에 새나가는 것만 해도 상당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등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외교 상황 등에 따라 해외 생산거점이 돌연 흔들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주요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우리나라 외교에 따라 공급망이 위협받을 수 있는 탓이다.

실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8월 일본은 우리나라와 외교 마찰 끝에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감광액)·불화 폴리이미드 등 첨단소재 3종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으로의 수출을 규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들 3개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소재로 당시까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90%나 됐다.

다행히 수출 규제 이후 1년이 지나 SK머티리얼즈 등이 기체 불화수소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공급망 안정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재계에서 일본 화이트리스트 사태를 원자재에 접근하기 위해 해외 생산거점을 마련하더라도 리스크를 해소할 수 없었던 사례로 진단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미‧중 무역 갈등과 자국 민족주의 등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다양한 위험요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단순한 세제 혜택 측면만이 아니라 생존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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