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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한 유명 해외 소셜미디어에 마약 거래를 암시하는 게시물이 등록돼 있다. 이 소셜미디어에는 유사한 마약거래 홍보글이 매일 수십건 가량 올라온다. [사진=해당 소셜미디어 캡쳐]
21일 아주경제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마약유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 유명 소셜미디어에서는 마약 판매를 암시하는 게시글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 국내 이용자가 많은 한 해외 소셜미디어에 O두, O이O, O디 등 마약관련 은어로 알려진 단어로 검색해보니 마약판매 홍보글들이 매일 수십건 가량 올라오고 있었다. 과거 마약 거래가 음성적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손쉽게 판매책과 접촉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마약 판매상들은 홍보글에서 대마나 필로폰으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촬영 날짜, 접촉 채널로 보이는 메신저 아이디를 함께 인증했다. 일부는 직접 검색을 피하기 위해 짧은 영상을 게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첫 거래시 샘플 거래를 조건으로 거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가격은 대체로 20만원 선부터 시작했다.
경찰의 최근 마약 적발사례의 양상을 보면 판매자-구매자 간 접촉 통로로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돈스파이크씨도 마약 거래시 텔레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의 보편화로 과거보다 일반인이 마약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최근 마약사범의 검거 숫자는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387명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기존 역대 최다인 2020년 1만2209명을 넘어선 것이다.
정부는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마약 범죄가 어느새 우리 주변으로 깊이 침투해 마약사범이 연소화되고 초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관기관은 물론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며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의 마약 근절 의지에 불구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약유통 행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데 있다.
경찰 역시 텔레그램 등이 최근 국내 마약유통의 주요 루트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단속에는 애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마약거래의 주요 채널인 텔레그램의 경우 대화 내용이 암호화돼 보안성이 높은 데다, 국외에 서버를 둔 해외 업체가 운영하고 있어 적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마약과 전쟁에서 이기려면 국내 마약 유통의 1차 루트로 부상한 소셜미디어 거래에 더 적극적 단속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일반인도 간단한 검색을 통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마약 범죄 사례를 정작 경찰 당국이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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