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국내 채권 발행 규모가 47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발행액 대비 60% 이상 발행된 셈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와 이연된 은행채 발행 수요가 더해지면 연간 발행 규모는 8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회사채 시장은 순풍이 불었던 상반기와 달리 발행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채권 발행액은 469조1633억원으로 전년 동기(419조1193억원) 대비 50조440억원(11.94%) 증가했다. 자금시장 불안으로 채권 발행 규모가 급감했던 지난해 하반기(354조4296억원) 대비로는 114조7337억원(32.37%) 급증한 수치다. 상반기 발행액은 지난해 연간 발행액(773조5489억원) 대비 60.65%에 달한다.
전년 대비 발행량이 크게 증가한 항목은 회사채다.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60조734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량(76조7492억원) 대비 79.13%에 달하는 채권이 발행됐다. 통안채도 73조1100억원 발행되며 전년 발행액(104조660억원) 대비 69.85%를 기록했다. 국채(68.67%)와 특수채(64.54%), 기타금융채(58.16%)도 지난해 발행 물량 대비 50% 이상이 상반기에 쏟아졌다.
다만 회사채는 하반기 발행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금리 상황을 부정적으로 진단한 기업들이 상반기로 발행 시점을 당기면서 남은 발행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액이 30조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상반기에 미리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상황"이라며 "발행액이 상환액을 밑돌면서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채와 은행채 발행 증가 전망도 회사채 발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먼저 국채는 하반기 만기 규모가 67조1304억원으로 상반기 발행액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추경 편성으로 국채 발행량이 증가하면 시중금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자금시장 안정화를 위해 발행 수요가 억눌렸던 은행채가 최근 발행을 재개한 점도 회사채에 부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은행채 발행 규모는 90조84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204조1590억원) 대비 44.49%에 불과하다.
반면 하반기 만기액은 102조3922억원에 달해 최소 100조원 이상 발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채와 은행채 발행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 전체 채권 연간 발행액은 전년(773조5489억원) 대비 30조원 이상 증가하며 8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A채권운용역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채와 은행채 등 우량물 발행이 증가하면 회사채는 발행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신용등급이 AA- 이상이면서 업황 우려가 없어야 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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