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최대 밀 생산국가들과 미국의 주요 밀 생산지인 텍사스와 캔자스, 오클라호마에서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강타했던 최악의 가뭄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 밀 생산지가 가뭄 피해를 당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미 미국의 밀 가격은 주간 최대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유럽의 밀 선물 거래가도 지난 9주간 30% 가까이 올랐다.
유엔은 지난해 러시아 등 흑해 주변 곡창지대의 가뭄 피해 이후 곡물가격 상승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상태다.
세계 3번째 밀 생산국인 러시아가 한동안 중단했던 곡물 수출을 올해 여름께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수확량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나오긴 하지만 충분한 곡물 공급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곡물 수출을 중단했으나 올해 작황 상황이 다소 개선되면서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프랑크 니콜라는 "러시아의 귀환은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수요에 대한 압박을 완화시킬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가뭄과 견고한 경기순환이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상 전문가들은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6월까지는 가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의 곡물 업계에서는 올해 연질 소맥(soft wheat) 생산량이 3100만t∼3500만t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가뭄이 계속되면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두 번째 밀 생산국인 독일도 최근 연간 밀 생산량 전망을 2230만t으로 320만t 낮춰잡았다.
독일의 최대 제분소 관계자는 "계속되는 가뭄은 수확량과 곡물의 품질 모두를 떨어트릴 것"이라며 "밀과 밀가루 모두 높은 가격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미국에서는 텍사스, 오클라호마에서 경질 적 동소맥(hard red winter wheat)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고 미국 내 최대 생산지인 캔자스주에서는 지난 15년 이래 최소의 수확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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