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지금 ‘이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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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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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실아파트 등 대치동 2000여가구 이주<br/>인근 지역 수요자 많아 수급 불균형 초래<br/>한정된 물건, 전셋값은 고공행진 거듭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를 시작한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전경.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오늘만 해도 열 집이 이사갔어요. 휴가철이 지나면 더 많아지겠죠”

지난달 이주를 시작한 대치동 청실아파트 1단지 관리인의 얘기다.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본격화되며 강남권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강남권 전세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오후 2시쯤 청실아파트를 찾으니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포장이사 중인 한 세대가 눈에 띄었다. 두 대의 트럭에 짐을 나눠 싣는 모습이 분주했다.

이사에 열심인 주민에게 어디로 이사를 가느냐고 물으니 “멀리는 못 가고 같은 학군에 있는 아파트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를 다니는 자녀의 고등학교 배정 문제가 걸려서란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거주하는 세입자들 중에는 강남을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단다. ‘강남 8학군’으로 불리는 학군 뿐만 아니라 주변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교통편이나 생활편의시설이 우수하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청실아파트 앞 신세계부동산 김기준 대표는 “대치동에서 이주를 준비하는 가구수만 2000여가구에 이른다”며 “20%인 400여가구만 같은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한다고 가정해도 그 수요를 어떻게 다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이 이사를 가는 곳은 일부 아파트에 국한됐다. 대치동 G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인근 지역 수요자들은 은마나 선경, 미도, 우성아파트 등을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물건이 한정돼 있다 보니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를 돌아본 결과 이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최근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마아파트 전용 76㎡은 최근 3달새 5000만원 가까이 오르며 3억원후반~4억원대 시세를 형성했다. 전세물건은 흔치 않으며 나오기만 하면 바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의 전월세 실거래가격 조사에서도 은마아파트 76㎡의 경우 지난해 10월 2억4000만~2억8000만원 선이었으나 올 6월 현재 2억7000만~3억2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은마아파트 인근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높아진 전셋값에 일부 이주자들은 빌라 같은 다세대 주택으로 옮기기도 한다”며 “그러나 빌라의 가격도 만만치 않고 대부분은 아파트를 원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가을 이사철 수요와 재건축 단지 이주 본격화가 맞물리면 극심한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매시장은 어떨까. 통상 전셋값이 상승하면 집값도 더불어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매매전환수요가 생기는 것인데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아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현지 반응은 제각각이다. 시장 상황이 불안해서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매매거래 자체가 없어서 영향 자체도 없다고 분석하는 공인중개사도 있다.

이영진 소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당분간 가격이 소폭 오르내리며 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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