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희경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 “아, 공연이라는 게 이런 맛이구나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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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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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큐브아트센터 고희경 극장장이 대극장 디큐브씨어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승관 기자)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고희경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48)은 극장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예술의 전당 공채 1기 출신의 국내 ‘예술경영 1세대’로 차근차근 실무 경험을 쌓아 올라왔다.

"25살 이후부터 극장에서 살았다"는 그는 23년 동안 예술의전당에서 공연기획팀장, 홍보팀장, 교육팀장 등을 맡으며 전방위로 활약해왔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초연할 때 기획 팀장이었고 오페라 ‘라보엠’, ‘리골레토’ ‘11시 콘서트’ 등의 굵직한 기획공연을 선보인 주인공.

예술의전당에서 공연기획 전문가로 입지가 굳어진 그에게 공공기관 등 다른 공연장에서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2009년 10월에 대성에서 제의가 들어왔고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에 취임하게 된 것. 그가 이곳을 선택한 것은 단순했다. 공연 불모지인‘신도림’에 공연장이 세워지는 것에 끌렸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디큐브아트센터 설계부터 의자 조합까지 그의 손을 거쳐 탄생됐다.

공연기획전문에서 극장장으로 변신한 그의 꿈은 소박했다. "공연장에 가보고는 싶지만 잘 몰랐던 그런 사람들에게 ‘아 공연이라는 맛이 이런 거구나’ 알려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9월 1일 신도림에 개관하는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 공연장 디큐브아트센터는 공연계는 물론 부동산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뮤지컬 전용극장과 5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등 2개의 전문 공연장으로 구성돼 있다. 총 사업비 660여억 원이 투입된 디큐브아트센터는 초대형 복합문화공간 디큐브시티에 위치해 연면적이 2만 182㎡(약 6,000평)에 이른다.

디큐브아트센터의 첫 개관작은 뮤지컬 '맘마미아'다. 개관준비가 한창인 디큐브아트센터의 한 분장실에서 고희경 극장장을 만나 그간의 일들과 앞으로의 운영 계획 등을 들어봤다.

-개관을 앞두기까지 어떤 작업들을 해왔나.

“공연 기획은 사실상 거의 못했다. 이 집을 짓는 일을 했다. 대성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로 시작을 했는데 문화 쪽 일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나에게 6권쯤 되는 도면을 던져주면서 전문가이니 알아서하라고 하더라. ‘어떻게든 해보자’해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시작하게 됐다. 국내에 LG아트센터, 호암아트홀, 아르코극장 등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전문가들에게 어떻게 설계해야 되는지 등에 대해서 자문을 구했다. 그러면서 설계도를 완성하고 집을 지었다. 건축 쪽은 잘 모르지만 공연계에서 누가 일을 잘 하느냐 같은 판단은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예술의전당에서 23년 있었지만 그동안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극장 짓는 일, 무대 설계하는 방법, 시스템 구축법, 장비 구매법까지 해보게 됐다. 특히 극장 의자가 한 개에 100만원이 넘는 의잔데 의자 하나하나도 세계 극장, 의자 공장들을 다 다니면서 조사해서 조합했다.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관작으로 ‘맘마미아’를 올리게 됐는데 선택 배경은.

디큐브아트센터 고희경 극장장이 앞으로의 운영계
획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승관 기자)
“개관작으로 뮤지컬 ‘맘마미아’가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병성 대표 팔목을 비틀다시피 해서 하게 됐다. 박 대표가 ‘고위험이면 고수익일 꺼다’, ‘새로운 관객이 분명히 있을 꺼다’라면서 나와 의기투합하게 됐다. 신시뮤지컬컴퍼니로서는 이 작품이 ‘캐시카우’같은 중요한 작품인데 그걸 그냥 다 내놓은 거다. 두 가지 목표, 즉 ‘디큐브시티 전체의 가치를 높이면서 기업에 부담을 덜 주는 쪽으로 운영을 하겠다’라는 생각으로 흥행도 되고, 이 지역에서 사랑받는 작품들을 고르다 보니 ‘맘마미아’와 ‘시카고’를 하게 됐다.”

-디큐브아트센터만의 매력은.

“우선 상업시설 안에 사람들이 쇼핑하다가 영화보는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는 그런 공연장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지역친화적’인 공연장이 될 수 있다는 것. 공연을 안보더라도 문화적인 향기를 느끼면서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공연장이 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층수가 높은 곳에 위치해 경치가 다른 곳과 다르다. 구로디지털단지, 금천디지털단지가 10여만명 쯤 젊은 직장인들이 있는데 그 시장도 재밌을 것 같다.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지만 의외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그런 공연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대 앞 선에서 객석 끝까지의 거리가 최대 28m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배우들도 와서 무대에 서보면 너무들 좋아한다. 관객들이 자신한테 ‘폭 안기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객석이 무대에서 다 보인다. 해외 뮤지션들의 대형 콘서트에만 사용되던 최신 음향 시스템(L-ACOUSTICS사의 K1시리즈)을 세계 최초로 실내 공연장에 도입했고, 잔향 시간도 1.35초 정도로 정확하게 원하는 수치가 나온다.”

-블루스퀘어와 CJ아트센터가 잇따라 개관될 예정이다. 디큐브아트센터, 샤롯데씨어터와 함께 ‘뮤지컬 전용극장 4파전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연장이 많아지면 서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하드웨어가 너무 과잉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한 역할분담이 될 것이다. 사실 하드웨어가 많이 생기면 시장이 커진다. 시장이 더 성숙하게 될 것이다. 공공극장만 있을 때는 대관신청을 1년 전에 받는 등 어느 특정 시기에만 받고, 뮤지컬 분야는 몇 퍼센트 줘야한다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뮤지컬 전문 극장들이 생기면 제작자들도 긴장해서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는 등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체제가 될 것이다. 1년 단위 계획에서 장기 계획으로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3개 극장과 경쟁하기 위한 디큐브아트센터만의 차별화 전략은.

“‘뮤지컬 전용’이라는 말을 내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발레, 오페라, 대중 콘서트까지도 담아내고 싶다. 대관이 중심이 되긴 하지만 ‘백조의 호수’ 등 해설 발레나 가벼운 콘서트, 해설 음악회 등 관객을 개발할 만한, 관객이 편안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우선 ‘맘마미아’와 ‘7080콘서트’, 린 콘서트 등 대중 콘서트 등을 같이 가져가면서 반응을 보려고 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 '서남권의 예술의전당’ 같은 공연장 말이다.”

-가격정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인가.

“더 좋은 가격에 더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보통 12~13만원짜리 뮤지컬을 11만원으로 내렸고 R석을 9만원으로 했다. 다른 대형 공연장에서 12만원짜리 좌석이 우리 극장에선 8만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싸게’가 다는 아니라고 본다. 어느 적정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국내 최대 공연기관이 대관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국내 공연기관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그 안에 복잡한 스토리가 있었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 사고가 날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이제는 전문인들이 공연장을 운영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담당인들이 바뀌고 또 바뀌는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그리고 계속 정책을 바꾸지 않고 지켜봐주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고희경 극장장은

△예술의전당 공채1기 입사 (1987.4.) △PR ,공연기획,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 편집장, 10년사 편집장 역임 △예술의전당 홍보섭외팀장(1999-2001)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2001-2006.1) △예술의전당 교육사업팀장 (2006.1-20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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